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남북 7천만 민족의 영웅이신 세계지도자 문재인 대통령의 쾌유를 빕니다" 현수막
'대통령을 사랑하는 광주 시민' 명의로 지난달 30일경 지하철역 입구에 처음 걸려
이달 2일까지 걸려 있다가 3일 오전 사라져
"건강 회복 바라는 선한 마음은 좋지만 이쯤되면 아부의 극치"...'개인숭배' 비판도
올해 초에도 文대통령 생일축하 영상광고 지하철에 걸려 논란

지난달 30일경 3호선 경복궁역 앞에 문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의문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지난달 30일경 3호선 경복궁역 앞에 문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의문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지난달 30일경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7번 출구 앞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0년에 한번이나 나올 수 있는 영웅!

국가와 남북 7천만 민족의 영웅이신 세계지도자!

문재인 대통령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대통령을 사랑하는 광주 시민-

'감기 몸살'을 이유로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간 연가를 낸 문재인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현수막이었다. 이를 내건 사람은 자신을 '대통령을 사랑하는 광주시민'이라고 밝혔다. 왜 광주시민이 서울에 현수막을 내걸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현수막은 이달 2일 낮까지 경복궁역 지하철입구에 걸려있었으나 3일 오전 기자가 다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라졌다.

이 사진이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공유되기 시작하자 상당수 국민이 냉소와 함께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네이버 블로그 ‘GMW연합’은 ‘대통령에 대한 삐뚤어진 사랑’이라는 제목과 함께 문제의 현수막 사진을 게재했다. GMW연합은 “건강의 회복을 바라는 선한 마음은 좋으나 아부의 극치를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해 “‘100년에 한번 나올 수 있는 영웅’ ‘국가와 남북 7천만 민족의 영웅이신 세계 지도자’라고 추켜세우고 있다”며 “북한주민들이 알면 큰일 날 소리”라고 했다. 이어 “부모의 삐뚤어진 사랑이 자식을 망치듯 삐뚤어진 대통령 사랑이 행여 국가를 망치지는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에는 현수막 사진과 함께 ‘북한인민들의 ’경애하는 김일성 원수님‘이라는 우상화와 도대체 뭣이 다른가. 제발 이성을 회복하길’이라는 지적이 올라왔다. 또 ‘아픈 것도 대통령이니까 광고하나!?’ ‘기가 막힌다’ ‘낮간지럽다’ ‘민망하다’ ‘제발, 저런 건 아니다’ ‘에그 징그럽다’ ‘횃불 들고 광란의 밤을 질주하고 전 대통령을 폄하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는커녕 짓뭉개는 짓이나 하는 것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영웅인지 무능인지는 시간이 말해준다’ ‘영웅을 본 적 없나?’ 등의 부정적인 댓글이 이어졌다. 또한 ‘’시민‘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말라. 현수막에 본인 이름으로 왜 표현을 안 했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사진을 펜앤드마이크(PenN)에 제보한 서울시민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북한의 예우를 떠올리게 한다"며 "이쯤되면 독재국가의 노골적인 개인숭배와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초에는 문 대통령의 생일(1월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지하철 5‧7‧8 노선에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영상광고가 걸려 논란이 됐다.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축하 광고를 제작한 이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moon_rise_day’라는 이름의 인스타그램 소유자는 “이번 이벤트는 문재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했다”며 5호선과 7호선, 8호선 총 10개 역에 영상 광고를 송출했다.

당시 해당 광고를 접한 상당수 시민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를 지하철 여기저기에 거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소설 1984의 대형 스크린이 떠오른다” “북한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경쟁이 떠오른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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