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은 정도(正道)를 걸었기 때문에 184년간 장수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보수 가치의 복원'
지금 수술대에 올라야 할 환자는 ‘보수 가치’가 아닌, 보수를 표방하며 무임승차해 온 ‘보수정치인’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정직, 땀, 눈물, 그리고 결기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1. 프롤로그 

한국 정치사에 오래 남을 사진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선 당혹스럽다. 유권자에게 한 없이 겸손해야 하지만 무릎을 꿇는다고 진정성이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장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상징일 수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했다.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원회와 당의 ‘질서 있는 해체’와 혁신을 위한 구태청산TF를 동시에 가동하겠다고 한다.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를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 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념적 지평에서 인적·조직 혁신, 새로운 당 이념에 집중해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혁과 혁신이 구두선(口頭禪)은 아니다. 

‘당의 질서 있는 해체’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는 과장된 어법이기도 하다. ‘질서 있는 해체’는 기업구조조정 용어이다. 기업은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진 조직이기 때문에 질서 있는 해체가 필요하다. 정당(政黨)은 소중한 정치자산이다. 해산을 쉽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는 올해로 184년이다. 영국 보수당의 장수는 정도(正道)를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시장의 자유, 기회의 평등, 법치(法治) 등 불변하는 보수의 가치를 지킨 덕분이다. 한국당에 필요한 것은 보수 가치의 복원이지 ‘다시 헤쳐모여’가 아니다.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선거패배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거나 차기 불출마선언을 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인적 청산’이 ‘당 해산’에 비해 훨씬 합리적이다. 그리고 유권자에게도 감동적이다. 성찰이든 개혁이든 혁신이든 그 시작은 자기가 가진 것을 내려놓는 것이어야 한다. 절박함이 묻어나야 개혁과 혁신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반성과 혁신을 빌미로 물러나야 할 보수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명하고 당권을 장악하려는 것이 아닌 가 ‘의심의 눈초리’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시선을 야속하게 볼 것인 가 아니면 ‘합리적 의심’으로 볼 것인가. 당을 해산하고 당명을 새로 짓는다 손치더라도 사람이 안 바뀌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 가. 지금 수술대에 올라야 할 환자는 ‘보수 가치’가 아니라, 보수를 표방하며 무임승차해 온 ‘보수정치인’ 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당을 좌지우지해 온 당직자들이다.

 

2. 가치와 철학은 정당의 존재근거 

자유한국당은 보수가치를 깊이 천착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자문해야 한다. “미제스, 하이에크, 바스띠아, 프리드만”의 책을 일독한 적이 있는 가.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면 외부 인사를 초정해 보수가 견지해야 할 가치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한 적이 있는 가. 가치와 철학은 정당의 존재 근거다. 가치와 철학에 대해 깊은 고민하지 않았다면 정당이란 말 자체가 사치다. ‘유사(類似) 정당’일 뿐이다. 정확히는 친목모임이다.   

자유한국당은 유독 “한국에서만 보수정당이 고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가. 범세계적으로 보수가치와 보수정당이 정치적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메이, 메르켈, 마크롱, 아베” 등은 각자 지향점은 다소 다르더라도 보수 정당의 지도자들이다. 보수의 이념과 가치가 범세계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수정당은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가족 공동체의 가치와 법의 보호를 기본 철학으로 삼는다. 정부개입이 아닌 ‘시장의 활력’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공히 기울이고 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라는 주장”은 우리나라에만 있다. 철지난 사회주의 향수에 젖어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적 현실에서 보수 가치를 가진 개인들이 줄어든 것이 아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보수 가치를 정책으로 담아낼 신뢰할만한 정당을 발견할 수 없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가치를 결집시켜 정치적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데 무능했다. 그러면서도 보수층에게 무제한적인 정치적 충성심과 지지를 요구했다. 이는 심각한 무임승차다. 

자유한국당은 ‘변화를 쫒아가지 못해’ 몰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어떤 변화를 못 쫓아갔다는 것인가. 보수가치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싫은 것이다. 혹여 ‘좌클릭’에서 보수의 돌파구를 찾으려 구한다면 이는 치명적 오류가 아닐 수 없다.

 

3. 자기반성과 자학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무능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이는 탄핵사유가 될 수 없다. 닉슨대통령은 유최판결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탄핵된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대통령은 기소상태에서 탄핵당한 것이다. 이는 ‘법치’를 허문 것이다. 법치를 허무는 데 많은 구여권 인사들이 협조했다.  

