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근 현대사, 특히 한국전쟁과 관련 한 인물 중심의 해박한 지식과 믿음직한 역사관에 매료되어 존경해 마지않던 전 월간조선 편집장 김용삼 선생께서 왜 그런 글을 쓰셨는지 놀라움에 못 이겨 펜을 들었다. 

내가 70이 가까워서 그런가. 그 글을 읽으면 처음부터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 그리고 더 읽어내려 갈수록 적대감을 느낀다. 마치 성장 한 자식이 연로한 부모에게 마구 매질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틀니딱딱, 틀딱’ 이라니. 비록 제 삼자의 조어(造語)임을 들어 간접적으로 전달 한 형식을 취했지만 결국 필자 자신의 공감을 우회하여 표현한 것이기에 더욱 고약하다. 본디 인신공격이란 논리 부족한 자의 도피성 언어폭력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을 터. 어느 노인이 필자에게 적대를 했기에 그 지경까지 되었는지. 혹 그렇다면 70세 이상 노인들을 싸잡아 공격하지 마시고 그 ‘어느 노인’ 에게 공격하시라. 서두에 가짜 우파가 의심되는 일부 전직 고위 관료들의 행보를 질타 한 것은 적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노령이라고 하여 70세를 특정하여 그 이상을 같은 족속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글귀는 유감이다. 

70세 이상 노인은 마이크를 잡지 말라고? 70세 이상과 69세 이하사이에 어떤 간극을 상정하기에 입을 틀어막으려 하시는가?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느 특정 단계에서 우열을, 또는 선악을 가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구분 짓기 어려울 만큼 미세하게 삶의 궤적을 그리며 변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경륜이라고도 하고 때로는 삶의 양식이라고도 한다. 창조의 신(神)은 그 대신 40대를 기점으로 생체적 활력을 조금씩 빼앗아간다. 그렇다면 그 경륜 플러스 남아있는 생체적 활력의 유효한 가치는 언제까지가 한계인가? 

70이라고? 동의하지 않는다. 윈스턴처칠은 77세에 영국수상이 되어 2차 세계대전중 독일과의 전쟁을 승리로 끝내고 영국을 통치했으며, 우리 모두가 그토록 존경 해 마지않는 이승만 박사는 무려 81세에 초대 대통령이 되어, 없던 대한민국을 있게 하였으며, 부자가 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 해 주었고, 젊은이의 그것을 능가하는 투지와 뚝심과 뱃장으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여 대대손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보 울타리를 쳐 주셨다. 그 위업을 받들어 열심히 노력한 우리 한국인들은 오늘날 평균수명이 40-50년대에 비해 무려 30년 이상이나 연장되어 환갑잔치가 사라진지 오래다. 누가 감히 70세 틀딱이라고 비웃는가?

우파모임에 노인뿐, 틀딱들의 잔치라고? 모르시는가? 나는 무거운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수없이 광화문과 대한문 앞을 오고 갔는데, 촛불 든 쪽은 90%가 젊은이들이었고, 태극기 든 쪽은 90%가 노년층이었다. 우파 모임에는 모일 젊은이가 아예 없기 때문임을 정녕 모르시는가?

바라노니 우파 젊은이들이여! 있거들랑 제발 좀 나와서 모여주시라! 노인들은 쉬고 싶다. 70-80 노인들이 무슨 욕심이 있어 고통스러운 몸짓을 감내하며 절규하리? 이대로 두었다간 목숨과 피땀 바치어 일구어 낸 우리의 조국 기어코 절단나고 말 것이기에 오로지 그거 하나 막자고 모인 것이 아닌가? 오로지 그대, 젊은이들의 장래가 걱정이 되어 이러는 것이 아닌가? 귀하께서는 그것이 잔치로 보였던가? 그런 어르신들을 ‘틀딱’이라는 욕설로 모욕을 주다니! 좌빨들이 만들어 유통시킨 고약한 비속어를 우리편 젊은이들의, 그것도 우파의 희망이자 보석같이 귀한 학식파 김용삼 전직 편집장의 입에서 듣게 되다니 너무나 슬프다. 

내 탓은 안 하고 남의 탓만 한다고? 누가? 70세 이상인 노인네들이? 김영삼과 노무현 시절에 좌익의 숙주역할을 했다거나 반미 내지는 좌익적 활동을 방기했다거나 대북 안보를 약화시킨 전직 고위직 인사들의 지적은 전적으로 동의함과 동시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이른바 ‘틀딱 전성시대’가 되었다는 ‘우파 생태계’가 어르신 세대 ‘틀딱층’ 때문이라고 한 글 마감은 심히 동의하기 어렵다. 

