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 前 사외이사 "조사 요구하자 정치권 공격프레임에 갇힌다며 반대"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연합뉴스 제공]

서울교통공사의 김태호 사장과 이사회가 지난달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 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진상 조사 요구를 묵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진상 조사를 요구했던 사외이사 한 명은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16일 정규직 전환자의 상당수가 공사 재직자의 자녀·형제 등인 것으로 드러나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시 산하 공기업이다.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열린 서울교통공사 이사회에서 박윤배 당시 사외이사는 "당시 이사회에서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해 사실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박 이사는 당시 이사회에서 채용 비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박 이사가 김태호 사장에게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없느냐"고 묻자, 김 사장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두 공사 중 한 곳은 채용 절차가 부실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 이사가 "왜 (조사하지 않고) 감추려 하느냐"고 하자, 김 사장은 "사실을 문제 삼을 경우 공격자(언론·정치권)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채용 비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 사실이 외부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가 "인사·채용 문제와 관련해 석 달간 노조시위가 이어지다가 박원순 시장이 노조위원장과 면담하고 며칠 뒤 노사 협상이 타결됐다"며 "그 합의 내용이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았는데, 최근 의혹에 비춰볼 때 문제가 없느냐"고 질문하자 김 사장이 "별 문제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이사는 이사회 다음 날인 25일 공사 측에 사외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혔고 사표는 이달 9일 수리됐다. 박 전 이사는 "당시 김 사장이 고용 세습 의혹을 덮으려 했다"며 "교통공사에 개혁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냈다"고 했다.

반면 김 사장은 박 전 이사의 주장에 대해 "'공격자 프레임' 얘기를 한 기억이 없다"며 "'두 공사 중 한 곳의 채용 절차가 부실했다'는 것은 무기계약직 채용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였는데, 박 전 이사가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교통공사 측도 "김사장이 이사회에서 제기된 조사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당시 감사원 감살 앞두고 있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호 사장은 KT, 하림그룹, 차병원그룹 등을 거쳐 2014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교통과 전혀 관련 없는 이력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심'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 사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 이어 서울메트로 사장을 지낸 후 지난해 5월 도철과 서울메트로가 합병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됐다. 

박윤배 전 서울교통공사 사외이사는 1980년부터 13년간 노동운동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박 전 이사는 과거 집회시위법 위반 및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를 구성했다는 혐의로 두 차례 투옥된 바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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