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전임 정부까지 겨냥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으로 '이명박 청와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78)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52)을 구속하자마자 17일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17일 오후 김백준 전 기획관과 김진모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김 전 기획관과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전날(16일) 밤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이날 오전 각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명박 청와대' 근무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혐의로 각각 16일·17일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데 민정2비서관.(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청와대' 근무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각각 16일·17일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청와데 민정2비서관.(사진=연합뉴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청와대에서 근무한 2008년 2월~2011년 12월 기간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2008년 김성호 전 국정원장 시절 기조실 예산관으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은 것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기조실 예산관에게 직접 자금을 수수한 만큼, 김 전 기획관도 상급자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두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동문으로 총무기획관 업무는 물론 개인 자산과 사적인 업무도 도맡아 '집사'로 불렸다고 한다. 검찰은 진술 내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그를 추궁해 특활비 사용처를 비롯해 윗선 관여 여부를 밝히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검찰은 또 2008년 국정원이 김 전 기획관에게 현금 2억원을 전달한 후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독대하고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전달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대면보고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주성 전 실장과의 독대 의혹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 대통령을 독대해 이같은 내용을 보고할 위치도 아니다.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사장 출신인 김 전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5000만원이 2012년 민간인 사찰 입막음용으로 사용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면서 업무상횡령 부분 관해서만 "혐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특활비를 건네받은 정황은 인정되나 뇌물로 보는 데 대해선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편 이른바 '적폐 수사'로 이명박 청와대 인사까지 구속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김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이라며 "지금이라도 이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라고만 둘러대지 말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이실직고해야 한다"고 단죄 여론을 부추겼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이 측근 수십명과 함께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그 자체만으로 이 사건이 정권 차원의 조직적 비리이자 윗선에 따른 뇌물수수였음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신속하고도 철저한 수사로 모든 의혹을 밝히라"고 주문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꼭 세워야겠다는 정치보복 일념으로 댓글 사건에 이어 다스, 국정원 특활비까지 엮어 자신의 목적에 따라 한풀이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여권을 비판했다. 이어 "촛불정신이 정치보복, 정책보복, 인사보복을 위한 촛불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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