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사드문제로 불편한 진실 만나게 된 韓中
‘가장된 우호’에서 벗어나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 확립해야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미하여 한미 간의 전반적인 협력을 강화했다. 그러자 중국은 윤 대통령의 방미 전후로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는 중국이 그간 한국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었으며, 우리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그 불만을 일시에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관영매체와 학자들까지 동원해 한미동맹 강화에 견제구를 날렸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만 문제이다. 윤 대통령은 방미 직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다른 사람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는 불장난하면 타죽는다"며 맞대응했고,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은 미국의 종속국"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중시" 입장이 명시되자,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한국이 대만 문제에서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점점 멀리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둘째,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 대해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주중국 한국대사관에 강력히 항의했다. 셋째,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강화를 한 '워싱턴 선언'이 "추가적인 핵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국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언급한 것과 한미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에 강력 반대'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리고 중국은 한국이 핵 확장억제를 강화한 것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도 여긴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들은 다수의 국가들이 나타내는 입장 정도이다. 특히 핵 확장억제는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려는 조치인데, 왜 중국은 유독 한국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일까?

이는 우리가 그간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 왔으며 중국은 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한중수교 30여 년 동안 우리는 중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과 '언급'을 자제해 왔다. 이러한 자제를 한국이 '행동'에서 깬 것이 2016년 사드 배치였으며, '언급'에서 깬 것이 이번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였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이 '정상궤도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중국은 한국에 반발하며 경제보복을 취했고, 이번에도 강력히 반발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향후 한국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중국은 양국관계를 불편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정치적 압력, 경제보복, 인적교류 등이 포함될 것이다. 한 중국학자는 향후 한중 사이에 정치와 경제 모두 경색되는 '정랭경랭(政冷經冷)' 국면이 펼쳐지면서 양국관계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둘째, 이간계를 사용하여 한국 내의 대중 외교에 대한 분열을 부추길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의 반도체를 괴롭히는 미국이 한국의 동맹인가?"라고 지적하고 "한국 반도체 업체는 완전히 미국의 통제 아래에 있으며, 대중국 억제전략에 동참하면 한국 반도체 제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국의 외교정책이 완전히 균형을 잃었고, 이는 한국에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극단적인 외교정책은 지속 불가능하고 자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해 채찍만 사용할 수는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만약 한국에 대해 과도하게 압력을 가하면 한국을 더욱 미국 쪽으로 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 해도 반도체 등 첨단기술분야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이번에 우리가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해 할 말을 한 것은 그간 양국 간의 비정상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로 돌려놓았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우리가 중국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과도하게 언급과 행동을 자제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는 북한의 무력 도발 및 핵 개발 저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 등을 기대한 결과였다. 

하지만 중국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행동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데에 소극적이었고, 오히려 미중 신냉전을 맞이해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중국에 선의를 보이면 중국이 선의로 보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중국은 우리의 선의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를 무시하면서 한국에 강압적으로 대하고 있다.

한중수교 30년간 양국은 양국 간 갈등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이익만을 강조하는 '가장된 우호'를 가져왔다. 한국은 양국관계의 피상적인 우호만을 찬양했고 불편한 진실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사드문제로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된 이후로 한중 양국은 국가이익에 있어 서로 구조적 차이가 뚜렷함을 분명히 알게 됐다. 양국이 그간 가져왔던 '가장된 우호'는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은 그간 가져온 '가장된 우호'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우리와 중국의 차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양국의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확립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양국관계가 불편해도 이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상대방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과도한 기대를 가질 때 서로 놀라거나 과도하게 상대방에게 분노할 수 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국력의 비대칭이라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국제규범에 근거하여 우리의 입장을 원칙 있고 일관되게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한국 내 이간책에 대해 우리는 우리의 국가이익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합심하여 대응하여야 할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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