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재 "국과수 연구관도 '최순실의 태블릿' 확정 사실 부인"
"충분히 의혹 제기할 수 있는 사안.허위사실 유포 혐의 인정 안돼"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한 과도한 표현은 사과한다"
법원 구속결정 이례적...도주·증거인멸 우려 과연 있나?
검사 3명 동원, 사건 무관한 '국정원 화이트리스트·전경련 자금'얘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영장실질심사(서울=연합뉴스 제공)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영장실질심사(서울=연합뉴스 제공)

손석희 JTBC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44)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새벽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다"며 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변 대표는 곧장 수감됐다.

변 대표는 구속에 하루 앞서 미디어워치에 성명서를 올려 “방어권을 가질 권리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법원과 검찰에 본인이 컴퓨터를 활용,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판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성명서는 이날 구속 심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변 대표는 “본인은 ‘손석희의 저주’란 책을 출판했고, 그간 이 책의 근간이 된 JTBC태블릿 보도 문제와 관련한 기사들도 모두 미디어워치 인터넷판에 공개해 놓았다”며 “증거인멸이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3번에 걸친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왔다”며 “검찰조사에서도 ‘만약 내 주장이 크게 틀리고 최순실의 것으로 과학적으로 입증된다면 어떠한 중형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법원의 이번 구속 결정은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피의자 구속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 또는 증거 인멸이 우려될 경우에 이뤄진다. 더군다나 변 고문의 얼굴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고 검찰이 문제삼는 '범죄사실'이 미디어워치 웹사이트와 '손석희의 저주'에 그대로 게재돼 있기 때문에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변 대표의 변호를 맡은 강용석 변호사(법부법인 넥스트로)는 "(이날 법정 분위기는) 검찰이 (변 고문을) 구속시키려고 아주 작심하고 나왔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검찰이 엄청나게 준비를 해왔고 20여분간 계속 이야기했다"며 "그러면서 우리는 판사에게 검찰이 이 정도로 많은 준비를 해가지고 와서 길게 주장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이 사건에 다툼의 여지가 많다는 의미인데 구속은 말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함께 변호를 맡은 서정욱 변호사(법부법인 민주)도 "검사 3명이 나오는 게 흔치 않고, 검찰은 (본 사건과 무관한)국정원 화이트리스트 관련설과 전경련 지원금 논란까지 언급했다"고 전했다. 

대검찰청 '2017년 범죄분석 통계 자료' 중 범죄자 구속·불구속상황'에 따르면, 2016년 명예훼손 범죄자 1만7401명 중에서 구속된 사람은 단 15명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0.086%의 확률에 도전한 것은 정치적인 배경에 깔려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변 대표는 29일 이언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와 관련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변 대표는 '손석희의 저주' 책자와 미디어워치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손 사장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변 대표는 책자에서 "JTBC에서 김한수(전 청와대 행정관)와 공모해 태블릿PC를 입수한 후 임의로 파일을 조작해 최순실이 사용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국과수의 태블릿PC 포렌식 결과와 특검·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및 관련 법원의 판결 등을 종합한 결과 조작설을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홍승욱)는 변 대표가 합리적인 근거 없이 피해자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했다며,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의 전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태블릿 PC가 최씨 것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것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판결문 내용"이라며 "둘 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과수에서 그같은 결론을 내린 바 없다. 국과수의 결론은 '다수의 사용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라며 "정씨 판결문에서는 태블릿PC의 '태'자도 안 나온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블릿PC가 최씨 것이라고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손 사장 등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손 사장 측은 언론중재위원회,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 등 한 번도 피해구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라며 "이제 와서 피해를 받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케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전했다.

변 대표의 말처럼 태블릿을 직접 분석했던 국과수의 나기현 연구관은 지난 23일 최순실 2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변호인 측이 “JTBC는 국과수 보고서를 회신한 당일 “국과수도 최순실의 태블릿이라고 확정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과수는 보고서에서 ‘최순실의 태블릿’이라고 확정한 사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변 대표는 손석희 사장에 대해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에 의해 살해당할 위헙이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서는 "손 사장에게 하루 빨리 토론에 응하라는 취지의 강력한 메시지였을 뿐 직접 손 사장의 신변을 위협하겠다는 발언은 아니었다"며 "너무 과도한 표현이 이뤄진 데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한다. 이 발언에 대해 손 사장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중앙지법 앞에서는 미디어워치 독자 100여명이 모여 검찰의 변 고문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독자들은 '변희재 입 막는다고 진실이 묻히지 않는다', '언론 탄압 변희재 탄압 즉각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나왔다.

독자들은 "검찰이 변 대표와 손석희 JTBC사장에게 '일대일 토론으로 논란을 종결시켜보라'고 제안했다"며 "이에 '손 사장은 즉각 토론에 응하라'는 메시지를 내걸며 집회에 참여했는데 검찰이 이제와 집회를 구속영장 청구의 가장 중요한 사유로 내세우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고 밝혔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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