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행정직 100% 정규직 전환됐는데 연구원 35%만 전환
연구원 민노총 가입으로 불만 표출…행정직도 민노총 가입
'민노총 vs 민노총' 대결로 치닫는 DGIST 내 비정규직 전쟁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내부에서는 웃지 못할 촌극이 발생하고 있다. 비정규직 신분의 석·박사 출신 연구원과 일반행정 직원이 정규직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DG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 출연 기관으로 정부에서 위탁받은 연구를 하는 기능과 학생을 선발해 가르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체 직원 480여 명 가운데 320여 명이 비정규직이다.

이 기관은 작년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되자 곧바로 정규직 전환 작업에 들어갔고 그해 11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꾸려 비정규직 320명 중 1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위원회가 최종 결정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일반행정 직원이 100명이고 연구원이 54명이다.

위원회 결정대로라면 행정 직원들은 사실상 전원 정규직이 되지만 연구원은 전체(160여 명)의 35%만 정규직이 되기에 연구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연구원은 "더 전문적이고 기관에 더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인데, 일반 직원이 더 많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 직원들은 "위원회가 투표로 내린 결론이므로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갈등이 커지자 비정규직 연구원들과 행정 직원들은 각각 민노총에 가입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발언권 세진 민노총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연구원과 행정 직원들은 같은 민노총 산하지만 각기 다른 노조에 가입해 자신들의 정규직 전환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민노총 내부 역시 이 싸움에 휘말리게 됐다.

원래 DGIST 정규직 직원들이 가입하고 있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연구노조에는 비정규직 행정 직원들이 가입했고 비정규직 연구원 일부는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대구지부에 가입했다. 한 전직 민노총 고위 관계자는 "같은 산별 노조 내에서 갈등을 보이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연구원과 행정 직원이 정규직 전환을 두고 극심한 갈등을 하자 DGIST는 비정규직 연구원과 행정 직원이 교차로 상대 분야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곧 채용 공고를 낼 방침이다. 비정규직 연구원이 행정 직원 자리에 지원하고, 행정 직원도 연구원 정규직 전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전환 심사는 외부인만 참여하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DGIST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작업이 늦어지면서 조직은 어수선해졌고 수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 문제로 조직은 1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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