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방식 자체가 잘못" 재협상요구 회피
"이명박·박근혜 정부때 韓-UAE 군사협력만 비공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기자 대상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20여 분간 모두발언을 발표하고 1시간에 걸쳐 경제, 정치·외교·안보, 사회·문화·기타(평창동계올림픽 포함) 순으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이 TV로 생중계되는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지난해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어 두 번째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외교·안보 분야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새해 맞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진행, 모두발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KTV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새해 맞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진행, 모두발언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KTV 캡처)

 

Q : 대북관계와 관련해 최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1월5일 대한노인회 청와대 초청 오찬)고 말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A :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남북관계가 개선돼야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제재와 압박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은 첫 시작으로,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에 성의를 다해 대화해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나가겠지만, 만약 북한이 다시 도발하거나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두 가지 모두를 구사하는 펼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Q : 유약하지 않은 정상회담을 구상한다면 목적과 방향,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A :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떤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 없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 

 

Q : 북한이 미국을 직접 협박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양자택일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북갈등 상황이 일어나면 한국은 어떻게 포지셔닝 할건지 궁금해하는 미국인들이 많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A : 한국과 미국은 오랜 동맹국이기도 하지만 안보에 관한 이해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것도 한국과 미국은 마찬가지다.

한미 양국은 대단히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응해왔다. 또 그러면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국제사회와 함께해 나가면서 궁극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 외교적 해법을 강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주도한 제재와 압박의 효과일 수도 있다. 남북 대화가 시작됐다. 이 대화를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고, 나아가 북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계기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그에 대해서 미국과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래서 미국도 이번 남북 대화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되기 바란다는 뜻을 함께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Q : 북한에 대해 한국은 관여정책을 추구하는데 미국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추구한다. 두 개의 정책이 부딪히는 때가 올 것 같은데 그 시기가 오면 어떻게 다룰 것인가.

A : 우리가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다.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미국과 한국은 아주 긴밀히 공조하고 있고 지금까지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에선 전혀 이견이 없이, 빈틈없이 협력해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국제 사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하고 있고, 북한이 도발할수록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높여오고 있는데 그 목표는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와서 핵이 아니라 국제 사회와 공존하는 길을 찾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이 높아지다 보면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돼서 우발적 충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그러한 긴장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으면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려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그렇게 긴장이 높아지고 우발적 충돌이 있기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이다.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더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Q : 어제 남북 고위급회담이 성사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에게 공이 있다. 제재와 압박의 효과를 보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Q : 평창동계올림픽 전까지 한국 정부가 대북 독자제재를 중단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까지 생각하나.

A : 지금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함께 맞춰나갈 것이다. 한국이 국제적인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

 

Q : 어제 남북고위급 회담 합의를 보면 북한에서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신년사에서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핵을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북핵 해결을 위해 북한의 대표단 대표로 누가 왔으면 좋겠는지, 김정은이 대표로 올 경우 어떻게 생각하는가.

A : 이제 시작이다. 어제 첫걸음인데 출발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앞서 가면서 이런저런 가정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고위급 대표단이 돼서 어제와 같은 대화의 장이 평창올림픽 기간에도 다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북한이 어느 급의 대표단을 보낼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실무적 협의를 해나가기로 했기 때문에 올림픽 기간이 다가오게 되면 가시적으로 발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 신년사에서 올해를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5·24 조치 등의 문제가 있는데 올해 안에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 있나.

A : 5·24 조치 중에서 경제적인 교류 부분, 그리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부분은 지금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재, 특히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제재 범위 속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들을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결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저는 두 트랙의 대화노력이 서로 선순환 작용을 할 것으로 본다.

 

Q :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인가.

A :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노력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 주게 되고, 북핵 문제 해결에서 진도가 나가야 남북관계가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는 관계라고 본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도 나서도록 그렇게 유도해 내는 것이다. 그런 것이 이뤄진다면 개성공단 재개라든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그 속에서 검토해나가겠다.

 

Q :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한일 위안부합의 처리 방향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결과가 아닌 것 같은데, 대통령은 만족할 수 있나.

A : 만족할 수 있겠나. 상대가 있는 일이고, 외교적 문제고, 이미 앞 정부에서 양국간 공식 합의했던 그런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방안을 이 정부가 발표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합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왜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이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또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서 마음을 다해 사죄하고, 그리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때 할머니들도 피해를 일본을 용서할 수 있고, 그것이 완전한 위안부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결이 돼야지, 정부와 정부 간에 피해자 배제한 채 조건과 조건을 주고받으며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서 그런 식으로 피해자를 배제한 가운데 문제 해결을 도모한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다. 우리는 일본에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정의 원칙에 입각한 것을 촉구할 것이다. 그러나 재협상요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Q : 어제 발표한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에 관해 묻겠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일본에 반환할 수 없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달라.

A : 우선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할머니들은 한일간의 합의에 따라 일본이 주는 돈으로 치유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할머니들에 대한 치유 조치는 우리 정부의 돈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기왕에 이뤄진 치유 조치도 우리 돈으로 대체하겠다. 그러면 이미 치유금 받은 할머니들도 떳떳할 수 있을 것이고 아직 받지 않은 할머니들도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은 어떻게 할 것이냐, 저는 그 부분은 일본과 할머니들과 또는 시민단체들과 앞으로 협의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그리고 사용에 대해서 일본과 위안부 할머니들, 시민단체들이 동의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바람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의 향후 사용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일본과 협의하고 할머니들을 비롯해 관련 단체와도 협의해나가겠다.

 

Q : 어제 아랍에미리트(UAE) 특사가 왔다. 그 나라가 왕정 국가라는 특성상 모든 것을 다 공개하기 힘들 수도 있을 텐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정도의 국민이 모르는 협정이 있었는가, 어제 만남에서 그런 협정에 대한 수정이 가해졌는가, 가해지지 않았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A : UAE와 우리나라 간에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군사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MOU(양해각서)가 체결됐다. 그러나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된 군사에 관한 협정뿐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여러 건의 협정과 MOU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상대국인 UAE 측에서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 비공개 이유였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저는 외교 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의 정부에서 양국이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의 내용 속에 흠결이 있을 수 있다면 그런 부분은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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