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도 이런 반전이 또 있을까?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연상돼
조국이 뛰었다면 김남국은 날았다
좌파는 가난을 가장한 가난 호소인들...심리분석 그다지 어렵지 않아
절정은 이번 '코인 사태' 일으킨 김남국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뛰는 ‘조국’ 위에 나는 ‘남국’, 그들의 도덕적 혼수상태

한국 정치사에 숱한 정치인이 명멸하지만 지난 14일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만큼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인물도 드물다. 한때 수십억 원에 달하는 코인 보유 논란과 코인 상습 거래를 한 김 의원의 겉으로만 보여준 이미지에 다들 속았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30대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민주당 청년정치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김 의원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는 친이재명계 젊은 정치인으로 민주당 ‘개딸’들의 온몸 가득 응원을 받았다.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에서 민주당은 물론이요 전체 국회의원 중 1위였다. 일견 순수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허당스러움을 무기로 의정활동도 열심히, 아니 하는 척 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게다. 민주당 노선을 따르는 좌파 방송인들 사이에 어느 정치인들보다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평소 김 의원은 궁상맞아 보일지라도 근검절약형을 잘 연출했다. 자신의 SNS에 해진 운동화 사진 올리기,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지 않았다는 둥, 국회의원이라도 호텔에 잔 적 없다, 매일 라면만 먹었다 등의 발언을 하며 서민 이미지를 쌓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돌이켜보면 빈곤 코스튬에 지나지 않았고 영악한 정치 전략이었다. 치밀한 고단수였음에도 대중들이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에야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민주당 측은 그런 김 의원의 면모를 하나의 정치적 자산으로 여겼을 것이고, 반대 진영도 “그런가보다” 했을 터이다. 그랬던 김 의원의 어둡고 숨겨진 이중성과 위선적인 면모가 하루아침에 정체를 드러냈다. 추정이 불가능한 수십 억대 상습적인 코인 거래에서 드러난 행태와 돈에 대한 집착이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또 있을까. 이중인격을 다룬 문학 작품 중 최고봉에 있는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케 한다.

김 의원은 이미 2030세대 의원 중 재산이 가장 많았다. 필자는 암호화폐 또는 가상화폐로 불리는 거래 전반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김 의원은 코인 중독자, ‘코인충’으로 부르는 게 정확하다.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입법부가 국회다. 그중 법률안의 실질적 심사를 하는 가장 중요한 기구인 국회 상임위원회 중 코인 거래를 했다는 것은 중독도 보통 중독이 아니다.

도대체 수십억 원의 코인 투자금 출처는 어디서 나왔을까? 온통 의문투성이다. 항간에는 김 의원은 깃털이고,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코인 거래를 할 정도면 코인 중독자이기 전에 그렇게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정의를 정의하는’ 소유권이라도 가진 듯이 자신들만 옳고, 반대 진영은 틀렸다 비난하던 민주당 인사들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사태에 입을 닫고 있다.

2019년 8월 무렵부터 들끓었던 조국, 정경심 사태는 최민희 전 의원이 지칭했듯 조국은 대한민국 초엘리트가 어떤 맨얼굴을 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하다 일거에 추락한 조국은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조국이 지나간 자리에 민주당 친이재명계를 대표하는 청년정치인 김 의원은 또 다른 민낯을 드러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를 철저히 ‘이익창출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조국이 뛰었다면 김남국은 날았다.

청년층의 절망이 담긴 주식충, 코인충이란 말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조국 사태에 LH 임직원 땅 투기 사건이 드러나 국민들의 희망을 꺾었다 이어 2021년 10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토건사업 게이트가 터졌다. 토건 세력과 결탁한 전직 언론인, 정치인, 법조계 거물 인사들이 줄줄이 엮여 있었다. 청년층은 “이번 생애 집 사기는 불가능하다”는 절망감에 휩싸였다.

