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게양 日해상자위함 입항 정부차원서 문제삼은 건 文정부가 처음
1998년 DJ정부·2008년 MB정부 부산 국제관함식, 2007년 盧정부 해군 친선행사 때도 입항
文정부서 "국민정서 적극 감안해야" 요구…日 통합막료장 "내리고 갈 일 없다" 이튿날 불참결정
일각에선 '6.25 전쟁 일으킨 北 놔두고 73년 전 패망한 日에만 戰犯 시비 의문' 여론
1954년 日해상자위대旗 채택 이후 전범기 논란은 최근…北 선전매체들 '嫌日 부채질' 논평 내

지난 2007년 9월13일 인천항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전투함이 욱일승천기를 게양한 가운데 입항하고 4박5일간 우리나라 해군과의 친선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9월13일 인천항에는 일본 해상자위대 전투함이 욱일승천기를 게양한 가운데 입항하고 4박5일간 우리나라 해군과의 친선행사를 마치고 귀국한 바 있다.(사진=연합뉴스)

일본 자위대 수뇌부가 오는 11일 제주에서 열리는 해군 국제 관함식(10일부터 시작) 해상사열에 참가하는 해상자위함에 욱일승천기를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아예 해상사열에 불참키로 했다.

5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동참모본부 의장 격인 가와노 가쓰토시 자위대 통합막료장은 지난 4일 기자들에게 "해상자위관에게 자위함기는 긍지다. (자위함에서 욱일기를) 내리고 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위함기(旗)는 법률상, 규칙상 게양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결국 이날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에 "함정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일본의 행사 참여 자체가 무산된 셈이다.

앞서 한국 외교부는 자위함의 욱일기 게양 문제가 논란이 된 지난달 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측에 "욱일기에 대한 우리 국민의 정서를 적극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완곡하지만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자위함에 욱일기를 걸지 말라고 한 것이다.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함 입항을 '정부 차원'에서 문제 삼은 건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일본은 욱일기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우리 해군이 지난달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에 참가하는 일본 등 15개국에 공문을 보내 사열참가 함선에는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을 달아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일본 측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익명의 당국자 형식을 통해 "국적을 표시하는 자위함기는 국가 주권의 상징이다. (욱일기를 함선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데다 예의가 없는 행위다.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당시 방위상도 지난달 말 기자들에게 "자위함기 게양은 국내 법령상 의무다. 유엔해양법조약에서도 군대 소속 선박의 국적을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며 "(제주관함식에 갈 경우도) 당연히 달 것"이라고 말했다.

욱일기 문양은 일본 어민들이 풍어를 기원하면서 사용한 것이 오랜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욱일기는 구 일본제국주의 군대가 사용했던 깃발로 반일(反日) 진영에선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규정한다. 욱일기 문양 자체는 풍어(豊漁)와 출산·행운 등을 기원하는 일본의 전통민속적 상징으로서 기원이 훨씬 오래됐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1870년 메이지유신 직후 일본의 근대식 군대가 창립되기 시작할 당시 육군의 군기로 쓰였으며, 1889년에 해군기로 쓰인 바 있다.

일제와 직접 태평양전쟁을 치르고 패망시킨 미국도 욱일기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으며, 현재 동맹 관계로서 일본 본토에 주둔 중인 미군부대는 욱일기와 성조기를 혼합한 마크를 사용하는 곳이 부지기수라는 지적도 있다. 

독일 내 전범세력인 나치당만을 상징했던 '하켄크로이츠'와, 프로이센 시대 전부터 사용된 철십자 '다스 아이제르네 크로이츠'(현재 독일군 사용)가 구분되듯 욱일기를 전범의 상징으로 일반화하는 건 무리라는 반론 역시 제기돼 왔다. 

독일 내 전범세력인 나치당만을 상징했던 '하켄크로이츠'와, 프로이센 시대 전부터 사용된 철십자 '다스 아이제르네 크로이츠'(현재 독일군 사용)
독일 내 2차세계대전 전범세력인 나치당만을 상징했던 '하켄크로이츠'와, 프로이센 시대 전부터 사용된 철십자 '다스 아이제르네 크로이츠'(현재 독일군 사용)

일본 해상자위대는 1954년 발족 때부터 자위함 깃발로 욱일기를 채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9월 욱일기를 게양한 해상자위대 전투함이 인천항에 입항해 한국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친선행사를 가진 바 있다.

역대 한국에서 치른 국제관함식을 기준으로 봐도 현 정부에서 확산되는 전범기 시비는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부산에서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첫 행사를 했고,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두번째 행사를 한 바 있다. 당시 국제 관함식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여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는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1948년 8월15일 건국한 뒤 1950년 6월25일 북한 김일성 정권의 기습 침략으로 궤멸 직전에 이르렀는데, 유독 욱일기로만 전범기 시비가 잇따르는 데 대한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1950년 6월25일~1953년 7월27일 3년여간 우리나라는 ▲국군 사망자 22만7800명 ▲국군 부상자 71만7800명 ▲주민사망 23만명 ▲학살당한 주민 12만명 ▲실종자 29만명 ▲공업시설 45% 파괴 ▲유엔군 사망자 3만9397명 ▲유엔군 부상자 10만2912명 등의 전쟁 피해를 겪고 온 국토가 쑥대밭이 됐었다.

1950년 12월19일 흥남에서 출발하는 LST(Landing Ship, Tank)에 타기 위해 몰려든 북한 피난민들. 피난민 뒤로 야적돼 있는 미군의 포탄이 보인다.(사진=연합뉴스)
1950년 12월19일 흥남에서 출발하는 LST(Landing Ship, Tank)에 타기 위해 몰려든 북한 피난민들. 피난민 뒤로 야적돼 있는 미군의 포탄이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선 친북(親北)노선을 노골화하고 있는 현 정권에서 주류로 올라선 친북·좌파진영이 일정한 목적을 갖고 반일, 혐일(嫌日)감정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73년 전 제국주의 패망과 함께 식민지배를 거둔 일본을 '21세기 주적(主敵)'으로 삼아 전쟁·핵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북한과 결속을 꾀하는 양상으로 흘러가면서다. 미국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정상(正常)국가 한·일간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런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들은 5일 "욱일기를 버젓이 달고 들어오겠다는 것은 우리 민족과 국제사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우롱"(우리민족끼리), "욱일기는 과거 일제의 만고 죄악과 오늘의 군국주의 부활 책동과 절대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가능스러운 전범기"(메아리)라며 "반일 민심의 강력한 요구대로 그 참가를 단호히 불허해야 한다"고 혐일 여론을 부채질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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