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예정된 규제혁신점검회의,유네스코 총장 면담 모두 취소
靑, 규제점검회의 연기는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李총리 건의 때문이라고 당초 설명
'경제 성과 내겠다' 5달 만에 재차 여는 규제혁신 회의였으나 "준비 부족" 자인
해외 정상급 인사인 아줄레 총장 접견 취소 배경은 "일정 안맞아서"
고위관계자, 文대통령 귀국 이후 '건강이상' 여부에는 "저는 자주뵀다" 부인
文대통령 러시아서 24일 귀국 이후 사실상 공개활동 全無
靑대변인, '文 와병설'까지 돌자 "몸살 감기로 28~29일 일정까지 취소" 추가 해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혁신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로 예정했던 '굵직한' 일정들을 1~2시간여 앞두고 취소해, 청와대가 사후 해명에 나섰다. 청와대는 앞서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이 당일 오후 2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UNESCO) 사무총장 접견, 오후 3시 규제혁신점검회의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오후 1시30분쯤 이들 행사가 취소됐다고 재차 공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오후 2시부터 하기로 했던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의 접견은 일정이 맞지 않아서 취소가 됐다"고 밝혔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지난 26일 방한해 오는 28일까지 '아시아의 평화 재정립'을 주제로 열리는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 중이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 구축을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 유네스코도 관련 분야에서 적극 협력해 한반도의 평화에 이바지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날 문 대통령과의 접견에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의 아줄레 총장 접견 일정이 취소됐다는 소문은 오후 12시30분경부터 돌았다고 한다. 국가정상급 인사인 국제기구 수장과의 접견 일정이 불과 수시간 전에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천재지변에 준하는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라면 어느 쪽이 취소했든 상대방에게 매우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고위관계자는 아줄레 총장 접견 일정 취소와 관련 '대통령과 정상급 접견 일정인데 취소된 것이라면 문 대통령의 다른 일정이 끼어든 것인가'라는 물음에 "말할 수 없다"면서 "그쪽이든 이쪽이든 협의가 돼서 취소가 됐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오후 3시 규제혁신점검회의는 연기됐다"고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제2차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신산업 분야 등의 규제개혁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이 주재하고 각 부처 장관 및 유관기관 수장들이 대거 참석하는 초대형 회의였음에도 개최 수시간 전에 취소된 것 역시 매우 이례적이다.

당초 점검회의 1차 세션에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각 부처 장관이 신산업 분야 규제혁신 성과 및 계획을 비롯해 드론산업 육성안, 에너지신산업 혁신방안, 초연결지능화 혁신방안 등을 보고한 뒤 자유토론이 이뤄질 계획이었다. 2차 세션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이 각각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방안과 개인정보 규제혁신 방안 등 핵심규제 개선 방안을 보고하면 자유토론을 한 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강평과 문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이 있을 예정이었다. 

이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실패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청와대가 경제수석·일자리수석을 교체한 직후, 경제 성과를 내겠다며 5달여 만에 다시 여는 당·정·청 주도 규제혁신점검회의였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의 출시를 우선 허용하고, 그 이후 필요할 경우 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와 규제 샌드박스(신산업 테스트허용) 도입을 골자로 한 규제개혁 노선을 잡은 뒤로 진전이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점검회의를 앞두고 국무조정실 이하 여러 부처는 함께 작성한 수십쪽 분량의 사전자료를 전날(26일) 이미 취재진에게 전달하고 관련 설명도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돌연 취소됐다는 말이 돌자, 점심 무렵에는 취소 배경을 확인하려는 정부 부처 직원들간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 정도 내용은 민간의 눈높이로 봤을 때 미흡하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회의 일정 연기를 건의했으며 문 대통령도 이에 "답답하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만들어서 보고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회의 연기가 결정됐다는 게 청와대 해명이다.

관계자는 '어제(26일)도 이 총리가 회의 개최 여부를 판단할 시간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건 제가 총리에게 왜 늦게 결정했냐고 묻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1시간 반 정도 앞두고 취소를 발표한 건 이례적이며, 유네스코 사무총장 면담까지 취소한 것도 이해 안 간다'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없다"고 했다.

관계자는 '미흡하다, 답답하다'는 말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경고성 표현이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런 건 전혀 없다"며 "(회의) 자료는 국무조정실이 주관해서 준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속도를 굉장히 강조하셨다.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씀한다"며 "우선 허용하고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추진하는 것에 더욱 속도를 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의를 추진하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이어 "이 문제는 규제개혁과 관련된 그간의 오래된 논의가 있었고 대통령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좀 더 과감하게, 속도감 있게,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이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오늘 준비된 보고 내용은 진전은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하시면 된다"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오늘 오전 이 총리에게 (문 대통령이) 보고 받고, (회의 연기를 결정하기 전에) 임종석 비서실장을 불러서 이에 관한 회의를 했다"고도 전했다.

'대통령의 오후 일정은 없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는 "네. 없다. 어디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일정은 없다"면서 "오늘 (4차 남북정상회담 때처럼 비밀리에) 판문점 가는 일은 없으니 안심해 달라"고 했다.

'규제혁신 점검회의 취소 관련 회의가 진행되느냐'는 질문에는 "(계획이) 없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귀국 이후 건강 문제는 없느냐'는 물음에는 "저는 (대통령을) 자주 뵀다"고만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귀국한 뒤 25일 예정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도 주재하지 않았고, 26일 예정된 부산 유엔기념 공원 UN참전용사 추모식에도 기상악화의 이유로 불참했다. 러시아에서 귀국한 뒤 공개활동이 없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지난 2월27일과 6월7일 두차례 하루씩 연차휴가를 사용한 바 있다. 전자는 관저에서, 후자는 지방 모처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청와대는 사후 설명했었다. 이날 갑자기 오후 일정을 모두 비우면서 문 대통령은 사실상 세번째로 비공개리에 휴식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사진=연합뉴스)

나아가 청와대 출입기자단 등에서 '문 대통령 와병설'까지 돌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오후 5시15분 춘추관에서 추가로 해명 브리핑을 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문 대통령이) 몸살 감기에 걸렸다"며 "청와대 주치의는 대통령께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목요일(28일), 금요일(29일) 일정을 취소 및 연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대통령의 건강이 이 정도면 내일(28일)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주치의가 오후에 들어오셔서 진료를 한 뒤에 이런 당부를 주셨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규제혁신점검회의 취소는 이 총리의 건의보다 대변인이 전한 몸살 감기 사유가 더 큰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크고 적고가 아니라 그건 전적으로 총리님 의견"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유네스코 (총장 접견 취소) 건은 건강과 관련이 있다"며 "문 대통령 들어서는 처음이고 예전에는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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