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 8월25일 전대 애국가 제창 거부는 정치 참사
그건 해프닝 아닌 ‘운동권 정당’의 반(反)대한민국 본색이다
당 강령에도 1948년 건국 의도적으로 누락한 게 그 물증
애국가 핵심은 4절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 고백
그걸 잊고 살아온 우린 지금 국가해체의 운명 앞에 놓여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

 “시간 관계상 애국가는 1절까지만 부르겠습니다.” 국민의례 때 사회자는 의례껏 그렇게 말한다. 죄다 불러도 3분 남짓인데 뭔 시간타령일까? 애국가 핵심은 4절에 있다는 걸 모른 채 모두가 그 지경이다. 그런 ‘때우기 식 애국가’란 국물만 쩝쩝거린 뒤 밥 한 그릇을 먹었다고 트림하는 꼴이다.

보라.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 4절의 가슴 뭉클한 이 나라사랑의 다짐을 하기위해 우린 1~3절에서 동해물과 백두산, 남산 위의 소나무, 그리고 가을 하늘을 노래한 것이다. 이런 짜임새도 모르고, 건성으로 애국가를 부르는 우리의 못난 행태란 정말 한국인의 애국심 결여를 상징한다는 게 내 판단이다.

우리만큼 나라 사랑 뜨거운 국가가 또 있나? 그렇게 되물으실지 모르겠는데, 냉정해지자. 당신은 국가 간의 A매치 축구경기 때 “대~한민국!”을 외치는 걸 애국심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그건 원초적 민족감정 내지 부족의식의 표현이며, 애국심이란 그 이상 차원의 것이 분명하다.

즉 애국심이란 대한민국 이념과 현대사에 대한 이해-동의에 기초하며, 그 위에 형성된 국민적 연대감이다. 그런 까닭에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란 애국가 4절은 충성과 맹세의 가슴 벅찬 언어가 아닐 수 없다. 우리에게 그런 애국심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이 아닌데, 외국인 눈에도 그게 다 보이는 모양이다.

동서대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북한 공격으로 인한 폭침 때 정말 깜짝 놀랐다. 그 대학의 재학생 한 명도 전사했던 상황인데도 동문들은 북한의 소행에 별로 분노하지 않았다. 외려 이명박 정부가 사건을 조작했을 것이란 음모론을 믿으니 정말 희한한 나라였다.

그 사건 8년 전 효순-미선 양 사건 때 미군을 비난하는 촛불로 난리 치던 게 한국이란 나라가 아니었던가? 그들은 막상 장병 46명이 떼죽음 당하며 대한민국이 공격 받은 사건 앞에 그토록 멀뚱멀뚱했다? 그의 결론은 한국인에게 애국심, 즉 국가이성의 결여란 중증(重症)이란 것이었다. 우리 중에 애국가 4절까지 줄줄 외우는 이가 드문 건 어찌 보면 당연할까?

원로방송인 표재순(81, 전 문화융성위원장)씨가 내게 그런 말을 해준 바 있다. 자신이 1980~90년대 MBC-SBS방송에 재직할 때 기자-PD 채용 면접에선 반드시 애국가 4절까지 외울 것을 주문했다. 물론 애국가를 온전히 꿰는 이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젊은이만 욕하면 뭐하나?

이런 요지경 세상이라서 핸드폰 컬러링에 애국가를 넣은 이들의 충정을 나는 높이 평가한다. 뉴스타운의 지만원 박사, 손상윤 회장 등이 그들이다. 그들에게 전화할 때면 벽력처럼 터져 나오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소리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든다. 오늘 애국가 얘기는 당신이 짐작하는 이유 때문이다. 집권여당 민주당의 8월 25일 전당대회장에서의 해프닝 때문이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그날 사회를 맡은 의원 강훈식이 전대 말미에 “당원 동지 여러분 지루하시죠?”라는 멘트와 함께 애국가 제창을 제안했는데, 당원들이 “에이!” “부르지 맙시다!”라는 야유-반발 끝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즉 애국가 제창 제안은 엄연히 공식 행사의 하나였다.

초반부 국민의례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지만, 공당(公黨)이 그 따위면 정말 안 된다. 그게 어디 주말 캠핑장 야유회였던가? 집권여당 당내 최고 의결기구의 행사장에서 반(反)국가 행위가 이뤄진 꼴이다. 직후 “애국가 홀대하는 집권여당은 북한으로 가라”는 비판이 나온 것도 당연하다. 그동안 민주당의 친북 성향 때문에 상황이 더 고약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한 매체가 펜앤드마이크 외엔 없다는 언론 상황도 너무나 어처구니없지만 핵심을 마저 지적하자. 민주당은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담은 핵심 문건이자, 당의 헌법 격인 강령(綱領)에서부터 반(反)대한민국적 요소를 가진 ‘운동권 정당’이다. 그런 당에서 애국가 사고가 뻥뻥 터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노릇일까?

“우리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항일정신과 헌법적 법통, 4월 혁명·부마민주항쟁·광주민주화운동·6월 항쟁을 비롯한 민주화운동을 계승하고,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의 헌신과 노력을 존중하며, 노동자·농어민·소상공인 등 서민과 중산층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강령 앞부분인데, 이걸 며칠 전 살짝 바꿨다. 이른바 “6월 항쟁”뒤에 “촛불시민혁명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대목을 삽입했으니 개악(改惡)이다. 즉 저들은 임정을 말하고 4.19와 반 유신 그리고 87년 항쟁을 언급할 뿐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란 역사적 사건을 제외시켰다. 민주당이 대한민국 부정세력이란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그뿐 아니다. 1950년 6.25전쟁에 대한 언급도 없고,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의 헌신과 노력을” 말하는 척하지만 막상 당시의 위대한 리더 박정희를 외면한다. 어디 노동자·농어민·소상공인만 국민인가? 집권여당의 이런 실체에 대한 비판도 언론노조가 장악한 언론환경에선 거의 없다.

그렇다. 지난 2년 내외 이 나라 현실이 실로 안타까운 것은 지금 최악의 정치위기가 민주주의 타락과 비효율의 차원을 넘어서 급기야 체제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발견 때문이다. 내 눈에 애국가 사건은 체제 붕괴를 예고한 가슴 철렁한 징후의 하나였다. 차제에 사족 하나를 붙인다.

실은 애국가를 국가 상징으로서 규정한 법적 근거는 없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게 관습헌법이듯 애국가도 그렇다. 때문에 애국가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논의가 종종 일지만, 그걸 검토해볼만하다. 단 그와 상관없이 애국가를 잘 부르는 방식도 중요하다. 4절까지가 좀 길긴 하다. 때문에 2~3절은 생략한 채 1절에 이어 바로 4절을 부르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다. 그것도 옹졸한 편법이다. 그 1~2분이 아까워 애국가를 다 못 부르겠다는 이는 대한민국 사람 아니다. 때문에 내가 집권하면 애국가 4절까지 제창을 의무화-법제화할 생각이고, 아예 공약으로 내걸 참이다. 못난이들이 나를 국가주의자라고 매도해도 타협할 생각 전혀 없으니 그 점 참고하길 바란다.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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