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12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야
조선시대 농민을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을 쓰겠다는 황당한 발상

이슬기 PenN 정치사회부 기자
이슬기 PenN 기자

문재인 정부가 1894년 전라도 일대에서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의 명예회복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며칠째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4일 오전 뉴스통신사를 통해 처음 기사화가 된 이 소식은 내내 잠잠하다 5일 오전 펜앤드마이크(PenN)이 기사화한 뒤 크게 이슈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과거사 새로 쓰기’는 출범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가까운 과거의 사건부터 새로 쓰이고 있다. ▲2015년 폭력 시위중 사망한 백남기씨의 사인이 정권이 바뀌자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됐고, ▲2009년 용산 철거민 반대 시위 중 일어난 사고의 원인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결론났다. 같은해 일어난 ▲평택 쌍용차 파업 진압과 ▲2008년의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2006년부터 시작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시위도 재조사를 앞두고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다 못해 백년도 더 된 역사까지 바꾸겠다는 문 정부의 발상은 이해받기 힘들다. 많은 독자들이 “임진왜란 피해자 유족은 지원 안해주냐”, “병자호란 학살도 중국에 보상 받아라”, “대한민국을 아예 조선으로 바꾸지 그러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호랑이의 후손들도 '과거사 피해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까지 소셜미디어에는 등장했다. 이제 상당수 국민은 정권이 주장하는 ‘과거사’ 얘기만 나와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번 사업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고려가 빠졌다는 점이다. 조선에 살던 동학 농민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세금을 쓰겠다는 바로 그 발상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뜻이다.

조선이 어떤 나라였나. 소수의 양반이 다수의 평민을 착취하고, 심지어는 노예로 부리던 나라다. 그래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임진왜란 당시 평범한 상당수 평민들이 왜적의 침입을 환영하고 길안내까지 하게 만들었던 나라다. 한반도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인의 탄생’을 선포했던 대한민국은 건국 그 자체로 명백히 과거와는 차별화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금전전 보상까지 따를 가능성이 있는 동학운동 후손 명예회복 사업은 엄청난 부작용과 편법을 몰고 올 것이다.

한반도라는 지역에 산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조선 농민들까지 예우해야 한다면, 우리는 이제 단군의 후예도 찾아내 대한민국의 건국공신으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해서 억지주장이라고 몰아붙일 수 있을까. 문재인 정권은 이번 기사를 접한 국민들이 임진왜란과 고조선까지 언급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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