당시에 혈기 왕성했던 그 아래 세대들은 무엇을 했기에 오늘날 이지경이 되었나? 좌파정권 아래서 당시의 젊은이들이 반일, 반미, 친북, 민주화, 친노동, 재벌혁파 따위의 좌익적 구호가 난무 할 때 이를 저지하는 젊은 세력들은 아무도 없었다. 할 말 있으신가? 누구더러 감히 ‘남의 탓만 한다’고 불평이신가?

다시 한 번 묻겠다. 우파를 자처하는 젊은 그대들은 종북 좌익세력들이 극렬한 활동을 펼칠 때 그들을 향해 조직적으로 대항 한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자녀들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탓이라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노력 했다. 그러나 할 적마다 늙다리 수구꼴통이라는 딱지가 붙어 배척당하기 일쑤였다. 자식들의 친구들로부터, 전교조를 비롯한 이념 색에 물든 선생님으로부터, 때로는 불온서적에서 무차별로 주입 된, 거짓이 한껏 포함된 정보들은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그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막강한 무기가 되어, 오히려 부모를 가르치고 타이르려는 태도가 엿보여 우린 그저 기겁을 하고 주저앉기 일쑤였다. 

요즘 젊은것들은 인터넷과 다양한 정보채널을 통해 어르신보다 많고, 넓고, 깊은 지식을 갖추었다고? 그럼 어른이 훈-교육 안 해도 되나? 왜 그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올바름’은 빼 잡수셨나? 그릇된 지식은 많고, 넓고, 깊어질수록 악이 되고 독이 된다.

진짜와 가짜, 옳고 그름의 판별 기능이 없는 인터넷과 무수한 정보의 채널 숲 속에 젊은것들을 그대로 믿고 방치해 두면 될까? 그리하여 얻은 지식이 ‘사회주의가 답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광화문에 모이게 하고, IS를 신봉한 나머지 포악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향해 빨려 들어가게 해도 괜찮은가?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왜곡하여 진행하고 있는 설아무개의 유튜브 역사 강의는 젊은것들에 의해 수백만 클릭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건국역사를 왜곡하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인격을 지독하게 모독 테러 조작하여 제작한 영화 ‘백년전쟁’은 여전히 사이트를 장식하고 있는데. 그래도 인터넷을 통한 많고, 넓고, 깊은 지식 운운 하시려는가? 이런 환경에서 우파 부모들의 자식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좌파가 된다하여 이상할 것도 없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맞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아! 보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앞으로 나서서 제발 마이크 좀 가져가기 바란다. 아니면 빼앗아 가기 바란다. 그 정도 패기는 있어야 좌빨을 이길 수 있다. 가칭 ‘자유민주당’이라도 결성하여 이 나라의 X 같은 정치판에 돌풍을 일으켜 주기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지막 쌈짓돈 까지 다 풀어 내어놓겠다. 

그렇다고 ‘관속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으니 입 닥치고 있는 돈이나 다 내어 놓으라’는 투의 표현은 좀 심한 것 아닌가? 살날이 길지 않은 노년층에게 이보다 더 서럽고 지독한 욕은 없다. 게다가 젊은 좌파들이 즐겨 쓰는 대표적인 욕지거리 ‘늙다리’니 ‘틀딱’이니를 굳이 여러 차례 써가며 구사한 문장 속에는 군데군데 적개심마저 느껴진다. 하기사 나라 되어가는 꼴이 오죽 답답했으면 그리 했을까? 그 심정은 나도 같다. 노년층을 향한 필자의 회초리는 달게 받겠다. 나도 필자를 향해 회초리를 흔들었으니 여한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으나 매체를 통해 내게 전해진 그분의 인품은 충분히 믿을만 하다. 하여 나의 느낌에 글의 내용이 심히 모질고 불쾌해도 사회를 바라보는 마음이 같으므로 미워하지 않겠다. 

생각하면 피죽에 소금 찍어먹으며 가난을 이기기 위해 근로정신 하나로 청춘을 바쳤던 우리와 우리 부모 세대가 너무 불쌍하다. 어떻게 세운 나란데, 쓰러져 가는 한국호의 금자탑을 어찌 바라만 보고 있으랴! 그러나 표현대로 이제 ‘늙다리’ 약골이 되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심히 펄럭이는 태극기만 바라볼 뿐. 옆에 필자선생이 함께 있다면 그저 부등켜 안고 울고 싶을 뿐이다.

신현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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