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이 동료 남성 의원 2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채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지혜)는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TJB NEWS 캡처]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지혜)는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TJB NEWS 캡처]

동료 남성 2명 성추행 의혹은 전례없던 일... 민주당은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

지방의회 의장이 남성 의원을 성추행한 사건은 전례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요 인물들의 각종 성추행 및 성폭행 사건으로 얼룩졌던 더불어민주당도 내심 당혹스러운 분위기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제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미화하는 영화가 제작돼 상영을 앞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진보진영이 자기 편 인사의 성추행이나 성폭력 의혹을 무시하거나 미화하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상 의장의 경우 박 전 시장에 비해 더 충격적인 사례로 꼽힌다. 동성인 남성 의원 2명을 같은 날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피해자인 남성 의원을 성추행으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상 의장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적반하장= 피해자인 같은 당 A의원을 강제추행으로 맞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도 추가돼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지혜)는 강제추행 및 무고 혐의로 상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상 의장은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의 한 식당에서 연수를 마친 뒤 함께 술자리를 가진 같은 당 소속 동성 의원 A씨의 특정 부위를 만지고 국민의힘 소속 동성 의원 B씨에게 입을 맞추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 의장은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맞고소하는 행각도 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상 의장을 성추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번 기소에서 상 의장에 대해 무고 혐의를 추가했다.

국민의힘은 상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상 의장과 민주당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 불거졌던 성추행 의혹 사건들의 경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과 비교해도 “너무 뻔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터무니없는 대응= 검찰이 기소 사실 밝힌 날 상 의장은 내년 총선 출마설 부인

오히려 상 의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상 의장이 “의장으로서 충실하겠다”고 해명하는 등 비상식적인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성 추행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정치인이 사퇴론에 대해서는 눈귀를 닫고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상 의장은 검찰이 기소사실을 밝힌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터무니없게도 “2024 총선 출마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임기동안 세종시 발전 위해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6월 말까지인 현재 의장 임기와 2026년 6월까지인 의원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지역 일각에서 떠도는 내년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성추행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윤리심판원을 조사받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당내의 사법 절차이므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검찰이 기소했으니 이제 의장직 사퇴하라

국민의힘 세종시당 이소희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상 의장의 검찰 기소와 관련, "시의회 수장이 중범죄 혐의로 기소됨에 따라 행정수도 세종 시민들의 명예는 땅속으로 곤두박질쳤다"면서 "의장 자리를 내려놓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지난해 사건 발생 직후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스스로도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라고 시민들 앞에 약속했다는 게 이 대변인의 설명이다. 따라서 "당장 의사 일정 변경 동의안을 처리해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 의결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은 지난해 10월 같은 당 소속 상병헌 세종시의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KBS대전 캡처]
민주당 소속 세종시의원들은 지난해 10월 같은 당 소속 상병헌 세종시의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KBS대전 캡처]

전면부인하는 상 의장= “중년의 남성들 사이에 성추행의 의도와 목적이 있을 수 없어”

사태는 지난해 8월 세종시 의회 의원들이 국회 연수 일정을 마치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회식자리에서 벌어졌다. 상 의장은 민주당 소속 A의원의 특정 부위를 손으로 잡았다. A의원은 같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상 의장의 행동이 성추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 의장은 전면 부인했다. 지난해 10월 사태가 커지자 상 의장은 "해당 의원은 고향(충남 부여) 2년 후배로 성추행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 "당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친근감을 표하다 신체 특정부위를 건드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김광운 세종시의회 의원의 추가 폭로가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11일 같은 당 소속 시의원 6명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상 의장이 동료 남성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온 당일 저를 포옹하며 입맞춤했다”며 “당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지만 심한 음주 때문에 애정 표현이 심하다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일은 상 의장이 술에 취해 저지른 명백한 성추행”이라며 “상 의장은 지금이라도 성추행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고, 의장직과 의원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상 의장은 10월 7일 입장문을 발표해 공식 사과했지만 성추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그는 "50대 중반과 후반의 나이에, 중년의 남성들 사이에 성추행의 의도와 목적이 있을 수 없고, 저 또한 그러함이 명백하다"면서 "헤어지면서 남성 의원들끼리 서로 인사하고 얼싸안고 포옹하는 과정의 모습들을 성추행이란 어처구니없는 프레임으로 매도하는 상황에 깊은 유감과 비통함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세종경찰청은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상병헌 세종시의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KBS대전 캡처]
지난 1월 세종경찰청은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를 받는 상병헌 세종시의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진=KBS대전 캡처]

이재명 학습효과= ‘성추행 프레임’을 통한 정치 공세로 평가 절하

상 의장은 앞으로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 재판을 받겠지만 의장직이나 의원직을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태도가 ‘이재명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3월 각종 비리 및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됐지만 대표직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비명계 등 민주당 내 일각에서도 “개인 비리 의혹인 만큼, 대표직을 사퇴하고 재판을 받는 게 당의 부담을 더는 길이다”는 주장이 무성했으나 이 대표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부당한 정치보복에 시달리고 있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상 의장이 성추행 의혹 자체를 부인하면서 ‘성추행 프레임’으로 자신을 공격한다고 반격하는 태도는 일종의 ‘이재명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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