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비상장 계열사 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 매각에 나선다. 지난 6월에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고 사업 재편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내달 1일 서브원에서 MRO 사업 부문을 분리·신설하고, 지분 50% 이상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기업 가치를 높여 매각했고, 국내 최대 음원 회사 로엔도 사들였다가 카카오에 판 적이 있는 대형 사모펀드이자 M&N 전문 기업이다.

국내 최대인 서브원의 MRO 사업 부문 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선 LG그룹이 서브원에서 분리·신설되는 MRO 회사의 지분 50% 정도를 매각할 경우, 지분가치를 감안한 매각 금액은 약 5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그룹과 어피너티는 연말까지 거래 지분과 금액 등을 협의한 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서브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및 대기업의 사업 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MRO 사업의 분할 및 외부 지분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은 LG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응하고, 경영 승계에 대한 투명성을 증명하기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이 지분 50% 이상인 자회사를 포함시키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LG그룹은 지난 9월 MRO 사업 분할 발표를 통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고,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재고한다는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나아가 일각에선 서브원은 구광모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LG가 지분 100% 보유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공정위가 '사익 편취'와 '편법 상속'이라고 공격해 들어올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LG그룹은 지난 10월에도 구광모 회장 등 LG 총수 일가가 지분 19.9%를 보유한 판토스 지분을 매각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와 더불어 구광모 회장이 역대 최고 상속세 규모인 9000억원 가량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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