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지현아 北종교박해 생존자로 소개
“아파할 자유까지 빼앗겨...北주민 자유 회복되길 바라...”

미국 정부가 24일 북한의 종교박해 실태를 증언하는 탈북자 동영상을 공개했다. 오는 12월 유엔총회에서 14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제 종교 자유의 날(27일)을 앞두고 미 국무부는 이날 해외홍보 사이트인 셰어아메리카(share.america.gov)에 탈북자 지현아 씨를 인터뷰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국무부는 동영상에서 지 씨를 북한의 종교 박해 생존자로 소개했다.

지 씨는 북한에서 성경책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을 당한 경험을 증언하며 북한에는 지금도 종교의 자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영상에서 북한에서 기독교를 처음 접한 것은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기였다고 말했다.

지 씨는 “북한에서 식량난으로 350만 명이 아사할 때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엄마가 중국에 쌀을 가지러 갔다. 그때 미국, 한국 선교사님들이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조선족 교회들에 쌀과 돈을 갖다 놨다. 엄마가 중국 조선족 교회에서 쌀을 받아가지고 올 때 조그마한, 세로 8cm 가로 5cm 성경책을 가지고 왔다. 그때 성경책을 처음 접했고 하나님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지 씨는 이 성경 때문에 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공교롭게도 북한 보위부에 성경책을 뺏겼다. 북한 보위부에서 처음에 물어볼 게 있다고 오라고 해서 갔는데 가자마자 5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고 했다.

지 씨는 더 나은 삶을 찾아 네 번이나 탈북을 감행했지만 세 번 강제북송을 당했고 인신매매와 강제낙태까지 당했다고 했다.

그는 “한 번도 힘든 것을 세 번이나 북송을 당했고 네 번 탈출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처절한 인권박해를 경험했다. 인신매매라는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될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마취도 없이 강제낙태 수술을 당했는데 경찰들은 양쪽 팔다리를 잡고 입고 있던 옷으로 입을 틀어막았다”며 “침대도 아닌 책상에 눕혀놓고 혼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제낙태를 했다”고 했다.

그는 “육체적인 아픔과 고통보다는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에 허무를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지 씨는 고문을 받는 도중 기독교 신앙을 부인하고 짓지도 않는 죄를 인정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발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백성들인 북한주민들이 지금 신앙의 자유를 빼앗겼고 표현의 자유, 여행의 자유, 아파할 자유마저도 빼앗겼다는 것”이라며 “북한주민들을 대신해 혼자 나왔지만 정말 나의 목소리를 통해서, 또 나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미국의 자세를 통해서 북한주민들의 자유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지 씨의 이야기는 세계에서 종교적 박해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앞서 지난 7월말 개최한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에 지 씨를 초청했다. 지 씨는 이 회의에서 어떤 정부도 주민들의 신앙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중대한 인권침해와 유린에 대해 여전히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논평을 통해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73차 유엔 총회에서 추진 중인 북한인권결의안을 강력 비난하며 ‘인권의 정치화, 선택성, 이중 기준의 전형적 실례’라고 비판한 것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국무부 당국자는 “미국은 국제사회 동반자 국가들과 함께 북한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지독한 인권유린을 집중 조명하고 그 같은 유린의 책임 규명과 처벌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또한 외부세계 정보를 북한으로 들여보내고 북한의 정보가 외부세계로 나오도록 하며 폐쇄된 사회 내부에서도 정보가 교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노력들은 2004년 이후 유엔총회에서 채택되고 있는, 북한의 인권관행에 비판적인 연례 인권 결의안에 대한 지속적인 강력한 지지로 귀결됐다”며 “이는 결의안에 대한 폭넓은 국제적 합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유럽의회는 북한을 국가의 사상과 개인 숭배에 반하는 어떤 신앙 표현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세계 최악의 종교자유 침해국으로 지목했다. 북한의 종교 자유 침해 정도는 10점 만점에 10점으로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북한의 종교와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이 계속될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엔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다음 달 15일에서 20일 사이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후 북한인권결의안은 유엔총회로 보내져 12월 중순에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