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소관 부처 협의도 되지 않은 사안을 공식행사서 언급...'가벼운 처신' 비판도
李 “장사정포 후방 이전 논의되고 있어”...국방부 "논의한 적 없다“
총리실 해명 문자 “내부서 검토한 일...남북장성급회담서 공식논의되진 않아”
향후 후속회담에서 장사정포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공식 행사에서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이전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관련 부처인 국방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68주년 6·25전쟁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68주기 행사 기념사에서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고, 한미 양국은 연합군사훈련의 유예를 결정했다”면서 “남북한 100명씩의 이산가족이 8월 하순 금강산에서 재회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장사정포 후방 배치 논의는 이미 국방부가 부인했던 사안이다. 국방부는 지난 14일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 철수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해왔다. 국방부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장사정포 후방배치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 없다”며 두 차례에 걸쳐 부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국방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같은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국방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후방 이전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우리 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면서 “해당 발언의 사실 여부는 총리실에서 해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장사정포 후방이전 문제는 향후 남북군사회담에서 논의될 만한 과제의 하나로, 우리 내부에서 검토한 일”이라며 “남북장성급회담에서는 아직까지 공식논의되지 않았다”고 해명자료를 내놨다. 이어 “총리의 발언은 이런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은 소관 부처 등과 협의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다소 가볍게 처신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잘못된 정보를 말했을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혹은 국방부에서 논란을 직접 부인했음에도 이와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아직 외부공개 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이미 논의가 오고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북한 장사정포는 서울 등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어 북측의 최대 위협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는 최대 사거리 60㎞인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최북한은 이런 장사정포를 15~20개 대대 300~400문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북한 장사정포는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까지 공격할 수 있는 무기로,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할 때 근거가 되는 무기이기도 하다.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이전을 제안하며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화력여단 등 한ㆍ미 전력 축소ㆍ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 또한 향후 후속회담에서 장사정포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총리는 이날 행사에서 북한이 미군 유해의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전사자 유해를 찾아 정중히 안치해드리는 일도 북한과 협력하며 서두르겠다”면서 “DMZ의 유해발굴이 시작되면 해외참전용사들의 유해도 함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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