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김성한 차관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다. 2022.1.24(사진=윤석열 후보, 편집=조주형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유ㆍ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안보 글로벌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에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제2차관. 김성한 차관은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다. 2022.1.24(사진=윤석열 후보,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 총괄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교체설을 두고서 대통령실이 지난 28일 "비상식적"이라며 선을 그은 가운데, 이번 교체설이 나온 배경에는 결국 '대통령실 개편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상기류가 포착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 발단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에서 비롯됐지만, 이를 시작으로 대통령실 개편러시(rush)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특정 이슈를 빌미로 한 국가안보실 개편이 대통령실 비서실을 넘어 국민의힘 당직자 물갈이와 개각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단초일 수 있다는 것.

특히, 이는 내년 총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여당 고위관계자들 모두 아예 언급 자체를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 개편론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국민의힘 안팎에서 수차례 거론되어왔던 만큼 피할 수 없는 이슈다. 정치권 일각에서 유력하다고 보는 인사는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이 움직이게 됐을 때 그 여파는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 들여다보려면 김성한 안보실장 교체설이 바로 그 첫 단추가 되는 셈. 이번 편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먼저, 김성한 안보실장 교체설에 대한 대통령실 반응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난 28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교체설의 진위'를 묻는 취재진에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김성한 안보실장 교체설이 나온 데에는, 최근 대통령실 소속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자진사퇴한 데에 따른 것이다. 외국정상과의 정상회담이 코앞인데 의전을 다루는 그가 일정 직전 갑자기 사퇴하면서 안보실장으로 책임론이라는 불똥이 튄 모양새가 된 것.

그런데, 이에 대해 교체설 당사자가 아닌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28일 참모들 앞에서 직접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체설에 휩싸인 당사자는 안보실장이지만, 이를 직접 부인한 것은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의 경우도 자칫하다간 책임론에 휩쓸릴 수 있는 상황인데, 이럴 경우 그의 후임자로 유력한 인물은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향한다는 관측이 정가 안팎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 게다가 이와 같은 시선은 이미 지난해에도 여러번 정가와 관가에서 오르내렸던 사안인데,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개편론을 일축했기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입장은 무엇인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국민의힘과는 정반대의 정치적 위치에 있는 민주당계에서 무려 20년간 뿌리를 내렸던 인물이다. 최근 김한길 위원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코드를 은근히 맞추고 있는 최근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1.11.21(사진=윤석열 캠프,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1.11.21(사진=윤석열 캠프,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 기조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노동개혁을 내세우고 있는데, 김한길 위원장은 '건강한 일터 만들기 특별위원회'를 지난 22일 출범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한길 위원장의 통합위원회는, 지난 22일 서해수호의 날(24일)을 앞두고 '서해수호 영웅의 딸들과의 만남'이라는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간 누누히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에 대한 예우'를 강조해 왔는데, 나름대로 그와의 코드를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지난 2월7일 김한길 위원장은 기자들로부터 '혹시 정계개편이 있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때 그가 보인 반응 역시 "저는 국민통합위원장의 직에만 충실할 뿐, 정계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정계개편에 관한 구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실에서의 역할론에 대해 직접적으로 밝힌 적도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통합위원회'라는 포괄적 개념의 위원회를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코드에 전적으로 맞춰오고 있었던 것인데,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수 적통 원로가 아닌 그가 대통령실 비서실장에 임명될 경우, 상당한 역풍도 우려되는 형국이다.

그 이유는 정치적 이념과 스펙트럼을 넘나들었던 이력을 갖고 있기에, 다각도의 비판적 평가를 피해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

특히나 국민의힘과는 거의 매 사안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민주통합당·열린우리당·새천년민주당의 당수(黨首)급 자리를 맡아 왔다. 이 세월이 무려 20년씩이나 된다.

김한길 위원장이 정계에 입문하게 된 기록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에서 시작된다. DJ캠프의 공보팀장, 대통령인수위원회 대변인을 맡았던 그는 50세도 아닌 40대 중반의 나이로 DJ청와대의 정책기획수석으로 영전했고 DJ의 왼팔인 박지원(전직 국정원장) 장관 후임자로 문화관광부 장관이 되었다.

지난 2002년, 국민의힘의 전신정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와 겨루던 故노무현 대통령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시기, 김한길 위원장은 정치인 신분으로 새천년민주당에 NL계열 86세대 정치인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바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게 되는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통일부장관을 맡았던 이인영, 그리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끌어들였던 것. 지난 2000년 3월26일 새천년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김한길 위원장은 이들과 함께 3만8천600원을 후원하는 기금식을 가졌다. 386세대를 상징한다고 해서 3만8천600원을 후원한 것이다.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3월 26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서영훈 대표가 386세대를 위한 모금액 3만8천6백원을 임종석 후보(왼쪽 두번째)와 이인영 후보(오른쪽 세번째), 우상호 후보(오른쪽 두번째) 등과 기금함에 넣고 있다.맨 왼쪽에는 김한길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3월 26일 당시 새천년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서영훈 대표가 386세대를 위한 모금액 3만8천6백원을 임종석 후보(왼쪽 두번째)와 이인영 후보(오른쪽 세번째), 우상호 후보(오른쪽 두번째) 등과 기금함에 넣고 있다. 맨 왼쪽에는 김한길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훗날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 실권자가 되었는데, 이때 민주당에 영입된 이들이 벌인 쓰디쓴 정책적 대가는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었다. 이랬던 그들을 끌어다 놓은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김한길 現 국민통합위원장이다.

