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유민주' 삭제 역사교과서 기준, 이달 확정…'졸속' 추진 논란
[단독]'자유민주' 삭제 역사교과서 기준, 이달 확정…'졸속'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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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내용·형식 대폭 수정
6개월 만에 개발 끝내고, 공청회도 '형식적'으로

‘자유민주’라는 단어를 삭제한 새로운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집필기준이 이달 안으로 확정된다. 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진 데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부실해 역사교과서를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2015년 교육과정‧집필기준’ 개정을 고시하고, 개정안 작업에 들어갔다. 국정교과서를 기반으로 작성됐던 ‘2015년 집필기준’을 개정하려는 목적이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해 5월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하고, 2015 교육과정 중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적용 시점을 2019년으로 연기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를 현장에 배포하지 않기 위한 조치다.

당시 교육부는 집필기준 개정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 2개월 만에 새로운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집필기준 마련에 나선 셈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작년 8월 새로운 집필기준 연구에 착수했다.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자유민주주의‧1948년 대한민국 수립’ 삭제

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공개한 새로운 집필기준 시안에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고,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자유민주주의는 모두 민주주의로 대체됐다.

반면 일제강점기와 민주화 운동 등의 분량을 크게 늘리고, ‘독재’, ‘친일파’ 등의 용어가 다시 교과서에 등장토록 했다. 또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경제 성장은 정부와 국민이 이룬 성취라는 일국적 시각에 가두지 말고 세계 경제 변동 과정에서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도 파악한다”고 적시했다. 한국 경제성장에 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역할을 축소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근현대사 서술에 적용된 역사관이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과 2주차로 열린 1·2차 공청회 사이에도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 새 집필기준을 공개하는 2차 공청회 현장에서도 “1차 공청회 이후 부분 개정한 것 치고는 새로운 내용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평가원에 따르면, 서울‧세종‧광주‧부산 등 4회에 걸쳐 열렸던 1차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한 교사는 전국을 통틀어 185명이다. 2차 공청회에 참석한 사람도 100여명 수준이었다.

●좌파적 역사관 일방적으로 반영한 역사교과서…"시간 두고 다양한 의견 들어야"

국정교과서가 ‘근현대사’ 서술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은 끝에 폐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집필기준 마련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교육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시간을 두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동북아교육대책팀은 “공문을 통해 공청회 개최를 안내했으며,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정보공개포털’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또 “전화나 이메일로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정보공개포털에는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관련해 공개된 문서는 찾을 수 없었다.

부산의 한 사회교과 선생님은 “새로운 집필기준이 마련됐다거나 공청회를 연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며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국정교과서 지우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차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던 전북대 김유리 교수는 “기존 교육과정에서 좋은 점까지 졸속으로 폐기해버린 게 아닌가 싶다”며 “너무 많이 바꾸는 것보다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는 게 낫지 않나”고 말했다.

이달 안으로 새로운 집필기준이 확정 고시되면, 출판사는 곧장 새로운 역사교과서 개발에 나선다. 새로운 집필기준이 적용된 검정 교과서는 2020년 3월부터 학교에 적용된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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