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규모 자본유출 사태 재연될 수도
실물경기 둔화하는 시점에서 금리 인상해야 할 상황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 금융시장이 비틀거리고 있다. 중국 주가와 위안화 가치가 국경절 연휴(1~7일) 끝나고 다시 개장한 첫날인 8일 동반 급락하며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2015년 말부터 2016년 사이 벌어진 대규모 해외 자금 유출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시 위안화 가치와 상하이증시가 폭락하면서 한 달 평균 900억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중국 시장의 위험신호 

8일 중국 증시의 기준 역할을 하는 상하이종합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8일보다 3.72% 떨어진 2716.51로 마감했다. 2700선은 가까스로 지켰지만 지수 하락폭은 지난 6월19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특히 경기 소비재와 정유, 정보기술(IT), 금융 업종 등이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하이증시는 올해 들어 약 18%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상하이증시의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화 가치도 약세를 나타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0.24% 오른 6.8957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환율을 올렸다는 건 그만큼 평가절하했다는 의미다.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0.5%가량 오른 6.9290위안까지 뛰며 달러당 7위안대가 뚫릴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왔다. 

●자본유출 우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위완화 약세는 국외 자본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 1년 새 7250억달러가 빠져나간 2016년 사태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말 금리 인상을 통해 미국이 긴축정책으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나오자 신흥국 시장에서 광범위한 자금 유출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중국의 외화자금 유출은 당시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3%가량 급락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 금리 인상에 중국 성장둔화가 맞물려 위안화 절하 압박이 커진 상황이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2016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7250억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중국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달러를 팔아치우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도 줄고 있다. 전날 인민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조 870억 2000만달러로 전달보다 227억달러 감소했다. 예상 감소치 50억달러의 4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6∼7월 두 달 연속 증가 추세였으나 두달 연속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지난해 7월 이후 1년여 만에 최저로 다시 내려왔다. 

●중국 당국의 딜레마

여기에서 중국당국의 딜레마는 깊어진다. 미국이 오는 12월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해지면서 중국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를 따라가야 하는데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성장세가 꺾인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선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부터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미국과의 통상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를 떠받쳐온 제조업 경기도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4개월 연속 전달치를 밑돌았다. 국유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차이신 제조업 PMI도 지난달 50.0을 기록하며 1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8월까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5.3%로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오는 15일부터 대형 상업은행과 외자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추가로 내린다고 7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15.5%인 지준율은 14.5%로 내려간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 조치로 시중에 1조2000억 위안(약 198조원) 규모의 자금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4500억 위안(약 10조7000억원)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단기 채무 상환에 쓰이고, 나머지 7500억 위안은 금융 시장에 투입된다.   

리차오 화타이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중국 정부가 금리를 올리기는커녕 유동성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금융시장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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