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지난 2021년 3월 은퇴를 선언한 지 2년 만이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28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정진, 28일 주총에서 예정대로 경영 일선 복귀해

서정진 회장은 이날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ㆍ셀트리온헬스케어ㆍ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됐다. 표결 결과 79.67%의 찬성을 받았다. 임기는 2년이다.

서 회장은 기자들을 만나 복귀 배경을 분명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가 어렵기 때문에 모든 그룹 총수는 영업 현장에 들어가야 한다. 신용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열심히 일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주주이자 창업주인 자신을 ‘신용 있고 힘 있는 사람’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일수록 자신과 같은 오너들이 직접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론을 편 것이다.

언론에 보도됐던 미국 의료기기 업체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의약품 사업부인 '바이오파마솔루션' 인수 여부에 대해서도 "상반기는 관찰하고 움직이는 건 연말에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셀트리온은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바이오파마솔루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사진=한국경제TV 캡처]
셀트리온은 안정적인 글로벌 생산시설 확보를 위해 바이오파마솔루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사진=한국경제TV 캡처]

서 회장의 이사회 공동의장 취임이나 경영복귀 배경 설명등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주총 하루 전날 차남 서준석 실종 사건 보도돼...서 회장이 기자들에게 직접 해명

그러나 서 회장은 이날 예상치 못했던 행동을 했다. ‘차남 실종 사건’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서 회장은 주주총회장 기자실에 들러 차남인 서준석(36)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와 관련해 "(차남이) 술 마신 후 신경안정제를 먹고 잠들었나 보다"면서 "핸드폰 배터리가 다 돼 그렇게 됐다, 어제(27일) 기사가 난 걸 보고 알았는데, 다음부터 술 마시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오후 서 이사가 실종신고 됐다가 2시간만에 발견된 사실이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주주총회 하루 전날 ‘차남 실종’ 사건이 공개된 것도 묘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실종 사건의 전모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28일 인천 연수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경찰서에 서 이사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서 이사의 가족에 의해 접수됐다.

당시 서 이사의 가족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데 신변 위험이 우려된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서는 서씨의 최종 목격장소를 인천시 연수구로 특정했다. 이에 따라 소재 관할 경찰서인 연수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했다. 연수서는 사건 이첩 후 위치추적을 통해 남동구 논현동 일대에서 서씨의 위치를 확인했다.

연수서는 논현서에 공동대응 요청을 한 후 수사를 계속했다. 경찰은 당시만 해도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 이사 본인이 같은 날 오후 3시24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인근 호텔에서 119에 전화를 걸어 "위험하다"고 신고했다. 가족이 실종신고 접수를 한지 2시간여만이다. 서 이사가 귀가하지 않고 119에 전화를 건 것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서 이사는 당시 정서적 불안 증상을 보이며 병원 치료를 희망했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친인 서 회장의 해명대로라면 서 이사가 술을 마신 후 신경안정제를 먹고 잠들었는데 휴대폰 배터리까지 나가서 서 이사 가족이 실종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관련)특이사항이 없고, 실종자 신원이 확인돼 종결 처리했다"고 말했다.

36세 성인인 서준석 이사...가족은 왜 실종 신고를 했을까?

그러나 이 사건은 몇 가지 궁금증을 남기고 있다 우선 성인인 서 이사가 얼마나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됐기에 가족이 ‘신변 위험’을 걱정하면서 경찰에 신고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사실상 위치 추적을 통해 서 이사의 소재를 파악한 상황에서 서 이사가 119에 신고를 하는 우연의 일치가 발생하게 된 경위도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인하대 박사 출신인 서 이사는 2017년 셀트리온에 과장으로 입사했고, 2019년 미등기임원 이사직에 올랐다. 서 회장이 은퇴한 2021년 3월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 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두 아들은 지분 없어, 향후 승계구도 칼자루는 서정진 회장이 쥐고 있어

서 이사와 형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제품개발부문장)은 현재 셀트리온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서 부사장은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서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셀트리온 그룹 내 3개의 상장 계열사인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회장은 2021년 12월 셀트리온의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주사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의 합병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지배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강화됐다는 평가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상장 3사 합병은 서정진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3사가 합병할 경우 셀트리온은 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바이오사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사진=한국경제TV 캡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상장 3사 합병은 서정진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3사가 합병할 경우 셀트리온은 3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바이오사로 거듭나게 된다. [사진=한국경제TV 캡처]

지주사 합병 이전에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96%를,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서 회장의 개인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셀트리온의 지배구조는 ‘서정진-합병된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 3개 상장 계열사’로 단순화돼 있는 셈이다.

서 회장은 28일 주총에서 3사 합병에 대해 "올 7월까지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주식매수청구권을 받아줄 펀드가 필요해 금융 시장을 지켜봐야겠지만, 빠르면 올 연말 계획대로 합병에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올해 내에 3사 합병을 마무리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서 회장은 이처럼 3개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승계 구도를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장남인 서 부사장과 차남인 서 이사는 지분이 없기 때문에 결정권은 전적으로 부친인 서 회장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 회장은 주총에서 사전 증여 가능성을 부인했다. "현재 가족들은 회사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상속세 때문에 변칙할 생각 없고 편법 쓸 생각 없으며 사전 증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서 회장이 장남인 서 부사장 중심의 승계구도를 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왔다. 그런 와중에 차남의 실종 사건 해프닝이 발생했으니 아버지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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