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7일에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기동대 내부 폭로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경찰 기동대의 여경들이 청소 주무관에 갑질을 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일이 논란이 되자 여경들은 병가를 내고 근무에서 빠졌는데, 이로 인해 남은 인원들의 부담만 가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새벽 인터넷 커뮤니티엔 경찰 기동대 내부 인원이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작성자는 경찰 61기동대 소속으로 같은 기동대 내 여경들의 갑질을 고발했다.

작성자는 "우리 여경사우들은 건물 미화 도와주시는 주무관들과 화장실, 샤워실 등 같은 공용공간을 쓴다"며 "그런데 이 대단하신 여경사우분들께서 서울청에 '주무관들과 화장실, 샤워장 같이 못쓰겠다"고 일러바쳤다"고 전했다.

작성자는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자기들이 그렇게 대단하냐"며 "얼마 전에는 주무관들 화장실 사용 못하게 비번도 바꾸고 알려주지도 않았단다"라며 "진짜 대단하신 여경 사우분들이시다"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해당 기동대의 여경들은 단체로 병가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남은 남경들의 근무 부담만 가중됐단 점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다른 작성자가 여경들과 경찰 상부를 비판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다른 작성자가 그 후 올린 글에 따르면 여경들은 병가를 지난 6일과 7일 사용했는데, 다른 이들의 예정된 연가는 모두 취소된 상태였다.

이 작성자는 여경 6명 중 2명은 해당 기동대에 잔류하고, 나머지 4명은 여경 기동대로 발령하기로 8일 결정됐다고 전했다.

해당 여경들 중 일부가 블라인드에 해명글을 남긴 것으로 보이는데(현재는 삭제됨), 이 작성자는 여경들을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우선 "여경들의 주장과는 달리 여경 생활관은 완전한 공용 구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경들은 여경 생활관이 공용 구조이기 때문에 시건 조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를 반박한 것이다.

이어 "본인들이 억울하면 갈땐 가더라도 해명을 해야지 블라인드 글 올라오자 출근도 안하고 정신적 스트레스 운운하며 발령날 때까지 병가로 근무를 빠지고 도망치는 게 맞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명글 쓴 여경분들 병가로 근무 빠지고 편히 쉬고 있냐"며 "카카오톡 프로필 보니 어디 좋은 데 놀러간 것 같은데 남은 직원들은 근무가 너무 많고, 본인들 병가 때문에 일정 다 잡아놓은 연가도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또 "저희는 앞으로도 근무 때문에 힘이 들겠지만, 여경분들은 다 잊고 근무 편하게 하실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작성자는 "심지어 여경 4명이 나가고 인원 충원은 8월 하반기 인사 때나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며 "그동안 기존 연가자는 하루 4-5명에서 절반 이하로 제한될 가능성이 높으며 연가제한 및 근무과중으로 인한 피로도는 고스란히 남은 직원들이 떠 안게 됐다"고 강력 비판했다.

작성자는 논란을 정확히 짚고 가지 않고 무작정 여경 병가를 내준 상부도 저격했다. 

그는 "왜 기존 연가자들은 다 취소시키면서 여경 6명을 개인 연가도 아니고 전부 병가 조치해 발령까지 출근을 시키지 않냐"며 "어느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남은 남직원들만 힘들고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작성자는 "여기가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연중무휴 나가고 싶다고 하면 나가고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는 곳이냐"며 "사건 터지니 찡찡대며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는 여경들이나 그런다고 그걸 받아주고 다른 곳으로 보내는 사람들이나 (똑같다). 그 누구도 남아서 고생할 남직원들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바보 등신 취급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여론은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여자를 위하는 과정에서 차별대우가 발생하는 거냐" "결정할 지위에 있는 '스윗남'들이야말로 문제다"  "청소하시는 분들이 '불가촉 천민'이라도 되나" 등 해당 여경들과 여경에 병가를 내준 경찰 상부 비판에 동조하는 실정이다.

해당 기동대가 어딘지는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경과 여경이 함께 근무하는 '혼성기동대'인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경남경찰청에서 혼성기동대를 시범 운영해본 결과 '현장대응역량 강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판단해 전국으로 확대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경찰이 혼성기동대가 현장대응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단 지적이다.

이에 더해 이번 논란으로 같은 기동대 내에서도 성에 따른 역할 차이는 결코 해소될 수 없음이 드러났단 평가다.

기동대가 혼성으로 편제될 경우, 선천적으로 차이날 수밖에 없는 남녀 간 육체 능력의 차이로 남성에 대한 역할 기대가 여성보다 클 수밖에 없단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 신체적 한계가 더 큰 남성들이 우선적으로 배치되거나 희생을 강요당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그에 대한 고찰이나 반성 없이 여성이 '무조건적 약자'라며 여성에 대한 배려만을 외치고 있는 꼴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기성 세대층이란 점도 문제다. 

이번 논란에서 경찰 상부는 이러한 역할 기대의 차이를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생각한 끝에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있을 수 있단 의식조차 없이 기존 연가 모두 취소 등의 잘못된 조치를 취했다.

네티즌들은 "스윗하신 4050들이 문제 일으키면 정작 피해는 2030남자들만 본다"며 "생색은 자기들이 내 놓고 책임은 젊은 세대에게 지라는 꼴"이라며 이번 논란도 여지없이 그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경에 대한 역차별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경찰 상부를 비판하는 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