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설비투자, 전월대비 1.4% 감소-전년동월대비 11.2% 감소
경기동행지수는 9년만에 최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설비투자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처럼 장기화한 것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전후(前後)인 1997년 9월~1998년 6월 이후 20년만에 처음이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1.4%, 전년동월대비 11.2% 감소했다. 전월비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해 미래 한국경제를 좌우할 투자 감소세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009년 8월 이후 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모두 기준선인 100아래에 머물러 있어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다만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은 1% 이상 증가했다. 현대차 등 대형 사업장의 임금협상이 8월 중 마무리되면서 자동차 생산이 전월대비 20% 이상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서비스업 생산을 포함한 전(全)산업 생산도 0.5% 늘었다. 소비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달과 비교해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설비투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3% 성장을 이끌었던 반도체 투자가 조정국면에 진입한 영향이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평균 반도체제조용기계 수입액은 지난해 8월 6010만달러에서 올해 7월과 8월은 각각 3510만달러, 3210만달러로 반토막났다. 

전년동월비 설비투자는 11.2% 감소해 지난 5월(-14.7%) 이후 석달째 두자리수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8.3% 증가했지만,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18.1%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설비투자 흐름을 예고해주는 국내기계수주는 6.8% 늘면서 석달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자·영상·음향·통신 등 민간에서 감소했지만, 공공부문 기계수주가 늘어났다.

건설투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전월비 1.3%, 전년동월비 6.2% 감소했다. 건설경기 흐름을 예고하는 건설수주 또한 전년동월비 32.1%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대비 0.2 포인트(p) 하락해 98.9까지 후퇴했다. 2009년 8월 98.8을 기록한 이후 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동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아래로 내려간 것은 경기가 수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향후 3~6개월 이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4p 하락해 99.4까지 내려갔다. 선행지수가 100아래로 내려간 것은 향후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선행지수는 지난 7월 99.8을 기록하며 2016년 8월 이후 23개월만에 기준선 100 아래로 내려간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선행지수는 지난 5월 한 차례 보합을 나타내긴 했지만, 2월 이후 7개월째 하락 흐름을 보였다.

광공업 생산 등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다소 개선됐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비 1.4% 증가해 두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생산이 6.2% 감소했지만, 자동차 생산이 21.8% 급증한 효과가 나타났다. 전년동월비로도 2.5% 늘어났다. 반도체(13.6%), 자동차(9.6%) 등의 생산호조에 따른 것이다.

소비경기 회복세는 제한적이었다. 소매판매는 전년비 6.0% 증가했지만, 전월비로는 보합이었다. 통신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 판매(2.5%)가 늘었지만,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1.8%),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3%)가 감소했다. 통계청은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야외활동이 위축된 것이 소비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파악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비 0.1% 증가에 그쳤다. 보건·사회복지(5.7%), 정보통신(1.5%) 등이 늘어났지만. 교육(-1.6%) 등에서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전년비로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보건·사회복지(7.2%), 금융·보험(4.5%) 등이 증가했지만 부동산(-5.3%) 위축에 회복세가 제한적이었다. 광공업 생산 호조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 생산이 위축되면서 전산업 생산은 전월비 0.5%, 전년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