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7일 오전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력핵공학과 명예교수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펜앤드마이크TV]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7일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명예교수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가 한국 해양 생태계에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고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는 서 명예교수가 정작 과거엔 "원래 (수산물엔) 방사능이 있다"며 "국내 수산물을 먹어도 아무 문제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말바꾸기'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에 대해 정 교수가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펜앤드마이크TV 김종혁의 하이눈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관한 대담을 진행하던 중 서 명예교수에 대한 지적을 했다.

정 교수는 "개중에는 유튜브에 나와서 'IAEA는 일본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갔다' '(일본이) 샘플링해 준 물만 보여줬기 때문에 이미 깨끗한 물만 보고 갔다'고 하는 서울대 명예교수님이 계신다"며 "(이는) 모두 거짓말"이라 딱 잘라 말했다.

이어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미션 리포트(임무 보고서)를 보면 인디펜던트 샘플링(독립적으로 표본 추출)을 한다고 돼 있다"며 "그런 이야기들은 막 만들어낸 이야기다"라고 지적했다.

또 "미션 리포트를 보면 그동안 (일본 정부가) 방류 대신에 대안으로 고려했던 방법들, 통과 전후 과정들이 보고서로 나와 있다"며 "일본 정부 홈페이지,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가서 보면 한글로 후쿠시마 처리수 대책 보고서가 업로드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도쿄전력 홈페이지 가면 후쿠시마 처리수에 관한 한국어 홈페이지가 운영 중"이라며 "그걸 보면 일단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누가 거짓말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정 교수는 "(서 명예교수) 그분이 이제 과학을 아시다보니 방송하시는 걸 보면 횡설수설한다"며 "'생선회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애매하게, 기분 나쁘게 (말)하시는데 그게 그분의 전략이 아닐까"라 추측했다.

이어 "아니라 그러면 법적 문제가 있으니 안전하다 해 놓고 찜찜하게 (말하는 것 같다)"라며 "(서 명예교수 말을) 가만 들어보면 논지 없이 횡설수설 (말한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서 명예교수가) 원하는 게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일 수도 있고, 유명인사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고, 혼자 말년에 외롭게 지내다가 불러주니 고마워서 그런 걸 수도 있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분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논문 몇개 썼는지, 졸업생 몇명 만들었는지 나올 것"이라며 "검색해보면 이 분이 공부하신 분인지, 교수된 이후로 공부를 좀 안하신 분인지 딱 나올 것"이라 밝혔다.

정 교수는 서 명예교수가 정확한 과학적 지식이 아닌 공명심 및 그외 사적 동기에 기반해 후쿠시마 오염수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 명예교수는 지난 2013년엔 한 종편 방송에 출연해 후쿠시마의 방사능이 국내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대해 "쿠로시오 해류 때문에 후쿠시마를 거쳐 태평양, 미국으로 간다. (바닷물이 돌아오는 데 5년이 걸린다"며 "그 정도 되면 (방사능은) 전부 다 없어진다. 설령 아무리 많이 나가더라도 우리 남해안으로, 동해안으로 들어오는 건 거의 없는 일"이란 분석을 내놨다.

그는 그러면서 "저라면 바로 (생선을) 저녁 식사로 하겠다"며 "그 이유는 생선에는 원래 방사선이 있다. 그것보다 좀 더 얹혀있는, 굉장히 작은 양 때문에 안 먹는다는 건 그렇게 현명한 결정은 아니다"라 지적하기도 했다.

서균렬 명예교수가 지난 2013년 종편에 출연해 후쿠시마 오염수가 수산물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 [사진=TV조선]

 

서 명예교수는 2015년 언론 인터뷰에서도 "인체에 위험한 수준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 우리 식탁에까지 오르기란 불가능하다"라면서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자면 건장한 남성을 기준으로 후쿠시마 연안에서 오염수를 마신 생선을 꾸준히 150마리 정도 먹어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말했었다.

이러던 서 명예교수가 2019년 9월 하라다 요시아키 당시 일본 환경상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내에서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가 한국 해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 명예교수는 지난달 3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수산물은 해류와 상관없이 오염된 것 먹고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한다"면서 "이게 아마 수백만 마리, 수천만 마리가 될 것"이라 발언하는가 하면 "0-200m 수심의 표층수는 미국으로 갔다 오는 데 5년이 걸리는 게 맞지만, 수심 200-500m 심층수는 중국 쪽으로 간다"면서 "그건 다섯 달이면 중국 남중국해 갔다 대만해협 통해 제주 근해로 오고 다시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빠진다. 5-7개월 걸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 방재학회에 발표된 서울대의 연구논문은 수심 200-500m에서 흐르는 심층수는 표층수보다 유속이 오히려 느려 일본의 오염수가 대만에 도착하는 데만 약 9년이 소요된다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서 교수가 실제 과학 지식에 근거해 발언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 명예교수는 지난 3월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서는 자신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판하고 나서부터 '학계 왕따' 신세로 전락했다며 "거기서는(학계에서는) 깨끗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연안어업인중앙인연합회는 지난 2일 서 교수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이 연합회는 전국 1만5000명 이상의 어민들이 가입한 국내 최대 규모 단체다. 이들은 과학적 근거 없는 서 명예교수의 발언으로 한국 어업이 멸망에 이를 수 있다면서 그에게 분노한 상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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