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칼럼] ‘지방분권 개헌’ 또 하나의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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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1.19 09:04:41
  • 최종수정 2018.01.19 15:10
  •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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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약자, 수도권은 강자' 논리는 전형적 양극화 전략
지방정부가 세입-세출 결정하는 재정분권이 진정한 지방분권
분권개혁의 핵심은 국민 세금 낭비하지 않는 권력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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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방분권’을 포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부분 지방에서는 문대통령의 계획에 환호를 보낸다. 하지만 그 방향대로라면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질 뿐, 오히려 지방정부의 권한은 더 줄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대통령의 계획에는 지방분권의 본질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지방분권의 목표 중 하나는 ‘균형발전’이다. 지방의 사정이 수도권에 비해 열악하니 균형있게 발전하자는 것이다. ‘지방은 약자, 수도권은 강자’라고 규정한 후 ‘분권’을 통해 양극화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전형적인 양극화 전략이다. 이는 수도권의 발전을 억제하고 지방을 도와주는 것이 ‘균형발전’이라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마치 대기업은 강자이니 규제하고, 노동자는 약자이니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는 지방분권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결과다.

  현 정부가 이야기하는 지방분권에서 ‘지방’은 ‘수도권’의 반대 개념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의 본질은 수도권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반대 개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도 지방이다. ‘지방분권’은 수도권과 지방 간 권력의 배분문제가 아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권력배분의 문제다. 즉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분권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와 행정적인 기준으로 이미 ‘분권’이 되어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정부가 분리돼 있다. 이제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재정분권’이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하면 ‘세출분권’과 ‘세입분권’으로 나눌 수 있다.

  세입 관점에서 보면, 외형적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5대 5로 균등하게 배분이 되고 있다. 이미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의 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재원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다만 재원을 받는 지방 입장에선 아무리 많이 받아도 모자라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짜 돈‘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립도’라는 괴물지표도 각 지방이 거둬들이는 세입 규모를 배제한 채, 지방정부가 ‘열악한 살림’이라는 가면을 씌어 줌으로써 공짜 돈을 더 얻기 위한 논리를 제공해 준다.

  지방자립도는 전체 세출에서 세입이 차지하는 비중, 즉 ‘세입/세출’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세출은 ‘세입 + 중앙의 이전재원’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재원을 많이 이전해 줄수록 지방자립도 지표는 오히려 떨어지게 되는 구조다. 때문에 중앙정부가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할수록 지방이 열악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지표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 재정구조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 해결방안이 ‘지방분권’이다. 지방정부가 세입과 세출을 스스로 결정하는 재정분권을 갖는 것이 진정한 지방분권이란 뜻이다. 실질적으로 배분되는 국세와 지방세 5대 5 비율에서 50%에 해당하는 지방세입에 대한 세입분권을 지방정부에 주면 된다. 그럴 경우 명목상 재정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현재와 비교해서 지방의 재정규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런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 없이 알뜰한 살림살이를 하게 된다. ‘세입 내 세출’의 원칙이 자발적으로 지켜질 것이고, ‘권한과 책임’이라는 새로운 매커니즘이 적용된다. 분권의 본질은 지방정부가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권한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책임질 필요도 없었다. 따라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중앙정부 탓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분권이 실현되면 지방정부는 ‘책임’이란 새로운 짐을 지게 된다. 재원을 효율적으로 거두고 사용할 유인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분권을 논하며 균형발전을 내세우지만 이는 틀렸다. 균형은 중앙정부 만이 할 수 있다. 지금의 중앙집권제도 하에서만 균형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방분권은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이다. 지방정부 입장에선 자유를 더 많이 가지지만, 반대로 중앙정부는 균형이란 정책목표를 달성할 재원을 지방으로 모두 이전했으므로 균형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지방분권을 논하면서 지방 균형 발전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배분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된 중요한 이슈다. 그럼에도 자유민주제도를 70년 간 운영한 대한민국은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저 지방재정 확충이 재정분권인 양 정치권과 소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잘못 인지됐다. 지방분권은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국가권력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어떻게 나누냐의 문제다. 분권 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게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있다. 

  현재 논의되는 지방분권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된다. 지금처럼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통해 지역 간 대립, 분열 및 투쟁하는 분위기로 간다면 지방분권은 수도권을 향한 지방의 한풀이 수단 밖에 될 수 없다. 정치인은 이런 분열과 투쟁의 에너지를 그들이 원하는 정치구조를 얻기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할 뿐이다.

현진권 객원 칼럼니스트 (전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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