文정부, 韓美외교장관 회담서도 北비핵화 용어 놓고 '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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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호 정치사회부 기자(경력직)

  • 최초승인 2018.12.07 13:23:29
  • 최종수정 2018.12.07 22:2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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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 홀로 떠맡은 美 '북한 최종-완전-검증 비핵화(FFVD)' 못박는데도…
폼페이오 "서로 딴소리 말자"고 만든 워킹그룹 11월20일 첫회의 이후 계속
韓美 워킹그룹 회의, 정상간 대화, 외교장관 회담까지 '北 FFVD'는 美만 거론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외교장관급 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 용어를 두고 '딴소리 외교'가 재현되는 양상이다.

외교부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고집했고, 미국 측은 비핵화 대상을 북한(DPRK)으로 한정하는 동시에 검증 측면까지 강조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재확인했다.

앞서 6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1월30일 타계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의 조문 사절로 방미(訪美)한 가운데, 미 워싱턴 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은 지난 10월7일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訪北)을 한 뒤 한국을 찾아 강경화 장관과 만찬 협의를 한 뒤 약 두달 만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12월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과 회담하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서면으로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이 만나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회담 후 강경화 장관은 귀국길에 올랐다.(사진=연합뉴스)

회담 직후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 장관은 올 한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 정세에 있어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낸 점을 평가했다"면서 "북미 후속협상, 남북관계 진전 등에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기존 (대북)제재 이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을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또 "현재 진행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의와 관련해서도 상호 만족할만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양국 대표단을 계속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심 사안이던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음을 알린 것이다. 이 부분을 양보한다면 비핵화보다는 '남북 타협'에 치중해온 문재인 정부에 어떤 '대가'가 주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반면 미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헤더 나워트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과 강 장관은 미국과 한국 간 철통같은 동맹을 재확인했다"며 "북한(DPRK)의 FFVD를 확실히 하기 위한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사진=미국 국무부 공식 홈페이지

한미간의 북한 비핵화 '용어 불일치'는 불과 며칠 전 정상급 대화 직후에도 드러났다.

지난 11월30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약 30분간 통역자만 배석한 채 독대하는 '약식 회담(pull-aside meeting)'을 가진 바 있다.

양 정상간 짧은 비공개 대화 후 공동 브리핑 절차는 없었다. 청와대는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나서서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프로세스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공동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긴밀히 공조해나가기로 했다"며 "양 정상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백악관은 같은날 새라 샌더스 대변인 명의 성명(공식 홈페이지 미게재)을 통해 "양국 정상은 비핵화만이 한반도의 경제적 번영과 지속적 평화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북한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현행 제재를 강력히 이행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동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한의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the DPRK)'를 달성하자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특히 '군사적 긴장 완화(9.19 남북군사하합의 등 지칭)'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우호적 환경 조성에 주도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거나, "양 정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으나 백악관 성명에 이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한미간 '딴소리 외교'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월20일(미 현지시간) 정책 브리핑에서 당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첫 회의를 진행 중이던 '한미 워킹그룹'에 관해 "한미 두 나라가 서로 딴소리를 하고, 서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생각을 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각자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공식화하는 워킹그룹을 만들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교가로선 이례적인 '직설화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는 특히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남북한 관계 증진에 뒤쳐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한국에 확실히 했다"며 "워킹그룹은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못박았다. 그럼에도 한미 정부간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딴소리'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20일(현지시간) 한미 워킹그룹 제1차 회의 결과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남북관계에 대해 '남북한 간 협력(inter-Korean cooperation)'을 '논의했다(discussed)'는 간접적 언급만 내놓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of the DPRK)'를 달성하고자 한미 양국이 협력과 노력을 더욱 강조했다고 브리핑했었다. 반면 한국 외교부 측은 '북한 FFVD'를 거론하지 않은 채 남북 철도사업 등에 관해 미국이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서로 '딴소리'를 하지 말자는 취지로 출범한 워킹그룹 첫 회의 결과가 '딴소리 외교'였던 것이다.(사진=미국 국무부 홈페이지)

한편 한미는 7일(한국시간) 워킹그룹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 오전 워킹그룹 화상회의가 열렸다"면서 "회의에서 양국은 지난달 20일 열린 회의 이후 진전된 남북·미북 관계 동향을 공유하고, 남북협력 등 북핵·북한 관련 제반 현안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과 이동열 평화외교기획단장 직무대리 등 외교부 국장급 인사와 통일부·청와대 관계자가 참여하고, 미국에서는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특별대표와 이도훈 본부장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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