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일본'과 '죽을 쑤는 한국' 현주소 상징하나
10년 전 존폐 위기 겪던 도요타 작년 사상 최대실적 올해 경신할 듯
노동조합 스스로 임금 동결한 소니, 구조조정으로 부활 신호탄 쐈다
10년 전 수준으로 주가·실적 떨어진 현대차…생산량도 과거로 회귀 중
반도체 수출가격 하락세 본격화…삼성전자에 의존한 한국경제 위기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와 전자업체인 소니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반면 한때 도요타를 위협하고 소니를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위기에 빠지거나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 존폐의 위기를 겪었던 도요타의 부활이 눈에 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5조 원 가까운 적자를 내고 2009년과 2010년에는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판매가 급감해 위기에 빠졌던 도요타가 일본 회계연도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4~9월)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 회계연도 상반기에 도요타는 매출 14조6740억 엔((약 146조 원)과 판매량(529만3000대)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1조2681억 엔(약 12조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해 영업이익률이 8.6%에 달했다. 도요타는 올해 2분기 북미에서 141만대, 유럽에서 49만대, 아시아에서 81만대를 판매하면서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2~10%씩 판매량이 늘었다. 

도요타는 10년 전 '양적 성장'에 집중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화가치 급등 등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판매가 급감했다. 여기에다 2010년 가속 페달 결함으로 '1000만대 리콜'까지 발생해 최대 수출 시장이었던 북미에서 도요타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2011년 2월 창업자 3세인 도요다 아키오 회장(62)은 '도요타 재출발의 날'을 선언한 뒤 생산 공정과 조직을 개편했고 도요타 노동조합은 사측의 노력을 응원했다. 도요타 노조는 1962년 '무파업'을 선언한 후 56년째 파업을 벌이지 않고 있고 2000년대 회사가 어려움을 겪자 2003년부터 자발적으로 4년간 임금 동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도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소니는 2000년까지 일본 유가증권 시장에서 기업가치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이었지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장기간 지속된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수출에 불리했던 것이 소니의 장기 침체의 원인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자국 화폐가 고평가됐다는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엔화 절하를 이끌었고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던 소니가 다시금 날개를 펴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소니의 매출은 2조1828억 엔(약 21조 원), 영업이익은 2395억 엔(약 2조3830억 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8700억 엔(약 8조656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던 작년 7349억 엔(약 7조3122억 원)을 기록했던 것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반면 한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현대차의 주가와 실적은 10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고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업체들의 올해 국내 생산량도 10년 전으로 회귀 중이다.

지난 13일 코스피에서 현대차 주가는 장중 한때 9만9600원까지 떨어져 10만 원선이 붕괴됐다. 현대차 주가가 장중 10만 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9년 12월 1일(장중 9만9000원)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날 현대차 주가는 10만 원이 무너진 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500원 오른 10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현대차 주가는 4월 24일 16만55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다. 

실적도 근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76.0% 급감했다. 작년 3분기의 4분의 1을 밑도는 수준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갔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연초 예상치(410만 대)보다 낮은 395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금융위기 직후(2008년~2009년)를 빼고 한 번도 400만 대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삼성전자의 주력제품인 반도체 수출가격도 하락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퍼호황'이 끝나고 4분기부터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수출물가지수(2010년 기준, 2010=100)는 88.32로 전달보다 0.5% 올랐지만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 수출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4.9%, 4.3% 떨어졌다. D램 수출가격은 2년가량 오름세를 이어가다 지난 7월 43.6을 고점으로 약세로 돌아서 3개월째 내리막을 타고 있고 낸드플래시 수출가격은 작년 10월 48.6을 정점으로 12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 19.7%에서 9월 24.6%로 치솟았다. 반도체가 전체 수 출의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의존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올해 3분기에 17조5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13조6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이는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비중이 77.7%를 차지하는 것이다.

도요타와 현대차, 소니와 삼성전자의 엇갈린 모습은 요즘 '잘 나가는 일본'과 '죽을 쑤는 한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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