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중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가격 담합 조사 착수
2016년 12월, LG화학·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업체 불이익 주기도

사진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인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지난 5월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31일 중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 및 미국의 마이크론 등 3사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중국은 3사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되면 2016년 이후 반도체 판매액 기준으로 최대 80억 달러(9조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대한민국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에 대한 견제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다소 무기력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이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의 가격 담합 조사에 착수한 당시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외교부 등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반도체 관련 조사에 공정한 처리를 요구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에 대해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와 관련된 언급은 하지도 않았다. 미국은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최근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푸젠진화' 등을 마이크론의 영업기밀을 훔친 혐의로 기소하고, 푸젠진화에 자국 장비·부품·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는 강도와 비교하면 우리의 대응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5일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중 상무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업체 조사와 관련해 공정한 처리를 요청했고 6월 말에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중국에서 상무부장을 만났고 7월 말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즈앙마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장과 회담했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도 6월에 한·중 고위 경제인 대화 때 중국 고위 경제 관료들을 상대로 공정한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최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반도체 반독점 조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족 완화만 매우 완곡한 표현으로 요청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교역 투자, 인적 교류가 증가하는 등 한·중 관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양 국민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영국의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2분기 중국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시장점유율 36%, 28%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저장 용도로 주로 쓰이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47.4%에 달한다. 중국 당국이 가격 담합으로 결론 내리고 과징금 부과, 특정 메모리 제품에 대한 판매 중지까지 명령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 12월에도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격한 바 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휘발유·경유 등 화석연료 자동차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는 구매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에 중국의 보조금 지급 중단 결정은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를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 외에는 다르게 해석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중국이 명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의 영향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방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하는 사드를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 정도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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