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건설 중단 반발 움직임 경상북도 중심으로 확산
자유한국당 "중요 에너지 정책 국민투표 부쳐야" 개정안 발의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돤 가운데 국내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가 위치한 경상북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물을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경북 지자체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북 울진군 전찬걸 군수는 30일 "정부가 신한울원전 3·4호기 사업을 중단시켰는데 이는 국민투표나 여론조사 등의 방법으로 국민 의사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원전 세일즈는 이율배반적이고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정부에 건의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인 천지원전 1·2호기 건설이 백지화된 영덕에서는 천지원전비상대책위원회가 이미 탈원전 정책 공론화 등을 위한 이해 관계인 및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경북도의회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경북 동해안 5개 지자체는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선언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경북도의회는 29일에 열린 제305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재석의원 44명 중 4명이 기권한 가운데 33명이 찬성하고 7명이 반대했다. 결의안에는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철회와 원전 내 무단 방치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역외 반출 ▲원전해체연구소를 경북에 설립 ▲영덕 천지원전 건립에 따른 자율유치가산금 380억원의 반환 추진 중단과 피해지역을 위한 대안 사업 추진 ▲울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등 4가지 요구사항이 담겼다.  

경북도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정부의 급진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 경제는 침체되고 민생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국민 소통을 최우선시한다면서도 정작 탈원전 정책은 한수원을 앞장 세워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경북도의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원전을 정치적 이념으로 몰아가고 있는 동안 탄탄했던 원전 산업은 총체적 부실로 변해가고 기업들은 원전 전문인력 감축과 함께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등 도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며 "40여 년간 이어온 정책을 한순간에 헌신짝 버리듯 하니 어떻게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경북 동해안에 위치한 5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16일 경주시청에서 정부에 탈원전 대책을 세워 달라는 내용의 공동 건의서를 발표하고 20일 관련 문건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경북 경주시·포항시·영덕군·울진군·울릉군은 건의서에서 "중앙정부는 경주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따른 지역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적절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15년간 추진해 온 정부 약속사업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반드시 재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낙영 경주시장, 이강덕 포항시장, 이희진 영덕군수, 전찬걸 울진군수, 김병수 울릉군수 등 경북 동해안 5개 단체장은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경북 동해안 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20일 '경북 동해안 상생협의회 공동 건의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각 지자체별로 정부에 목소리를 전한 일은 있었지만 원전이 없는 포항시와 울릉군을 포함해 경북 동해안 5개 지자체가 공동 건의서 형식으로 정부에 입장을 전달한 건 처음이었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에너지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묻는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29일에도 주요 에너지 정책을 바꿀 때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필요하면 국민투표에 부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도 발의했다. 

에너지법 개정안에는 '에너지 정책 조정 과정에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경우 정부·전문가·일반시민·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두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공론화위원회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안(案)을 제시해 필요한 경우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에 부쳐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대만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이후 학계와 야당 등 정치권에서 시작된 탈원전 국민투표 운동이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가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탈원전정책 취소 국민투표 제안' 청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운영업체인 나와(Nawah)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1일 프랑스 EDF와 바라카 원전의 운영 및 유지를 위한 장기(10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바라카 원전을 지은 한국과의 운영·유지보수 계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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