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선전매체가 25일 한국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참여에 대해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미북 비핵화 대화가 교착상태가 길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지난 16일 유엔 제3위원회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에 동참한 것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 대남(對南) 라디오방송 ‘통일의 메이리’는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7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북인권결의안 채택 놀음에 가담하였다"며 “우리의 아량과 성의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이며 북남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용납 못할 망동”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방송은 “남조선 당국은 아직도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한 현 정세 국면에서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는 인권 모략 소동이 북남관계에 진전에 돌을 던지는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의 북 인권결의안 채택 놀음에 가담한 그 자체가 미국의 반(反)공화국 적대시 정책에 편승하는 동족 대결 책동의 일환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반공화국 인권 소동은 북남 사이의 불신과 대결의 주되는 근원”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현지시간) UN총회 인권담당 제3위원회는 UN본부에서 14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의 석방, 인권 침해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 등을 촉구한다. 북한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유린을 강력 규탄하며 인권유린에 ‘가장 책임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맞춤형 제재를 개발할 것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권고한다. ‘가장 책임 있는 자’와 북한 지도층은 사실상 김정은 일가를 겨냥한 것이다. ‘북한인권 상황의 ICC 회부’와 ‘책임자 처벌’이란 표현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포함됐다.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 제3위원회는 지난 2016년부터 결의안을 전원 ‘합의’ 즉 컨센서스 형식으로 채택하고 있다. 합의는 투표를 거치지 않지만 개별 국가들이 합의에 불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장일치와는 다르다.

한국정부는 이날 총 61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의 일원으로 결의안 채택에 동참했다.

뉴욕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전면 거부한다며 반발했다. 김 대사는 "북한에서 인권유린은 존재하지 않으며 일부 탈북자들에 의해 조작된 거짓 주장"이라며 결의안 초안을 공동작성한 유럽연합과 일본을 강력 비난한 뒤 결의안 채택 전에 회의장을 퇴장했다. 그는 결의안 초안은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적대 세력의 정치적 음모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등 12개 국가는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데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에서 최종 채택이 확정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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