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정책 아닌 '아무나 감사'로 변질…기업 감사 관행 문제 커
'이래도 소환, 저래도 소환'에 의원 폼잡고 젠체하는 '스노비즘' 행태
중요 국정사안 관계자로 소환 한정, 질문 내용 구체적 고지 규정화해야
연말 몰아서 하는 국감으론 정책감사 불가, '常時 국감'이 정답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

2018년 국정감사(국감)1010일 시작돼 20일 동안 이루어진다. 국감의 목적은 삼권분립(三權分立)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을 감사함으로써 견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정책 또는 미래에 시행할 예정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며 대안을 제시하는데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감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감 대상의 왜곡이다. 행정부의 정책을 감사하는 것이 국감의 본질인데 아무나/아무거나 감사하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선동렬 야구 국가대표 전임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 아시안 게임 대표선발 과정을 따져 물었다. 그런데 증인을 국감장에 불러 따질 만한 중요한 국정 사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뇌물을 받고 국가대표에 선발해주었는가 여부는 검찰이 조사해야 할 사안이었고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추궁할 문제는 아니었다. 나아가 감독의 연봉 관련 질문이나 감독이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는 국가 정책에 관계된 것이 아니어서 적절한 질문이었다고 하기 힘들었다.

국정 감사를 빌미로 기업인을 데려다 놓고 기업 감사를 하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는 문제점도 상당히 크다. ‘기업 감사는 진정 국정감사의 왜곡이다. 기업인들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 다그치고, 호통치고, 망신 주는 국정감사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 공무원도 아닌데 국회가 기업인들을 불러 야단칠 이유가 없다는 지적과 비판이 있어왔음에도 국회는 초지일관 기업인을 불러 기강잡기를 계속하고 있다.

증인으로 신청하는 기업인의 수도 지나치게 많다. 국감에 증인으로 불려온 기업인 수가 17대 국회(2004~2007) 연평균 52명에서 19대 국회(2012~2015)120명으로 급증했다. 20대 국회(2016~2017)에 와서도 연평균 96명에 달한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증인 소환 이유는 더욱 가관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감장에 불려올 주은기 삼성전자 부사장, 정현천 SK 전무, 이시용 LG 전무,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는 농어촌상생기금출연 실적이 미흡하다는 것이 이유다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조성진 LG 전자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단말기 가격 문제와 5세대 이동통신 장비 때문에 국감장 증인 소환이 의결되었다. 자발적 기업 기부여야 할 상생기금 출연 문제와 시장(市場)이 결정해야 할 단말기 가격문제에 왜 국회가 개입하여 왈가왈부하고 기업 CEO를 불러 따지고 다그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은 하루 종일 앉아서 기다리다가 5분 질문에 1분 답하는 방식으로 제대로 설명할 시간도 반론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국회의 기업CEO ‘기강잡기TV 카메라 앞에서 기업인들을 죄인 취급하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모습으로 마치 약자들 앞에서 완력을 보여주며 폼을 잡는 골목 폭력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러한 국회의원의 모습은 폼 잡고 젠체하는 스노비즘’(snobbism)적 행태와 다르지 않다. 더 가관인 것은 기업CEO ‘기강잡기에 여·야 국회의원이 따로 없이 중세 길드적 동업조합의 협동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기업인 증인 채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기업인은 부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야당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여 방북했다는 이유 때문에 총수급 기업인을 대거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하고 있다. 이래도 소환, 저래도 소환이다. ‘국정감사 포비아때문에 기업 CEO들이 추석 전후로 해외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국정감사의 대상을 행정부의 국정에 한정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규정으로 기업 경영관련 질문을 국정감사 질문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일반인과 기업인 증인채택에 대하여도 중요한 국정사안에 관계된 자로만 한정하도록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질문 내용을 구체적으로 고지하는 방안도 규정화해야 할 것이다. 국감장에 출석한 분들은 국감 증인, 참고인이기 이전에 국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대로 된 국정’ ‘감사를 위해서 국감을 연말에 몰아서 할 것이 아니라 연중으로 상시화 할 필요가 있다. 많은 학자들이 지적해 왔듯이 20일의 국정감사로는 오전, 오후 1기관씩만 감사해도 40개 기관 밖에 감사할 수 없다. 오전 9시부터 12시가지 3시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모두를 다 써도 겉핥기 국정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국감에서의 지적 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감사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러니 위원회 별로 1상시 국감체제로 바꾸는 것이 옳다.

그러나 상시 국감은 국회도 행정부도 싫어할 것이다. 먼저 국회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하고, ‘국감 스타가 될 기회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에 한 차례 장관, 공무원, 기업 CEO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스노비즘적 ’(show)의 즐거움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행정부는 여·야가 싸우느라 국감이 취소되면 최고이고 국감이 진행되어도 2~3개월만 참으면 되는데 잘못하면 1년 내내 국장급 이상의 공무원이 자료 들고 국회를 들락거려야 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몰아치고, 다그치고, 망신 주는 국회의원 갑질국정감사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한국의 국회가 시행하는 방식의 국감은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다. 방안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연초와 연중을 포함하는 상시 국감이 정답이다. 연말에 몰아서 하는 국감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 감사가 불가능해도 국회와 정부가 반대할 것이다. 국민이 국감의 개선을 꾸준히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

김인영 객원 칼럼니스트(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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