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대전현충원에서 추념식 거행, 정부·정치권·각계 시민 참석
'독립' 앞세우고 '순직자·경제발전 주역·민주열사'까지…현충일 계기 6.25 전몰자 추념은 축소
하루 전 靑 보훈가족 오찬에 세월호 유족·민주화운동 기여자도 초청
與 추미애 "국가유공자·유가족 위로, 국민과 함께 한반도의 봄 만들것"
野 홍준표 "애국열사 희생이 자유대한민국 보루" 바른미래 "이상주의 평화 위험"

북한의 남침에 따른 6.25 전몰자 등을 기리고자 지정한 현충일 제63주년인 6일, 문재인 정부는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추념식을 열었다.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 아닌 대전현충원에서 현충일 추념식이 열린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서울이 아닌 대전 현충원에서 추념식이 열린 것은 최근까지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국가유공자·의사상자 등을 주목해서 기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오전 9시47분부터 열린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및 송영무 국방부 장관·피우진 보훈처장 등 정부 요인, 여야 5당 지도부, 각계 시민 등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통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면서 "일제 치하 앞장서 독립만세를 외친 것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것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에 나선 것도 모두 평범한 우리의 이웃, 보통의 국민들이었다"고 말했다.

독립유공자를 가장 먼저 강조하고, 6.25 참전 순국선열에 대해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간' 이들로 표현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며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이들,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을 때 두 주먹 불끈 쥐고 거리에 나선' 이들까지 거론하며 동격(同格)의 추모 대상으로 여긴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독립유공자와 참전용사가 이곳(대전현충원)에 계시다. 독도의용수비대,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전사자, 천안함의 호국영령을 모셨다. 소방공무원과 경찰관, 순직공무원 묘역이 조성됐고 의사상자 묘역도 따로 만들어 숭고한 뜻을 기리고 있다"고도 밝혔다.

다만 "2006년 카센터 사장을 꿈꾸던 채종민 정비사는 9살 아이를 구한 뒤 바다에서 숨을 거뒀다. 2009년 김제시 농업기술센터 황지영 행정인턴과 어린이집 금나래 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돕다가 뒤따르던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2016년 성우를 꿈꾸던 대학생 안치범 군은 화재가 난 건물에 들어가 이웃들을 모두 대피시켰지만 자신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의사자(義死者)들을 추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6.25 전몰자에 대해서는 "오늘 무연고 묘역을 돌아봤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김기억 중사의 묘소를 참배하며 국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믿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스물둘의 청춘을 나라에 바쳤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고없는 무덤이 되고 말았다"며 "결코 그분들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돌볼 것이다. 모든 무연고 묘소를 대한민국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2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서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마다 한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흘렸던 우리 국군"과 함께 "태극기 위에 위국헌신을 맹세"한 모든 이들을 추념했고 철원 '백마고지', 양구 '단장의 능선'과 '피의 능선' 등 구체적인 전장을 거론한 것과는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은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다"며 "그것이 애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문 대통령은 "언제든 국가로부터 도움받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우리도 모든 것을 국가에 바칠 수 있다.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라며 "우리 정부는 모든 애국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훈을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켰고 보훈 예산규모도 사상 최초로 5조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독립유공자 대우로 화제를 옮겨 "지난 1월 이동녕 선생의 손녀 82세 이애희 여사를 보훈처장이 직접 찾아뵙고 생활지원금을 전달했다. 이동녕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주석, 국무령,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20여년간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대통령 근조기 증정' 훈령 제정과 함께 ▲오는 8월 인천보훈병원 개원 및 타 지역 보훈요양병원·전문재활센터 건립 ▲중국 충칭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내년 4월 복원 ▲남북관계 개선시 비무장지대 참전용사 유해발굴 우선 추진 ▲국가유공자 주택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 중앙정부 주도 등 계획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없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국민들께서 함께 마음을 모아달라"며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애국영령'과 의인, 민주열사의 뜻을 기리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전(5일) 국가유공자 등 보훈 가족 25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는 보훈 가족 중에는 4·19혁명을 촉발시켰던 김주열 열사의 동생 김길열 씨, 고(故) 이상희 하사 부친을 비롯한 천안함 폭침 희생자 가족, '세월호 의인' 고창석 교사 배우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사망한 김훈 중위 아버지 등 호국 유공자 등이 참석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유족과, 민주화운동 기여자까지 함께 참석해 일각에서는 '국가유공자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의문 섞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충일 추념 대상자 폭을 넓힌 추념사는 문 대통령의 이런 기조의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6월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지난 6월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추념식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추미애 대표가 참석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6·13 지방선거 유세 일정으로 대전현충원이 아닌 부산 중앙공원 충혼탑에서 따로 헌화와 참배를 하기로 했다. 

추미애 대표는 추념식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에 "예순세번째 현충일을 맞아 42만8030명의 거룩한 희생을 기리며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한없는 존경과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한반도의 봄, 평화의 꽃이 피우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오늘 추념식 문 대통령이 무연고묘지인 고 김기억 육군 중사 묘지부터 참배를 진행한 것은 국가가 국가유공자를 잊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제 국가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신 분들의 뜻을 평화로 승화시켜 보답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상 최초로 판문점에서 진행된 3차 남북 정상회담과 파격적인 남북 정상간 긴급 회담을 넘어 세기의 회담이 될 북미(미북) 정상회담까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대전환을 맞이하는 2018년은 평화 보은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추념식장으로 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선거 유세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대표는 추념식 참석에 앞서 페이스북에 "오늘은 조국을 지킨 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이다. 애국열사분들과 그 후손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며 "한국당은 그분들의 희생이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보루'가 됐다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그 후손들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하겠다. 영령들이여! 편히 잠드십시오"라고 적었다.

한국당은 배현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서울 송파구을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논평을 통해 북핵 폐기론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배현진 대변인은 "중차대한 시점에, 북핵 등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문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제1야당으로서 안타까움과 송구함을 느낀다"면서도 "분명히 강조한다. 북한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돌이킬 수 없도록 철저하게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평화는 문서가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안보에 달려 있다"면서 "새로운 남북관계 구축 과정에서 현 정권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고 대한민국의 존엄과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며 "이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름 없는 산야에서 스러져간 선열들, 동해와 서해 NLL, 비무장지대 MDL을 수호하다 산화한 용사들의 간절한 소망이자, 그 거룩한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유승민 공동대표가 신용현 당 수석대변인과 함께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했다. 민주평화당에서는 조배숙 대표와 장병완 원내대표가, 정의당에서는 이정미 대표가 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바른미래당은 권성주 대변인 논평을 통해 "63주년 현충일을 맞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그 희생과 슬픔의 대를 잇고 있는 유가족에게 삼가 존경과 위로의 뜻을 전해 올린다"고 밝힌 뒤, 최근 '정보사 전현직 간부 기밀 누출 사건'을 거론하며 "북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온 국민이 염원하는 이때일수록, 안보의 균형을 잃은 이상주의 평화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현충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확인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