당시 필자가 20대 청년과 나눈 대화는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부모님은 무주택자다. 이런 현실에 LH공사 투기 사건과, 일 년이 지나지 않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을 접하니 분노를 넘어 정치와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한다면 나와 같은 청년들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나 같은 청년들 요즘 뭘 하는지 아는가? 집 장만하고 주거 빈곤 해소하려고 하는 일이 주식하고 코인 한다. 그래서 주식충, 코인충이란 말이 유행이 된 것이다. 주식, 코인하다 어떤 청년은 빚을 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어떤 청년에게 코인은 마지막 수단이었지만, 김남국 같은 청년정치인에게는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기회였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어떤 정치인이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 코인 거래를 한단 말인가. 그래놓고 하는 말이 “개인의 민감한 금융정보와 수사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은 윤석열 라인의 ‘한동훈 검찰’ 작품”이라며 중상모략을 했다. 좌파는 언제나 사실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핑계를 늘어놓는다.

좌파의 지긋지긋한 가난 호소인

좌파 정치인의 가난타령은 몸에 배어있다. 판소리 흥부가 중 흥부 아내가 부르는 구구절절한 가난의 서러움이 심금을 울렸듯, 이들의 가난 코스튬은 단골 아이템이다. 차이는 흥부의 아내는 진짜 가난하고, 좌파 정치인들은 가난을 가장한 가난 호소인들이다. 우리는 좌파의 행태를 지겹게 봐왔다. 그럼에도 정치인의 노골적인 뻔뻔한 가난을 내세운 감성에는 약하다.

민주당의 서민 팔이, 가난 호소인 역사는 찬란하다. 문재인 정부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상징은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장에 가지고 온 ‘낡은 가방’이다. '세월호 변호사'라 불리는 박주민 의원의 상징은 양복 깃에 달린 일곱 개의 배지다. 박 의원의 외모와 차림새는 보통 서민은 오히려 흉내도 못 낼 정도여서 ‘거지 갑’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들은 누구보다 소박하고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좌파가 가난에 호소하는 심리분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좌파는 언제나 민중과 동고동락한다는 태도를 가져야 그것이 대의명분에 맞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허위의식, 위선, 이중성, 속물근성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 “나는 사실은 돈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 불법, 탈법을 행하지만, 민중을 위해 가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런 심리가 저변에 뿌리 깊이 깔려있다.

민주당의 가난 코스튬의 절정에 이번 코인 사태를 일으킨 김남국 의원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민주당이 제21대 국회의원 선출을 앞두고 청년 영입 인재 마케팅의 최대 수혜자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 전략 공천을 받아 의원 배지를 달았다. 김 의원의 의정활동 중 실소를 자아내는 경력이 ‘2022년 제9회 국회를 빛낸 바른 정치언어상 바른언어상’ 수상이다.

필자는 보기에 김 의원이 받은 바른언어상 수상만큼 어처구니없는 상도 없다. 김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되기 전에 얻은 인기 출발점이 '쓰리 연고전’이라는 팟캐스트였다. 2019년 초, 친민주당 진영의 이동형 시사평론가, 박지훈 변호사와 공동진행자였다. 이 팟캐스트 오프닝 멘트는 다음과 같다. “본 방송은 쎅드립과 욕설이 난무하는 코미디 연예상담방송” 이라고 소개한다. 방송 내용은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상세히 기록하여 두었지만, 저질 음담패설이 난무했다. 그럼에도 의원이 되고 난 후 얼마나 바른언어를 사용했기에 상을 받았는지, 국회가 의원에게 수상하는 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참으로 의아하다.

코인 사태 후 김남국 의원은 자신은 결백하다고 큰소리를 치더니 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리고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 김 의원의 코인 보유 전말이 어떻게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민주당의 촉망받던 젊은 정치인의 토템이 또 하나 여지없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작가, 대안행동 공동대표, 성차별교육폐지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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