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에 잘못 걸리면 문 닫아야 한다"...한경 '美 금융당국 감시 강화 여파' 보도
대북 제재 준수 경고에 '살얼음'..."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할 것"
2014년 프랑스 최대은행도 '경제제재 무시'했다며 약 90억달러 벌금

 

최근 미국 금융당국이 대북(對北) 제재 이행 여부와 관련해 한국계 은행들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뉴욕의 한국계 은행들이 모두 얼어붙었다. 특히 지난 9월 미 재무부가 이례적으로 국내 각 은행에 직접 연락해 대북 제재 준수를 경고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인터넷판은 5일 저녁 뉴욕특파원발(發) 기사로 미국 뉴욕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지점과 현지법인이 송금·대출 등 핵심 업무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금융당국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 강화 요구를 견디지 못해서다. 게다가 미 정부가 국내 은행에 직접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하는 등 감시가 심해져 리스크가 있는 업무 자체를 중단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지난해 말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1100만달러(약 12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뒤 개인송금과 대출 영업 확대를 중단했다. 2016년 초 DFS와 서면합의를 맺은 기업은행도 송금과 대출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동의명령을 받은 신한아메리카은행은 작년 말부터 송금 업무를 HSBC 등 현지 은행에 외주를 맡겼다. 다른 은행 지점 두 곳도 개인 송금을 외주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에서 영업 중인 한국계 은행은 국민·신한·KEB하나·우리·기업·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있다. 이 은행들이 줄줄이 송금 업무를 중단하려는 건 송금이 AML 핵심 대상이어서다. 송금 업무를 하려면 미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고객을 알아라(Know Your Customer)’는 원칙에 따라 모든 거래에서 고객 신분을 확인하고 거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 테러단체 등의 불법자금 차명거래 등으로 합법거래를 위장했을 때 걸러내고 수상하면 미 금융당국에 신고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미 금융당국은 매년 감사를 통해 각 은행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 살펴본다. 개선할 점이 있으면 수정 조치를 요구하고 때로는 과태료를 부과해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갖추도록 강제한다.

은행 관계자는 “송금을 잘못했다가 AML을 위반하면 뉴욕 지점의 핵심 기능인 달러 클리어링(청산결제) 업무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부는 금융거래를 국가안보와 연결시켜 관리하기 때문에 우방국의 은행이라도 강력한 처벌을 한다.

한 예로 2014년 프랑스 최대은행은 BNP파리바는 미국 법령을 위반했다는 유로 89억7000만달러를 벌금으로 냈다. 혐의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시하고 이란·수단·쿠바 등과 대규모 금융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BNP파리바가 금지된 거래를 한 데다 증거까지 은폐하며 미 당국을 기만했다”며 “결과적으로 테러리스트와 인권침해 관련 국가들을 지원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뉴욕의 한국계 은행의 한 핵심 관계자는 “한국계 은행들이 미 정부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된 느낌”이라며 “잘못 걸리면 아예 뉴욕지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지점을 운영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고 한경 기사는 전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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