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3일간 2천포인트 넘게 폭락…환율도 달러당 74루피 사상 최저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인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원유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달러화가 빠져나가자 루피화 환율 가치와 증시가 폭락했고 기준금리 동결로 폭락이 더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현지시간)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인도 대표 주가지수인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 지수는 34,376.99를 기록, 전날보다 792포인트(2.25%)나 빠졌다.

지난 3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총 2천149포인트나 폭락했다. 지난 8월 말만 하더라도 지수가 39,000에 육박하며 연일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것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루피화 약세 추세도 가파르다. 루피화 가치는 이날 장중 한때 역대 최저치인 달러당 74.1루피까지 빠졌다. 달러당 루피화 가치는 올해 들어 작년 말보다 15%가량 떨어졌다.

인도 경제는 불과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2분기 경제성장률 8.2%, 외국인 투자 증가, 수출 확대 등 여러 긍정적인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장밋빛 성장이 예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경제 이곳저곳에서 '빨간 불'이 들어온 것이다.

인도 경제가 이처럼 갑자기 흔들리는 데는 무엇보다 외부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중국의 글로벌 무역갈등, 신흥국 금융 불안, 미국 금리 인상 등이다. 

가장 큰 요인은 유가 인상이다. 인도는 원유 소비량의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2017∼2018 회계연도에는 2억2천만t을 수입하는데 877억 달러(약 99조1천억 원)를 썼다. 그런데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이던 국제 유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실제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배럴당 75달러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다. 벌어 놓은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지 언론은 인도 중앙은행(RBI)이 5일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자 증시와 환율 가치 하락세가 더욱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루피화 매도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RBI는 이날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인도의 대형 금융 여신 업체 '인프라스트럭처 리싱 앤드 파이낸셜 서비스'(IL&FS)의 부실 문제가 불거진 것도 불안 요소다. 인도 인프라 프로젝트의 자금줄 노릇을 하던 이 회사는 지난 8월 말 단기 대출 등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관련 부실이 금융권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인도 정부는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IL&FS를 직접 인수하기로 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도 은행권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기 때문에 금융 분야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