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별도 입장문서 "의총 두번 뿐에, 중앙당 해체·비대위 준비위 구성 명백한 월권"
초·재선 의원은 71명 중 53명 모여 '다수의견'으로 "김성태 원내대표 유임" 결정

사진=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사진=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내 4선 이상 중진 의원 6명이 25일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대행직 사퇴는 물론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20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5선의 심재철 의원은 이날 이주영(5선), 정우택·유기준·홍문종·나경원(4선) 의원들과 전날(24일) 저녁 모임에서 공감대를 이룬 입장문을 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투톱'이었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마치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어 또 다시 민심을 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책이라고 제시한 중앙당 해체 등은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패배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따져도 모자랄 정도로 실패한 판에 선거 패배의 대책이랍시고 '원내정당'을 들고 나온 것은 심각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이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김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고 길을 열어줘야 한다. 후임 원내대표는 규정에 따라 의원들이 기한 내에 뽑으면 된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물러나야 할 사람이 벌인 무책임하고 월권적인 행동에 불과하다. 준비위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책임정치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이행되지 않는 정당에 국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겠는가. 사즉생이다"고 덧붙였다.

사진=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사진=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페이스북

나경원 의원은 별도의 입장문에서 "6.25전쟁 68주년, 수많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깊이 감사하며 기억하는 하루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는 흔들림이 없어야 하건만, 이를 책임지고 계승해야 할 보수정당으로서 당의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잘못 가도 한참 잘못 가고 있는 것"이라고 김 권한대행의 당 운영을 비판했다.

나 의원은 "(김 권한대행이) 사망선고 수준의 지방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단 두번의 의원총회만을 개최했다. 그 내용은 더욱 참담하다"며 "첫번째 의총에서는 의원들간의 토론도 없이 반성 퍼포먼스만 서둘러 하려다가 이의제기를 받더니, 사전 고지나 논의도 없이 무릎꿇는 퍼포먼스를 강행해 빈축만 샀다. 두번째 의총 소위 '박성중 의원 메모'를 이유로 김 원내대표의 사퇴여부에 대한 치열한 계파싸움만 했다"고 짚었다.

그는 "그 사이 김 원내대표는 조기전대 반대 및 비대위 구성결정, 당해체 쇄신안 발표, 비대위 준비위 구성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지금의 수습과정은 원인진단부터 해법까지 모두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시간만 끌고 있는 형국"이라며,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지난 2016년 20대 총선 참패 이후 두번의 비대위 모두 혁신에 실패했음을 상기시킨 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말씀대로 '우리가 잘못해놓고, 뒷정리는 다른 사람이 해달라고 책임을 미루는 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중앙당 해체 발표에도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이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발표할 사안이 아니었다. 권한대행에게는 비대위 구성 및 전당대회 준비 권한만이 있을 뿐"이라며 "당헌, 당규에 따르면 당대표 궐위시 두 달안에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비대위가 몇개월이든 무한히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당헌당규의 취지에 반한다"고 적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총에서 어떠한 논의도 없이 모두 준비위가 결정한다는 것은 명백한 월권에 해당한다. 더욱이 준비위 구성을 보면 지난 의원총회에서 앞장서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사퇴 반대 의사를 표명한 분들"이라며 "김 원내대표는 더이상 독단적, 편향적 결정으로 시비거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의총 및 중진의원 회의 등 최대한 다양한 채널을 통한 당내 의견수렴에 힘을 쏟아야 한다. 본인의 거취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당내토론부터 치열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런 중진들의 행보와 달린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김성태 원내대표 유임'과 함께 계파갈등 봉합에 뜻을 모았다.

초·재선 통틀어 71명 중 53명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 진로를 논의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고, 39명이 돌아가며 발언했다고 한다. 재선 모임 간사 박덕흠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다수 의견"이라며 이같이 전한 뒤 비대위 등 혁신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의총을 이른 시일 내 소집할 것을 지도부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 협상 등을 위해 원내대표직 사퇴는 만류하는 입장이지만, 권한대행직 유임까지 지지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초·재선 의원들은 혁신안을 둘러싼 내홍에 대해서도 "한국당내에는 계파가 없다"며 "마치 언론에서 계파가 있는 것처럼 비쳐져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 박덕흠 의원은 최근 논쟁들이 계파 갈등처럼 보인 것은 "박성중 의원(의 '복당파 조찬 메모' 파문) 때문에 불거진 일이기 때문"이라며 "박 의원이 윤리위에 회부됐기 때문에 (의원들 차원에선 정리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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