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 움직임 주목...北 최대 우방국들도 '미국 눈치보기' 시작?

북한 신의주의 한 주민이 가을걷이가 끝난 논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북한 신의주의 한 주민이 가을걷이가 끝난 논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대북(對北)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핵리스트 제출과 핵사찰 수용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미북(美北) 고위급 회담조차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조차 미국 ‘눈치보기’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14일 연합뉴스 등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북한과 교역하는 자국 내 기업가들에게 북한에 절대로 돈을 보내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선양의 한 현지 소식통은 13일 “현재 북중 접경지역 간 교류가 7~8월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중국 당국이 중국 측 기업가들에 절대로 북한에 돈을 보내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투자 상담이나 양해각서 체결 등은 괜찮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자금 거래를 허용하지 않기로 해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전까지만 해도 북중 접경지역에선 중국 정부의 보증을 받은 해외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중국 측 기류가 이 같이 바뀌지 시작한 것은 9월 말에서 10월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는 미·중간 무역전쟁이 ‘말싸움’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이 대립하던 때와 겹친다.

미중 무역전쟁 등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협력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중국은 미중 외교·안보 대회에서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면서 북핵문제에서는 원론적이나마 미국과의 협력 방침을 재확인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해관이 발표한 올해 1~8월 북중 공식 교역액도 전년 동기 대비 57.8%나 줄어든 15억 1천만 달러(약 1조 7000여억 원)에 그쳤다.

이러한 가운데 북한의 올해 식량 사정도 좋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 소식통은 “중국 측의 비료지원이 있었지만 여름철 이상고온 등으로 수확량이 많이 않은 것으로 안다”며 “지방에서는 곡소리가 들린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보통 농산물 1년 배급치 가운데 6개월 치는 받아왔지만 양강도와 함경북도 등지에서는 올해 한 달 치 정도밖에 받지 못했고, 육류는 아예 배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통상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식량은 대규모로 불법 거래되는데 최근에는 중국에 있는 북한 사업가들에게까지 귀국할 때 옥수수 등 식량을 구매해오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전언도 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김정은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크렘린궁이 12일(현지시간) 거듭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며칠 내에 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된 게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고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페스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 싱가포르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길에 러시아 극동에서 김정은과 회담할 계획도 없다고 덧붙엿다.

그는 “김정은은 EAS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싱가포르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도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평양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이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별도로 러시아를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9월 초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러시아 사절단 대표로 방북했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김정은의 방러가 올해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진 뒤에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 2차 미북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고위급회담도 연기되는 등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북러 정상회담도 내년으로 연기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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