한국당 임시 지도부는 ‘국정농단세력, 적폐세력, 수구세력’임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프레임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스스로 인정한다면 한국당의 재기는 불가능하다. 풍설이 아닌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고 싸웠어야 했다. 탄핵의 방아쇠가 된 ‘태블렛 PC의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이 적폐인자를 따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지 않았다. 정당과 군대는 기본적으로 전투조직이다. 전투력을 상실한 군대는 백전백패이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전투의지가 없는 정당엔 미래가 없다.  

 

 

3. '보수의견 과소표출' 편향성 논란에 눈 감을 것인가

이번 선거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졌다. 선거결과를 복기(復棋)해 보자, 후보자의 ‘직전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 간의 차이가 심각하다. 여론조사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되기에 충분하다. 보수성향 후보들의 득표율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크게 앞선다. 보수 후보의 경우 실제 득표력의 일부부만 여론조사에 반영된 것이다.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박선영 후보는 리얼미터의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 17.2%의 두 배가 넘는 36.1%를 얻었다. ‘진보’ 조희연 후보는 득표율과 여론조사 지지율이 각각 46.5%와 45.7%로 대동소이했다. 김문수·안철수 후보의 실제득표율도 여론조사 때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반면 박원순후보는 여론조사와 득표률이 대등소이하다. 이를 ‘샤이 보수’ 현상으로 치부하고 말 것인 가. 여론조사에서 진보적인 의견이 과대 표출되고, 이것이 실제 대세론을 형성해 득표로 이어질 수 있다. 강한 후보 쪽으로 지지가 쏠리는 ‘밴드왜건’이나 소극적인 유권자가 일방적인 결과에 ‘투표를 포기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자상파 방송과 포털은 어떤 행태를 보였는가. 6월 18일  열린 미디어연대 제3차 토론회 <방송은 지방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의 분석결과를 인용하고자 한다. 

“미북회담이란 新북풍과 방송장악이 완료된 지상파의 정권 맞춤형 보도로 이기기 어려운 선거였다”는 진단이 토론회 요지이다. 한 토론자는 “여당 압승 선거 결과를 모두 방송 탓으로 돌린다면 분명히 억지스럽다. 이런 선거 결과는 1차적으로 민심이 주도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2차적으로 방송이, 주도된 민심을 굳히는 여당 선거의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지상파 방송이 교육감선거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아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선거판세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직 교육감, 진보교육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지방선거는 야권의 숙명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데도 억울함을 받아줄 데도 없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한다면, “한국당이 적폐세력이라 국정농단세력이라 졌다”는 자학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방송 미디어 현실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향후 총선과 대선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저절로 개선되지 않는다. 중앙당을 해체하느니, 구폐정착T/F를 만드느니 보다 “어떻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골리앗과 싸워야 한다. 이것이 공당의 모습이다. 

 

4. 트럼프의 입만 처다 본 자유한국당: 트럼프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것 인가

미국은 천사(天使)가 아니다. 미국만 바라보며 ‘김정은 참수(斬首)’의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랬다면 지나친 표현일 가. 국제관계는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 외교에서는 항구적인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쓰라린 배신의 기억을 갖고 있다. 1905년의 ‘태프트-가쓰라’ 밀약과 1950년의 ‘애치슨 선언’이 그것이다. ‘애치슨 선언’은 한국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대만과 한국은 미국의 방어권 밖에 있다”고 선언했다. 모택동이 소련이 아니라 미국과 손잡을 경우, 한국과 대만 정도는 당신들에게 넘겨줄 용의가 있다는 ‘은밀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모택동은 미국이 내민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고 스탈린과 모택동은 새로운 중소 동맹조약을 체결했다.

보수진영에서 볼 때 북미회담은 정말 실망스럽다. 하지만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일 수 있다. ‘단기간 내 북핵 완전 폐기’가 어려우면 11월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북핵 이벤트를 여러 단계로 나눠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으로 하여금  ICBM만 포기하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트럼프는 ‘미군유해 발굴 및 송환’을 챙겼다. 미국의 대부분의 운동 경기장에는 빈 의자를 하나 남겨두고 거기에 ‘돌아오지 못한 장병을 위한 의자’라는 팻말을 붙여 놓는다. ‘Empty seat for POW-MIA’이다. POW는 전쟁포로(Prisoner of War), MIA(Missing in Action)는 전장에서 실종된 장병을 의미한다. 그만큼 미국인 들은 전몰자에 존경심이 높다. 트럼프기 CVID를 포기하면서 지켜낸 것은 유해발굴이다. 그는 국내 정치적 소득을 극대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 포위전략을 통해 미국과의 차이를 벌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G2란 용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트럼프다. 사나리오에 가깝지만 ‘북한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쓸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은 미·중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다. 미국은 합리적 이성에 의해 작동하는 자국 국익 우선의 나라일 뿐, 결코 한국의 안위를 위해 헌신하고 한국이 요구하는 대로 주는 마음씨 상냥한 천사(天使)가 아니다. 자유한국당과 우파진영은 트럼프를 짝사랑했다. 

