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자격 '중앙당 해체'·'보수이념 해체' 등 일방선언에 비판 다수
박성중 메모로 김성태, 김무성 거취까지 도마위…朴, 비공개 해명 불구 내홍 깊어져

자유한국당이 21일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의 공론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일명 '박성중 의원 메모' 파문과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사퇴론을 둘러싼 논쟁으로 5시간여 동안 공전하다 아무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5분까지 약 5시간15분 동안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었다. 당 소속 의원 113명 중 90여명이 참석했고 40명에 가까운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섰다. 이날 의총에서는 김성태 권한대행에 대한 책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옛 비박(非박근혜)계 중 바른정당 복당파 중심 의원들과 옛 친(親)박계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간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5분 무렵까지 5시간여 동안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구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방불케 하는 논쟁만 벌인 뒤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쳤다.(사진=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5분 무렵까지 5시간여 동안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구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방불케 하는 논쟁만 벌인 뒤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쳤다.(사진=자유한국당)

먼저 김진태·이장우·이양수·이완영·신상진·정용기 의원 등 10여명은 김 권한대행이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행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권한대행이 '중앙당 해체', '보수이념 해체' 등을 독단적으로 선언한 데 대한 절차적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계파색이 옅은 두 4선 의원이 문제 제기에 앞장섰다. 신상진 의원은 "지방선거 참패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로서 사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특히 쇄신안과 관련 "의원들끼리 합의된 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민주적인 절차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선교 의원은 "친박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선거 (패배) 책임도 있고 대행을 맡으면서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이었고 그로 인해 분란만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김 권한대행을 직접 겨냥해 "원래 물러나야 될 사람"이라며 "홍준표나 김성태나 거기서 거기다. '홍이 없으니 내가 해보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다. 그럴 권한도 자격도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김 권한대행의 자학적인 '우편향·수구적 대북관' 주장에 관해서도 "섣부른 '좌클릭'은 안된다. 원내대표가 정할 사항이 아니다"며 "여긴 바른미래당이 아니다. 우리의 이념과 가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담는 그릇이 문제였다. 빨리 다음 사람에게 물려주고 내려오라"고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친박 핵심 모인다", "세력화 필요", "목을 친다" 등이 적혀 있어 계파 갈등의 발단이 된 초선 박성중 의원의 '복당파 조찬모임 당시 휴대전화 메모'에 대한 추궁도 잇따랐다.

구 친박계 재선 이장우 의원은 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고, 일부에서는 박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진상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김 대행은 징계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사를 내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재선의 김기선 의원은 이와 관련 "문제제기가 많이 나왔다"며 "언론에 알려져서 마치 당에 해묵은 계파들끼리 다툼하는 양상으로까지 비치도록 인식하게 한 것은 큰 실수"라고 했다. 

이완영 의원도 "박성중 메모 공개 사건은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그 모임에 김성태도 참석했으니 책임져야 한다"며 "자신은 아닌 척 계파를 청산하자고 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물어 신임을 묻는 사퇴 표결을 붙이자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다음 의총에서 추가 논의키로 했다. 이철규 의원은 "(박성중 의원 건이) 씨앗이 돼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마무리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5분 무렵까지 5시간여 동안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구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방불케 하는 논쟁만 벌인 뒤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쳤다.(사진=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은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5분 무렵까지 5시간여 동안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6.13 지방선거 참패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구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방불케 하는 논쟁만 벌인 뒤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마쳤다.(사진=자유한국당)

김 권한대행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수습과 앞으로 진로에 대해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며 "제시된 의견과 내용을 중심으로 당이 혁신하고 변화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복당파 의원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김 권한대행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 권한대행이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키는 데 공을 세운 상태에서 책임론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취지로 김 권한대행을 감쌌다. 

궤멸 직전에 이른 당 상황에서 김 권한대행이 물러나면 누가 나서겠냐는 회의론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강석호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민낯이니 언론들이 쓰지 말라"며 "기자들이 자꾸 내뱉으니 당만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이은재 의원도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극히 소수 의원들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책위의장인 구 친박계 함진규 의원은 "잘 해보자는 자리"라며 메모 파문에 대해서는 "자기들끼리 모이면 무슨 이야기하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내분 자제를 요청했다.

메모 파문의 장본인인 박 의원은 의총 초기 해명을 위한 공개 발언을 신청했으나, 김 권한대행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이 비공개 발언을 종용해 취재진을 모두 물린 뒤 해명했다.

복수의 참석 의원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 19일 복당파 조찬 후 초선의원에서 모임 휴대전화를) 잠시 보는 사이에 언론 카메라에 찍힌 것", "'목을 친다'는 부분은 친박계가 (세력화 후) 비박계의 목을 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적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구 친박계 민경욱 의원 등 일부 초선 의원 사이에서 비박계 수장격인 6선 김무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전날(20일) 8선의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탈당 선언한 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탈당론'을 제기한 초선 의원과 이에 반대하는 3선 의원간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백가쟁명식 논의라는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고 한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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