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영욕 함께한 3김시대 마지막 풍운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별세했다. 이로써 과거 고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른바 '3김(金)'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아침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순천향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향년 92세다.    

김 전 총리는 지난 한달동안 노쇠현상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김 전 총리는 공주중ㆍ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3김은 YS(김영삼), DJ(김대중), JP(김종필)로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에 저항하는 야당 정치인이었으며, 김 전 총리는 박정희 정권의 후계자를 꿈꿨던 인물이었다.   

김 전 총리는 1961년 처삼촌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ㆍ16 혁명에 가담하면서 현대 정치사의 전면에 등장했으며, 같은 해 제1대 중앙정보부를 창설, 초대 부장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이후 1963년공화당 창당을 주도했다. 그리고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됐되며 공화당 당의장에도 임명되는 등 정치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1971~1975년 제11대 국무총리도 지냈으나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고 5공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그는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지목돼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미국으로 쫓기듯 떠났다.

1986년 귀국한 김 전 총리는 5공 정권 하에서 호텔 방을 옮겨 다니며 비밀리에 옛 공화당 세력을 규합,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했다.

이듬해 김영삼, 김대중과 함께 대선에 출마해 정치적 비상을 보여줬던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35석을 확보, 정치 일선에 복귀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러나 1990년 1월 '3당 합당'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반전시켰고 여권으로 옮겨온 그는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를 지원했다.

민자당 최고위원에 이어 당대표까지 맡으며 김 전 총리는 여당을 이끌게 됐지만 당내 견제와 계파 갈등으로 탈당을 하게 됐다. 탈당한 김 전 총리는 자신이 창당한 자민련이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50석으로 원내 입지를 구축하자 다시 힘를 얻었다. 

여세를 몰아 1997년 대선에 나섰지만 '여야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합의, 결정적인 순간에 김대중 후보에게 힘을 보탬으로써 또다시 '킹메이커'에 머물렀다. 김대중 정부 당시 1998년 제31대 국무총리를 맡았다.

김종필 전 총리는 17대 총선에서 10선을 꿈꿨으나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추진에 가담, 역풍을 맞아 비례대표 1번인 자신조차 낙선하는 수모를 겪었다. 김 전 총리는 6ㆍ7ㆍ8ㆍ9ㆍ10ㆍ13ㆍ14ㆍ15ㆍ16대를 거치며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아들 진씨, 딸 복리씨 1남1녀가 있다. 이날 오전부터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많은 조문객들이 찾고 있다.

1962년 중앙정보부장 신분으로 한일 국교수립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귀국해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을 만나는 모습.

 

한편, 김종필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외국 언론들도 김 전 총리의 별세를 비중있게 전했다.

AP통신은 이날 '한국의 전 총리이자 정보기관 창설자인 김종필씨가 숨졌다'는 제목의 장문의 기사로 그의 사망 사실과 정치 이력을 상세히 소개했다.

AFP통신은 김 전 총리에 대해 한때 한국 보수정치의 1인자였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1980∼1990년대 한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으로 여겨진다고 언급했다.

일본 언론들도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도 김종필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속보를 통해 신속하게 전하며 고인과 일본과의 관계를 조명했다.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이날 김종필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면서 김 전 총리가 생전에 했던 발언들을 재조명하는 등 집중 보도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海外網)은 국 매체를 인용해 속보로 전하고 그의 이력을 별도로 자세히 소개하며  김 전 총리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로 두 차례 국무총리를 역임했으며, 1961년 중앙정보부 초대부장을 맡은 인물이라고 전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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