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를 듣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30일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 160, 부결 99로 가결됐다. 가결 160표를 분석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최소 50명 이상 찬성에 투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자당 이재명 대표 및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엔 결사반대했던 민주당의 '내로남불'이 다시 한번 증명된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힘이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을 '고육지책'으로 활용해 이 대표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이란 정치적 반전을 써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하 의원 체포동의안 투표엔 총 281명의 의원들이 참여해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란 결과가 나왔다. 현재 115석을 보유하고 있는 국힘은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다'는 권고적 당론을 낸 바 있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국힘 의원들은 104명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만일 국힘 의원들이 모두 찬성에 투표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5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 셈이 된다.

국힘은 국회에서 하 의원을 잃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민주당과는 정반대의 '정도(正道)'를 걸었다는 명분은 쌓게 됐다. 즉 소속 의원에게 법적 문제가 있으면 당이 '방탄 정당'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 절차를 밟을 수 있게 과감히 조치할 수 있는, 썩은 부분은 도려낼 수 있는 당임을 보여줬다.

이는 민주당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민주당은 '정치 탄압 수사'를 내세우며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는 찬성 101표, 반대 161표로 막아섰을 뿐만 아니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해서도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라는 결과로 부끄러운 원내 제1당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여당 의원을 (정치) 탄압 수사할 이유가 있느냐" "(여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정치 탄압으로 볼 수 없을 것"이란 궤변까지 늘어놓으면서 하 의원의 경우와 이 대표·노 의원의 경우를 구분지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도긴개긴'으로 비칠 뿐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자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당'임이 입증됐다" "민주당 개그하나. 최소한의 일관성이 있으려면 타당 의원도 부결시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 "국힘에게 호재란 게 없었는데 하영제가 큰 기회주고 떠났다"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에 국힘은 민주당에 큰소리를 칠 수 있게 됐다. 유상범 국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 우리당 하영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면서 "이재명 대표에게 묻는다. 오늘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셨나"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유 대변인은 그러면서 "과거의 이재명은 숱하게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의 이재명은 지난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아직 기소되지 않은 숱한 혐의들이 남아있기에 국회로 다시 체포동의안이 날아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때 이재명 대표는 다시 또 불체포 특권을 누릴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국힘이 하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고육지책'으로 삼아 이 대표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인가다. 정치에서 목소리만 큰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치적 이득을 얻어내지 못하면 자기만족으로 그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적절한 시기에 이 대표를 내치고 새로운 당대표를 내세워 총선 체제를 갖출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렇게 되면 주인공은 다시 민주당이 될 뿐더러 민주당이 앞서고 있는 당 지지율 차이도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국힘이 총선에서 '폭망'할 확률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이 잘못됐단 쪽으로 여론이 기울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미 3월 초 여론 조사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이 잘못된 결정이란 응답이 절반을 넘었으며, 정당한 범죄 수사였단 응답 또한 과반을 넘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냉정하게 말해 하 의원이 국힘에게 팔·다리의 존재라면, 이 대표는 민주당에겐 머리의 존재다. 팔·다리를 잃는 대신 상대의 머리를 쳐낼 수 있다면, 이는 완벽한 정치적 성공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힘은 평소의 나사 빠지고 느려터진 정치적 행보 대신, 기민하고 과감하며 치밀한 정치적 전략이 필요하다. 이 대표에 대한 법적 심판을 염원하는 국민들은 국힘에게 그를 이룰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고육지책'의 주인공인 삼국지 오나라의 황개와 대도독 주유는 조조가 한치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치밀한 계략을 마련해 그를 철저히 속였고, 그 결과 중과부적의 전력 차에도 불구하고 적벽대전에서의 완벽한 승리를 이뤄 냈다. 명분을 얻은 국힘이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치열하게 내부 논의를 하고, 여론전 등 가용한 정치적 활동을 총동원해 민주당을 압박하는 등 선제적인 정치 행보를 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단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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