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이건희 정몽구 이을 최태원의 재계 리더십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을 빙자해 한국재계에 끼친 여러가지 해악(害惡)중 하나는 대기업 대표자였던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을 사실상 해체시킨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한류(韓流) 진흥을 위한 미르재단을 만들면서 전경련을 이용해 기업들로부터 774억의 기부금을 거둔 것이 박영수 특검에 의해 적폐행위로 단죄(斷罪)된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본질은 문재인 정권의 주축을 이룬 좌파들의 반자본주의, 반재벌 정서였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재계 상위 기업들을 반강제로 탈퇴시켜 이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전경련의 생명줄을 끊고자 했다. 이와함께 대통령의 각종 행사 참석 및 해외순방 동행을 불허함으로써 이전까지 경제 4단체 중 맨 위에 이름을 올렸던 전경련의 위상을 지우려했던 것이다.

전경련은 1961년 5·16 직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당시 삼성물산 사장)를 만나 경제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청함에 따라 출범했다.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를 본뜬 것으로 이병철이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병철 초대 회장에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회장으로 일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을 다졌고, 구자경 LG그룹 2세 경영자(1987~1989), SK그룹 최종현 회장(1993~1998),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주(1998~1999) 등 한국재계의 거목들이 돌아가며 전경련을 이끌었다.

문재인 정권의 정경련 탄압은 주요기업 오너들로 하여금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회장직을 고사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재계의 신사’이자, ‘의리와 정도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2011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12년간 역대 최장수 전경련 회장직을 떠맡기도 했다.

김우중 회장 체제 이후 전경련은 역대로 재계 순위 3위 이내의 그룹 오너가 회장직을 맡아왔던 관계에 따라 삼성 이건희,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수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본인들의 고사로 무산됐다. 이에 전경련은 허창수 회장이 직접 나서 리더십이 뛰어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설득했지만 역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 회장의 대통령 및 정부주관 각종 행사참석과 해외순방 동행 등 문재인 정권 때의 규제는 모두 풀렸다. 하지만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재계 상위기업들의 회원 재가입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경련이 두달전, 지난 대선때 윤석열 후보의 상임선대위원장 및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을 지낸 윤 대통령의 측근, 김병준 전 국민대 교수를 기업인이 아님에도 회장 직무대행으로 영입한 것은 전경련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전경련 해체를 시도하는 대신 한국경영자총협회, 즉 경총과 대한상공회의소, 상의를 재계를 대표하는 파트너로 삼았다. 특히 최태원 SK회장이 2021년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은 배경에는 문 정권의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의장의 대한상의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운동권 세대 기업들이 부회장단으로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이병철 정주영 김우중 이건희 정몽구 등 재계 거물들의 뒤를 잇는 한국재계의 중심 리더로서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LG 구광모 회장 등 주요 그룹 오너들과의 관계에 있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968년생과 70년생, 두 살 차이인 삼성 이재용 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소문난 절친이다. 두 사람은 수시로 카톡을 주고받으며 이재용 회장이 선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전 골프를 함께했던 재계의 유일한 파트너가 정의선 회장이었다고 한다.

두사람의 친분은 현대차그룹이 프로야구단 기아타이거즈를 인수한뒤 성적을 올리기 위해 삼성라이온즈 소속이었던 ‘홈런타자’ 최형우 선수를 FA로 영입하는데까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두사람과 최태원 SK 회장 관계는 10살가량의 나이차 등으로 인해 공개행사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조금 서먹해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와함께 구광모 LG 회장의 경우 2차전지, ‘배터리 분쟁’의 여파로 최태원 회장에 대해 다소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방미 기간 중 백악관 만찬 직전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 등이 사이 좋게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이 현재 한국재계를 구성하는 3,4세대 오너중 맏형 격이다 보니, 비공식 자리에서는 나머지 총수들에게 편하게 ‘반말’을 섞어 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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