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평양공동선언이 명시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들이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남북 협력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브래들리 뱁슨 전(前) 세계은행 고문은 1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남북정상이 채택한 평양공동선언이 ‘제재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뱁슨 고문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시도하는 모든 경제 협력 사업들은 압박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는 제재 정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 관광’이 제재 위반이 아닐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 볼 땐 미국이 달가워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벱슨 전 고문은 철도사업이 재개된다 하더라도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무적으로 철도 협력을 할 북한의 기관이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어야 하는 등의 문제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제재 위반이고 허용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재개는) 위반사항으로 읽힐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북한의 섬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월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남북 협력사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 협력사업의 경우 남북이 어떤 대가도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한국이 무상으로 철길을 깔아줘야 하고 북한도 어떤 금전적 이득을 취해선 안 된다”며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인해 어떤 회사나 금융기관들도 철도 협력사업에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브라운 교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압박은 군사와 경제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군사부문은 연합훈련 등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완화됐다”며 “그러나 경제적 압박은 아직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으며, 한국은 이 압박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정부는 제재가 해제될 것으로 내다봤을지 모르지만 이는 잘못된 예측”이라고 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한국이 미국의 최대 압박 기조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스탠튼 변호사는 “대북제재 약화는 북한의 무장해제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이는 곧 한국정부가 북한의 병진정책을 옹호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안보리 결의가 북한에 현급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북한과의 협력사업도 끝내도록 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평양공동선언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 간 철도 연결에 대해서는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는 비상업적인 공공 기반시설에 제재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남북 철도 협력사업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 같다”며 “그러나 남북을 철도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선로를 새로 깔아야 하는데 여기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고 했다. 또한 남북이 철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자재를 사용하는지, 어떻게 북한 노동자에게 임금이 지급되는 지 등 여전히 지켜볼 사항이 많다고 강조했다.

남북은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올해 안으로 동해와 서해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 또한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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