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美대북대표, 靑임종석 만난 뒤 "제재협력 조율 강화" 실무단 출범 결정
靑 "韓美공조 그 어느때보다 긴밀, 최상의 협조관계"라더니…美국무부 쪽이 선제발표
美국무부 "비건 특별대표가 실무단 직접 지휘…모든 국가 北核 종식 위한 책임 다하길 기대"
對北대화 현황 관해선 "北과 연락하고는 있지만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가 지난 10월29일 오후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면담 요청한 임종석 비서실장(오른쪽)과 대화하는 모습. 비건 특별대표는 한국 정부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대북·대미 소통을 도맡아 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보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먼저 만났다.(사진=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근 방한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외교부·통일부 장관 등과 접촉한 뒤 북한 비핵화 및 외교, 유엔 대북제재 준수 협력 강화를 위한 한·미 양국 실무단(working group) 출범 결정이 났다.

그동안 한미공조 균열 우려가 고조돼도 청와대는 "한미 공조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다"(4월18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거나 이달 17일 들어서는 김의겸 대변인이 "최상의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걱정 내려놓으시라"고 비(非)좌파 언론들을 다그치기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정책 '실세'로 간주되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이례적으로 직접 면담한 뒤 양국 입장 조율을 위한 추가 실무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은 북측과 실무회담이나 고위급 회담 일정에는 미정(未定)이라는 입장을 내는 와중에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는 이같은 의사결정을 내렸다.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정책브리핑 문답록에 따르면,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9~30일 한국의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카운터파트들과 만났다"며 "그의 방한 목적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들을 논의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일환으로 두 정부는 우리의 외교, 비핵화 노력,제재 이행, 그리고 유엔제재를 준수하는 남북한 협력에 대한 우리의 긴밀한 조율을 더욱 강화하는 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취한 추가조치는 비건 특별대표와 그의 팀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비핵화 협상 및 제재 이행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 간에 이견이 존재하는가'란 질문에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 비핵화(에 관한)공동의 어프로치에 있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또한 '남북한 관계가 비핵화 보다 너무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일본과 한국 동맹들과 거의 매일 연락을 통해 협조하고 있다. 정부 모든 레벨에서 (협력)하고 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해 우리는 긴밀한 협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왜냐면 그 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진전을 이루는데 성공한 열쇠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등 비용 관련 '한국이 제재를 위반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면서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해 모든 국가들이 책임을 진지하게 다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재는 오늘날 우리를 (북한과의 협상에) 성공하게 만들었으며, 북한 국민들이 보다 밝은 미래로 나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동맹국,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우리는 이 통합된 어프로치에 있어 계속 긴밀히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기업인들의 개성공단 방문 허용 등 한국이 남북한 경제프로젝트에 대한 제재 제외를 요구하는데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그 점에는 특별하게 언급할게 없다"고 답했다. 
  
이밖에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미북 실무회담과 고위급 회담 일정에 대해선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실무협상은 현재 어떤 단계인가'란 질문에 그는 "비건 특별대표와 다른 사람(북한) 간의 만남 일정에 대해서는 새로 발표할 게 없다"고 말했다.  

또한 "비건 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실무회담 조율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만 북한과는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그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비건 특별대표는 30일(한국시간)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면담하고 2차 미북정상회담 준비 상황과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북한 비핵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청와대는 당일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하고 "두 사람이 '비건 대표와 한국 정부관계자들과의 의견 교환으로 한미 간 상호 입장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양국 공조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간 입장 조율을 위한 추가 실무단 출범은 미 국무부 쪽에서 선제 공개하면서 알려진 것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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