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의식했는지 SNS불만 달래기 나선 살만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AFP/연합뉴스)

왕족의 특권 축소 및 철폐와 재정 긴축안으로 경제개혁을 노리는 사우디가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는 선심성 복지정책을 내놓고있다.

사우디는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지난해 11월 부패 혐의로 정치·경제적인 권력을 지닌 왕자와 전·현직 장관 등 200여명을 구속한 이래 ‘석유 이후’ 경제를 대비하기 위한 대대적인 재정 개선 정책을 진행중이다.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주요 정책은 왕자와 공주가 1만명이 넘는 왕가에 대한 과도한 특권과 지원 축소, 부가가치세 5% 도입, 에너지 보조금 축고, 휘발유 값과 전기요금을 각각 2배 및 3배 인상 등이다.

그러나 개선책들이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어서 대규모 서민 지원책도 함께 내놓았다.

살만 국왕은 공무원들에게 1년간 생활비 보조금 명목으로 월 1천리얄(약 28만원)을 지원한다고 6일 발표했다.

또 예멘 내전에 파병된 군인과 공무원에겐 월 5천리얄(141만원)을, 사회보장수급자에겐 500리얄(14만원)을 더 지급하고, 일반 시민이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할 때 최대 85만리얄을 보조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날 발표된 내용들이 부가세 5% 도입으로 사우디 SNS가 불만으로 도배된 것을 가라앉히려는 목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가 이번에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휘발유 값 50% 인상의 영향을 받은 점도 있다는 것을 의식했다는 이야기다.

또 전체 국민 3분의 2가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사우디는 공무원 혜택 정책이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보조금이 상당한 규모”라며 500억리얄이 넘는 재정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재정확대가 일시적인 경제성장에는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할 능력이 유지될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편 특권 축소로 인한 왕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 6일 11명의 왕자가 궁전에서 집단으로 ‘연좌 농성’을 벌이다 체포됐다. 농성 왕자들은 왕족들이 미납한 전기요금을 직접 내라는 왕의 지시를 취소할 것과 중단된 전기요금 보조금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알모젭 검찰총장은 “왕명으로 이들을 모두 체포해 알하이르 구치소에 수감했다”면서 “이번 지시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 법을 어기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응당한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우디는 미국과 주변국과의 정세에서도 곤혹스러운 위치에 처했다. 정변 당시 미국의 지지를 받은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포한 이래 아랍 국가들로부터 입장 표명 압박을 받아왔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이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라는 사우디의 입장은 확고하며 불변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미국·이스라엘 모두 이란 견제를 위해 서로를 지렛대로 삼아 온 전략이 앞으로는 모호해질 전망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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