 

5. 한국의 통일비용에 대한 아젠다 설정에 실패했다

2000년대 초반 독일은 통일 후유증에 시달리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성장률을 기록해 ‘유럽의 병자(病者)’란 별명을 얻었다. <표-1>은 통일을 전후한 독일의 국내총생산 변화 추이와 주변국 국내총생산 추이를 비교한 것이다. 1986년 경상달러표시 구매력평가 GDP를 분모로 독일이 통일을 이룬 1990년 경상달러표시 구매력평가GDP를 분자로 했을 때의 비율은 5나라 모두 “1.2995~1.3201”의 좁은 범위에 들어온다. 

‘1990/1986’의 비율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1.3201)를 유지했던 독일의 성장세가 곤두박질쳤다. ‘2002/1991’의 비율은 1.4112로 독일이 제일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독일은 통일의 후유증을 겪었다. 2000년대 초 ‘유럽의 병자’란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조치가 취해진다. 그것이 유명한 슈레더 총리가 이끈 ‘하르츠 개혁’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5월 14일 영국 유리존SLJ캐피털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부담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10년간 2조달러(약 2137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요 자금을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이 4등분하면 한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18.3%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이 비핵화 비용을 전담하면 경제적 타격은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의 통일여건은 독일보다 훨씬 불리하다. 통일 당시 서독 대비 동독 인구는 작았고 동서독간 경제력 차이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다. 한국은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통일문제에 답안지는 백지다. 아젠더 세팅을 포기한 듯하다. 자유한국당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문정부를 철저히 견제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군사적 압박 수단을 동원하기 어렵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명분이 떨어져 미군 철수가 현실화되기라도 하면 ‘힘의 공백’이 생기게 된다. 북핵을 제거한 뒤 평화협정 통해 종전으로 가야한다. 

남북간 긴장이 완화되고 교류가 활성화된다 해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우리는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백두혈통 세습체제” 간에 ‘제3의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2국가 체제’로 간다 해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우리는 결정적으로 불리해 진다. 자유한국당은 그저 손을 놓고 있었다.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미국교포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   

 

6. 품위 상실의 혹독한 댓가

품위는 일종의 매력자본(erotic capital)이다. 품위를 잃으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홍준표 대표는 남에게 큰 손해를 준 것이 없음에도 인심을 잃었다. 홍대표는 일련의 남북대화 기류 속에서도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는지 모르겠다", "위장평화쇼"라는 비하발언을 쏟아냈다.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등의 여과되지 않은 발언도 부정적 이미지를 키웠다. 가장 큰 독설은 “춘향인 줄 알았더니 향단이”라는 발언이다.

이보다 더 부적절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말은 없다.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됐다. 국민들이 옛 향수에 젖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탄핵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이다. 유죄확정이 아닌 공소장이 탄핵절차를 정당화 시키지는 않는다. 법치 붕과에 대해 한번이라도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사과한 적이 있는 가. 그 수많은 이합집산을 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선을 긋지 못했다.

홍 대표가 주도한 공천도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저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천했던 배현진 후보가 낙선했다. 전략공천을 한다고 인지도가 갑자기 높아질 수는 없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저지를 말로만 외쳤다. 배현진 카드가 자유한국당의 투쟁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전투력을 상실한 그냥 웰빙 정당이었다.

 

7.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하는 지식인 모임이 성명서를 냈다

극히 작은 교수와 지식인 들이 문재인 정부의 “국가개입주의에 이끌린 파행적 경제위기 극복을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문정부를 비판하는 첫 번째 성명서일 수 있다. 그동안 공당인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했는가를 묻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 1년차인 현재 한국경제는 미증유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실업률(3월 현재)은 4.5%로 200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으며, 청년 실업률은 11.6%에 이른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증가는 2018 년 2월 이후 3개월 연속 10만명 초반 대에 머물러 고용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3월 현재)도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였던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저이다. 

경제위기는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잉태되었다. 경제는 초기화(reset)되지 않기 때문에 ‘2017년 5월’ 당시의 경제 현실을 냉정하게 천착했어야 했다. 세계성장률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국가’로 전락한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음에도 당시 위기 상황을 직시하지 않았다. 집권 후 첫 행선지는 ‘인천공항공사’였고 첫 정책 작품은 ‘11조원 추경’ 편성이었다. 정부는 한국 경제에 대한 긴 호흡의 정책구상을 전혀 갖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후적인 물리적 평등’의 실현을 위해 ‘국가개입주의’의 길로 들어섰다. 국가가 ‘최대의 고용주’여야 하며,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운영 구호가 ‘국가개입주의’를 웅변하는 것이다. 

