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푸팡 "중국은 외국과 협력하고 평화와 발전 집중해야"
베이징대 교수 강연에서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 비판 가해
장웨이잉 "중국모델, 개혁 역행 초래해 성장 정체시킬 것"

덩푸팡 [바이두 캡처]
덩푸팡 [바이두 캡처]

중국 개혁개방의 주인공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73)이 “중국은 냉철한마음을 지켜 주제를 잘 알아야 한다”며 시진핑 정권의 대외정책과 군사적 자기주장에 비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장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덩푸팡은 지난 달 장애인협회 회장 재취임 연설에서 “중국은 제 주제를 잘 알아야 한다”며 중국몽과 대외팽창을 추구하는 시진핑에 직격탄을 날렸다.

덩푸팡은 “중국은 현재의 위치를 냉정하게 평가해 주제를 잘 파악하고, 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화와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덩푸팡은 1968년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협박에 시달리다 베이징대 건물에서 투신, 반신마비의 장애를 겪고 있으며, 오랜 기간 중국 장애인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덩푸팡의 부친 덩샤오핑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주장했다. 도광양회는 힘이 약할 때 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치 않도록 해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로 중국의 역대 왕조들의 국가정책에서도 종종 나왔던 정책이다.

중국이들이 즐겨 쓰는 비슷한 숙어로 명태조 주원장이 천하통일을 위해 마음에 새겼던 ‘고축장, 광적량, 완칭왕(高筑墙, 广积粮, 缓称王)’이란 아홉 글자도 있다. 성벽을 높이 쌓고 양식을 모으고 황제라 칭하는 것은 뒤로 미루라는 뜻으로 적을 만들지 말고 실력을 키우라는 중국철학이다.

덩푸팡은 부친이 시작한 개혁개방과 관련해서는 "개혁개방은 수대에 걸쳐 추진되는 것이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은 계속해서 개혁개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명문 베이징대의 교수가 "중국의 경제적 성취를 '중국 모델'이라는 틀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이자 위험한 논리"이며 "중국과 서구의 피할 수 없는 갈등으로 이끄는 착오적인 인식"이라는 비판을 내놔 파문이 일고 있다.

중국 모델이란, 강력한 권력을 지닌 공산당의 일당 통치, 방대한 국영경제와 적절한 산업정책 등 서구와 다른 중국만의 특색이 오늘날 중국 경제의 기적 같은 성공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 자유주의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장웨이잉(張維迎,59)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SCMP에 따르면, 그는 지난 14일 베이징대 경영전문대학에서 '세계와 중국 경제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중국 모델론은 '착각이자,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강연에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중국 모델 덕분이 아니라 '보편 모델'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 2차 대전 후 독일·일본, 아시아 네 마리 용의 굴기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시장의 힘, 창조력과 모험심으로 대표되는 기업가 정신, 서구가 지난 300년간 축적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시행착오 없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위 중국 모델이라는 것은 서구인의 눈에는 국가 자본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자본주의는 공정한 무역, 세계 평화와 공존할 수 없으며 반드시 억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맹목적으로 중국 모델을 강조하는 것은 국영기업과 국가 역할의 팽창, 산업정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 개혁의 역행을 초래해 결국 중국의 성장을 정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강의 내용은 지난 23일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강연록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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