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 강의 하류에 있는 카호우카 댐의 위성사진. [사진=연합뉴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의 드니프로 강에 있는 카호우카 댐이 파괴된 것으로 6일(현지시각)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댐 파괴로 인해 민간인이 겪을 재난에 대한 경고를 하면서도 댐 파괴의 배후로 각기 상대를 지목하고 '테러리스트'라 규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대반격'이 시작됐다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십만 명 이상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기간시설 파괴가 일어난 셈이라 전쟁의 향방과 전후 전범 처리 문제에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텔레그램에 카호우카 댐이 폭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드니프로 강 우측 10개 마을과 하류 헤르손 시의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경보를 발령했다.

댐 파괴 순간과 파손 상황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되기도 했는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잘못된 정보를 주의하라 당부했다.

댐 파괴에 대해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페이스북에서 러시아군의 소행이라며 "파괴 규모, 유속과 유량, 침수 위험 지역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올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 군사행정부 책임자는 이날 오전 7시가 되기 전에 텔레그램에 영상을 올리고, "러시아군이 또 다른 테러행위를 저질렀다"면서 강 수위가 5시간 내에 '위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당국의 피해 추산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러시아 관영 매체 RIA통신에 따르면 헤르손 지역의 14개 마을의 주민 2만2천여명이 홍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현지 책임자가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1만6천여명이 '위험 지역'에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 전에도 만일 댐이 붕괴된다면 1천800만㎥의 강물이 쏟아져 헤르손 등 10여개 지역이 물에 잠기고 수십만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고 경고했었다.

더군다나 지난달 중순 대량의 비가 내리고 눈이 녹은 상황이라 댐의 수위가 높기 때문에 인근 마을에 홍수가 났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댐 파괴 소식이 공개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보국방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또 텔레그램에 메시지를 올리고 러시아가 '테러리스트'라 규정하면서 "카호우카 수력발전소 댐의 파괴는 그들(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땅 구석구석에서 추방돼야 함을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단 1m도 남겨선 안 된다. 그들은 그만큼의 땅도 테러를 위해 쓸 것이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의 관영 언론들은 러시아군이 댐을 통제 중이었는데 포격으로 파괴됐다며, 이는 '테러 공격'이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테러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의미할 때 쓰는 러시아식 용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지난 밤 사이에 댐을 겨냥한 공습은 없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으며, 러시아의 스푸트니크통신은 댐 상부가 포탄으로 파괴됐지만 저수지 자체는 붕괴되지 않았다는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 노바 카호우카 시장의 말을 전했다.

드니프로 강에 있는 댐 6개 중 상류 5개 댐은 우크라이나가 관리하고, 가장 하류 쪽에 있는 카호우카 댐만을 러시아가 관리한다. 이 댐은 지난 1956년 소련 시기에 건설됐는데, 높이는 30m, 길이는 3.2km에 달한다. 

이 댐은 북크림 운하와 드니프로-크리비리흐 운하를 통해 우크라이나 남부에 물을 공급하며, 지난 2014년 러시아에 의해 합병된 크림반도와 현재 러시아가 통제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도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포리자 원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만일 실제로 범람이 일어나 민간인의 피해가 커진다면 폭파를 주도한 세력은 국제법을 위반한 '전범'이 될 가능성이 높단 지적이다.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은 보호의 대상인데 이러한 기본 원칙이 무시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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