문정부는 오만했다. 정권은 선거를 통해 국가경영을 임기동안 위임받은 대리인으로 정권이 국가위에 있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을 ‘국가접수’로 여긴 것이 아닌 가 의심된다. 정부산하 16개 위원회 외부인사의 62%가 민변과 참여연대 등 좌파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한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편협한 ‘인재 풀’에 매이면 집단오류를 범할 수 있다. 쏠림현상은 당연한 귀결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행태는 독선적이고 정직하지도 않다. 국가 정책은 기업 전략과 달리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이론적으로 정책적으로 그 유효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이를 맹신(盲信)했다. 2018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소득주도성장을 맹신했기 때문이다. 임금이 급격히 오르면 한계계층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이들이 속한 저소득층의 소득이 감소해 소득분배가 악화된다. 상식적인 내용이다. 통계청의 '올해 1분기 가계소득동향 조사'가 이를 확인해 주고 있다. 

이 같은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통계를 오독해 가면서까지 자신의 정책실패를 가리고 있다.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견강부회가 그것이다. 근로자 가구에는 무직 또는 자영업자 그리고 실업자가 빠진다. 최저인금 인상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제외시킨 정책효과 분석은 일종의 정권의 ‘도덕적 해이’다. 심하게 말하면 ‘정책사기’다. 

노동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으면 기업은 해외로 탈출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국부의 원천’이다. 판박이 식의 경제민주화는 재고돼야 한다. 노키아와 코닥의 실패는 ‘변신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배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모범답안이 없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함몰되어 기업의 경영자원을 기업경쟁력 강화와 무관한 쪽으로 낭비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영권이 흔들리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없다. 

국력방정식이라는 것이 있다. “국력(P) = (영토 및 인구(C)+경제력(E)+군사력(M))*(전략(S)+국민의 의지(W))”이다. 아무리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으며 경제력이 탄탄하고 군사력이 커도 ‘국가전략과 국민의 의지’가 약하면 국력은 크게 저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전략은 우물안 개구리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경제 지력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이 그만큼 견제하고 비판할 소재가 많다는 것이다. 

국력 방정식에서 힌트를 얻어 정권의 향배를 정해줄 민심지수를 설정해 볼 수 있다. 민심의 향배는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국민은 꿈이 아닌 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정권에 대한 민심 = [(낮은 경제관리능력+ 선거압승에 따른 독선)*(국민의 기대수준)]/ 경제성과

문정부의 경제관리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해서 더욱 더 정책도그마에 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란 구호로 인해 국민의 국가에의 기대수준은 매우 높아진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의 성과가 낮으면 정권에 대한 민심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물은 배를 띠울 수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8. 에필로그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에 분노한 것은 100석이 넘는 의원을 가진 거대 야당으로서 문정권의 독주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도대체 뭘 했냐는 것이다. 투쟁의지가 실종된 ‘초식동물’로 변한 자유한국당에 대한 질타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선거도 끝나고 북미회담도 일단 끝났다. 술 깨면 계산서가 날라오는 법이다. 지난 2월에 졸업한 그 많은 대졸자 지금 어디에 있는 가에 관심 돌릴 때가 됐다. 직장에 있는 가 아니면 ‘방콕’하고 있는 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

경제는 정직하다. 지름길도 없고 용서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대세인 데 우리만 법인세를 올렸다. 무역전쟁을 치를 만큼 국익(國益) 우선주의를 외치는 데 우리는 태평성대다. 한미 간에 금리도 역전됐다. 돈은 자신을 높이 쳐주는(고금리) 곳으로 흘러들어가게 돼있다. 우리는 최저임금의 효과도 아전인수 격으로 자기합리화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 지자체 선거 공약을 분석하면 총재정소요가 2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물으면” 큰 실례가 된다고 한다. 국민들은 청년수당, 청년배당, 아동수당, 노인수당 등에 취해있다. 아직도 포퓰리즘의 주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정부는 공공일자리에 목을 매고 있다. 공무원 1사람 모집공고를 내면 100명이 준비한다. 그럼 나머지 99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무원 시험은 한번 뛰어들면, 시험과목 때문에 lock-in 될 수 밖에 없다.   

자유한국당에게 필요한 것은 정직과 땀과 눈물 그리고 결기이다. 다음 총선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끝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이념과 전투의지 그리고 품위를 잃으면 미래가 없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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