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잡페어에 참가한 청년들. (사진=AFP연합뉴스)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에 중국 정부가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하고 나서 제2의 '하방(下放) 운동'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제조업체들은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중국산)'에 대해 무역제재 등 일련의 조치에 나서자 외국에 공장이나 법인을 세워 '중국산' 꼬리표를 떼려 하고 있다. 3000만 달러(약 400억원)를 들여 베트남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광둥성의 헬멧 제조 기업 둥관타오뤠운동기기 관계자는 "생산 규모 확대나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바이어가 우리에게 베트남에서 생산하기를 직·간접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의 한 부품 생산 업체도 수출에 어려움을 겪자 공장 해외 신설 계획을 검토 중이다. 자금난에 당장 해외 이전을 할 수 없는 중국 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지원에 공장을 중국 본토로 옮긴 대만 제조업체들도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추세다. 애플의 최대 협력 업체로 알려진 대만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은 본사 소재지는 대만이지만 공장은 중국 정저우에 있다. 정저우 공장은 아이폰의 최대 생산 기지이다. 이런 폭스콘은 최근 인도 카르나타카주와 베트남 응에안 지역에서 각각 부지를 매입하는 등 해외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인수나 지분 투자를 뜻하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중국 공산당의 코로나 방역 해제에도 감소세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국의 실제 투자 기준 FDI 규모는 73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줄었다. 중국 상품 수출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21년 15.1%에서 지난해 14.4%로 감소했다.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인구 감소로 블루칼라(생산직 근로자) 구인난이 심각해진 점 등이 기업들이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렇게 기업들은 구인난에 아우성인데 중국 경제는 청년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비상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0.4%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 20%를 웃돌았다.

고학력자의 일자리 '미스매치'에 따른 기록적인 청년 실업에 중국 정부는 최근 대학 졸업자를 농촌으로 내려보내는 캠페인에 나섰다. 29일자 SCMP에 따르면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농촌에서 대졸자들은 풀뿌리 간부, 기업가 또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게 된다. 다른 지방 정부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지원자도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중앙농촌공작회의에서 "농촌 활성화를 전면 추진하는 것이 새 시대 농업 강국 건설의 중요 임무"라며 "과학기술과 개혁의 두 바퀴에 의지해 농업 강국 건설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둥성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광둥개혁회의 펑펑 회장은 문화대혁명 시절 하방 운동과는 다름을 강조하며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보내는 캠페인은 취업난 속 그들에게 더 많은 구직 기회를 제공하고 인재와 기술이 절실한 농촌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지정된 지역에 갈 수 밖에 없었던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전 세대보다 높은 기대치를 가진 고학력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는데,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를 중국이 창출하지 못한다는 게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민간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없다는 점, 특히 중국 기업들조차 '탈중국' 행렬에 나선 점 등은 청년 실업률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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