이외에도 김한길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연달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열린우리당에 몸담기도 했다. 이후에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을 거쳐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까지 역임하게 된다. 그의 민주당 정치는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탈당으로 이어진다.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기 한달전인 그해 4월2일 김한길 위원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특정세력이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는 이유로 그분(문재인)을 대선 후보로 내세웠는데, 친문(親문재인 세력) 패권이 들어서면 무슨 정치발전이 되겠느냐"라고 말한 것.

그런데, 민주당 내 친문 패권세력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된 경위는 지난 2006년 5월31일 재보선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김한길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국회의원이었는데, 문재인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그 시기 부산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참여정부를)부산정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한 것. 2주후 재보선에서 겨우 1석만 확보하며 참패했다. 이 사건이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공동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 결정적 배경일 수 있는 셈이다.

문재인 민주당 공동대표는 훗날인 2017년 5월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대통령 당선예정자와 대립각을 세웠던 김한길 위원장의 대립형 이력은 박근혜 대통령과도 연결된다. 민주당 대표였던 김한길 위원장은 지난 2013년 9월17일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민생이 힘들다'라며 "무능한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라는 직격발언을 한 바 있다.

김한길 위원장의 대북관(對北觀) 역시도 국민의힘이라는 중도보수 성향 정당의 유권자 인식과도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기준으로 그가 대통령실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라는 포괄적 개념의 위원회를 책임지고 있지만, 그는 지난 2014년 1월13일 여의도 국회의원 대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서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화두로 던졌다.

이때 김한길 위원장은 "북한 급변사태로 느닷없이 맞이하게 되는 흡수통일은 오히려 재앙"이라면서 "5.24 조치 해제와 같은 실질적 개선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라는 주장을 내놨다.

문제는 김한길 위원장 스스로 말한 '5·24조치 해제론'에 대한 모순성은, 어처구니없게도 지난 22일 김한길 위원장이 '서해수호 영웅의 딸들과의 만남'이라는 간담회를 열어 유가족에게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앞서 본인의 과거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는 데에 기인한다. 5.24 조치란, 2010년 3월26일 우리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함번 PCC-772)이 북한군의 기습 어뢰도발로 서해 앞바다에서 작전중 폭침당하자 이에 격노한 이명박 정부가 그해 5월24일 발표한 대북제재안이다.

2013년 5월 16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남북간 '신뢰의 다리'를 놓는 특사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대표 취임 기념 단독 인터뷰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를 지키는 게 중요한데 박근혜정부에는 '신뢰프로세스'란 이름만 있고 신뢰는 없다"면서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북한에 특사로 가라고 하면 가겠다"고 말했다.2013.05.16(사진=연합뉴스, 일부 편집=조주형 기자)
2013년 5월 16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등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해 남북간 '신뢰의 다리'를 놓는 특사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대표 취임 기념 단독 인터뷰에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를 지키는 게 중요한데 박근혜정부에는 '신뢰프로세스'란 이름만 있고 신뢰는 없다"면서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북한에 특사로 가라고 하면 가겠다"고 말했다.2013.05.16(사진=연합뉴스, 일부 편집=조주형 기자)

이 제재안의 핵심은 남북교역을 불허하고 대북지원사업을 보류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북한이 일말의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2014년 김한길 위원장 스스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5.24 대북제재안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지난 22일에는 서해수호의 날인 24일을 앞두고 '서해수호 영웅의 딸들과의 만남'이라는 간담회를 열었다는 것.

'국민통합위원회'라는 대통령 직속기구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에 대한 예우 강화'를 구현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고 할지라도, 2014년 민주당 대표 입장과 올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직속기구 위원장으로서의 입장이 서로 부딪히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지난 2013년 5월16일 국회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 문제를 두고서 "당내 비례대표 선출 과정 상의 불법성은, 검찰수사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고 판명된 사안"이라며 "그런데 지금 자격심사를 하게 되면 이념적 문제를 갖고서 심사하자는 것으로 그렇게 되어선 안된다"고 반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석기 통진당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확정돼 실형을 선고받고서 국회의원직을 상실했으며, 그가 이끌던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북한식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종한다고 판정되어 당 자체가 해산됐다. 논란의 단초가 될 국가관과 안보관까지 겹쳐 있는 가운데, 과연 이런 이력을 가진 인물에 대한 대통령실 비서실장 가능성을 두고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어떤 시선을 견지하게 될까.

그렇다면 김한길 위원장과 국민통합위원회의 입장은 어떠할까. 김한길 위원장 측은 지난 28일 '대통령 비서실장 가능성'에 대해 묻는 <펜앤드마이크>에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최근 대통령실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7일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취임 1주년을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인적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2024년 4월10일)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으로, 소식통에 따르면 대통령실 측에서는 "자의든 타의든,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대통령실)참모들이 적지않은 만큼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정리되면)자연스럽게 내부 정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여권 소식통을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교체설이 나돌았던 지난 28일 김성한 실장 등과 일정에 없던 오찬을 함께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의자를 빼주고 있다. 2022.4.1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참석,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의자를 빼주고 있다. 2022.4.1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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