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언론도 보도자료 신뢰할 수밖에" 피해자 패소 판결
2심 "언론사들이 추가취재 하지 않은 것은 잘못" 피해자 승소 판결
대법원 "공식 보도자료 아님에도 추가취재 안해 책임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언론사가 경찰이 제공한 자료만 가지고 허위사실을 보도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이모 씨가 10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언론사들이 이 씨에게 각 150만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씨는 2012년 1월 구속된 아버지의 공탁금 마련을 위해 아버지가 운영했던 병원에서 의료장비를 가져갔다가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당시 부산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은 수사가 진행 중인 2012년 7월 출입기자들에게 '절도 피의자를 검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언론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이씨의 피의사실이 담긴 기사를 게재했다.

그런데 이씨는 이후 검찰에서 이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이씨는 "언론사가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내 명예가 훼손됐다"며 10개 언론사를 상대로 각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언론의 어떤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 불법행위가 되는지는 기사의 전체적 취지와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보도 내용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실에 관한 것일 경우, 독자들로서는 혐의사실의 진실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기사는) 전파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취재하고 기사 작성도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앞선 1심은 "당시 보도자료는 경찰이 소정의 절차에 의해 작성·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매체 등에서) 그 내용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기사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만 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보도자료는 공식 보도자료가 아니라 언론사의 추가취재를 전제로 배포된 것임에도 언론사들이 추가 취재를 하지 않았다"며 "사건 피의사실을 급박하게 보도해야 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언론사들에 각 150만원의 위자료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맞다고 판단해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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