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새 이사들 제대로 뽑아라.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공영방송의 새 이사들에 대한 공모 절차가 끝났고 이제는 선출과정이 남았다. 올해는 ”이사후보자 국민의견 제출“이라는 해괴한 절차가 추가됐다. 이 절차도 7월 20일 오후 6시에 마감됐다. 부언하자면 온라인 상에서 마녀사냥을 할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에 향후 이 제도는 폐지돼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에 공영방송을 감독할 이사 선출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권 이사 선출은 현 정권과 언론노조의 영향권 내에 있기에 보나 마나 자기들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뽑을 것이기에 언급의 가치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심한 친북좌파 행태를 보인 사람들. 그리고 무조건적인 대중영합주의와 선동을 일삼은 사람들은 가급적 이사에 안 뽑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천안함 폭침이 자기가 직접 본 게 아니라서 북한이 한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사람도 이사 지원을 했던데, 그런 인사들도 배제됐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 인사는 거의 확실하게 선임될 것이란 소문이다.

그러면 정치권력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무식한 방법으로 장악한 KBS와 MBC에서 활동할 야권 이사들은 어떤 사람들이어야 할까? 여러 조건들이 있겠지만 제일 중요한 요소는 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장악돼 극단적인 편파성을 띠고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공영방송의 문제를 강력하게 견제할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는 것은 말이 쉽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의지와 능력이 겸비돼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둘 중 하나만 가지고는 턱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나팔수가 된 방송을 견제하는 것은 일단 올바른 가치관과 이념으로 잘 무장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지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단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이론과 실제에 능한 사람이어야 한다. 이 정권 저 정권에서 단물만 빨다가 갑자기 이사직에 도전한 사람들이나 어디서 뭣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이 물 흐르는 대로 살다가 홀연히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나서는 사람들에게 무슨 이념적 가치적 치열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남들은 피 터지게 싸울 때 방관만 하던 사람들은 일단 배제돼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이론적 배경 위에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고 언론노조라는 거대 권력의 악행에 맞설 수 있는 담력과 배짱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소심하고 심약한 사람도 절대로 이러한 일을 해낼 수가 없다. 입만 살아서 바깥에선 말이 많다가 막상 이사회에선 순한 양처럼 행동하고 타협과 야합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대개 이런 타입이다. 무법지대가 된 공영방송에서 마구잡이식 인민재판이 행해지고 있는 작금에 거기에 대항할 만한 뚝심을 가진 사람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요번에 공영방송에 이사에 지원한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조건에 충족되기는 커녕 도저히 이런 일을 감당해 내기에 역부족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일단 방송계에서 양지만 찾고 눈치만 보던 사람이 너무 많다. 방송 퇴직 후 안락한 노후 대책 차원에서 지원한 사람들도 보이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무조건 지원하는 상습지원자도 눈에 띈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다. 특히나 해당 방송사 출신 인사들은 이사라는 역할보다 “방송동호회장”의 입장에서 선후배 관계에 얽매여 소신을 펴지 못하고 배신과 변절까지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오죽하면 KBS MBC 출신들은 배제돼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방송사 내부 출신 인사들을 피치 못해 이사로 선정할 때에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방송사는 어떤 직종보다 기회주의적 속성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이성(理性)이나 양심, 또는 따듯한 감성따위는 존재하기 어려운 곳이 공영방송이다. 그러기에 그동안 사내에서 줄타기하면서 소신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선정되는 비극은 없어야 할 것이다.

투쟁경험도 없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투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와 과거 이사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투쟁경력이 없던 사람들은 일단 싸우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싸우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또한 과거 공영방송 사장들이나 정치인들과의 친분을 가지고 “빨대 꽂기” 식으로 임명된 사람들도 전혀 이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임기를 끝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공영방송 이사직은 정치인들이나 전임 사장들의 친분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되는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그러한 예들이 많았고, 그 결과는 언제나 거대한 실패였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지금 MBC는 언론노조 중심으로 인민재판이 횡행하고 해임이 남발되고 있다. 그런 광풍을 막아낼 자신이 없으면 아예 지금 이사직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KBS도 마찬가지이다. ‘진실과미래위원회’라는 그럴 듯한 이름을 가진 숙청위원회의 광풍이 곧 몰아칠 조짐이다. 중요 보직은 싹슬이 식으로 언론노조원들이 독식하고 있다. 기회주의적으로 언론노조에 가입해 출세와 보신을 꾀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았다.

사장인 양승동은 지긋지긋한 “세월호팔이”를 해 온 사람이지만 막상 세월호 참사 당일 날은 노래방에 가서 음주가무를 했다.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노래방에서 거나하게 논 것에 대해 언론노조 내에서 아무런 비판도 없이 타락한 곳이 언론노조이다. 부사장 정필모는 중징계 심의 중인데도 막무가내로 부사장에 임명되고 이사회에서 추인됐다. 원래 언론노조의 사장 후보자였다가 중징계 심사 중이라 어쩔수 없이 실세 부사장으로 낙착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더니 결국 부사장이 됐다. 이런 불법에 대해서도 언론노조는 말이 없다. 아니 언론노조의 작품이니 말이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어떤 본부장은 필자에게 “이사님이 끝까지 잘 버텨주셔야 합니다. 이사님이 버텨주셔서 KBS가 지탱하는 것입니다”라는 입에 발린 아부를 하다가 얼마 후 갑자기 안면을 바꾸고 “내일 당장 이사직에서 사퇴해주십시오’‘라고 겁박을 하는 곳이 KBS이다. 전임 KBS 언론노조 위원장인 성재호와 일부 언론노조 지도부가 사실상 KBS의 대소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돌고 있다. 윤인구 KBS 아나운서협회장은 그동안 최고급 승용차를 몰고 기득권층으로 살고 기득권층에 밀착한 삶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언론노조에 가입해서 노조의 “투사”로 변신했다. 불법적으로 사외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며 얻은 부당이득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하면서도 “비리 이사 퇴출“이라는 구호 선창에 앞장섰다. 앞뒤가 안 맞는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도 없다. 그리고는 ”협조“의 달디 단 과실을 챙겼다.

이렇듯 자기 보신과 출세를 위해 언론노조에 가입하고 협조한 사람들이 출세 가도를 달리거나 자리를 보존한다. 이토록 초현실주의적으로 뒤틀린 세계에서 자기 소신을 지킬 파이터가 선정돼야 그나마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야당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또한 무늬만 야권이고 정권의 방송장악에 거수기나 할 인사를 추천하는 군소 야당(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정당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이 없기를 기대한다. 이미 그런 선례가 있기에 하는 얘기이다. 그런 행태가 다시 나타날 경우 권력의 방송장악에 가담한 세력으로 영원히 역사에 낙인이 찍힐 것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KBS이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