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수컷 얼룩말 '세로'가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3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2021년생 수컷 얼룩말이 사육장을 탈출해 서울 광진구 일대를 약 4시간 가량 활보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본 시민들은 "바깥구경 해서 좋았겠다" "어떻게 탈출한거냐" "빠삐용 얼룩말" 등 우스꽝스럽고 재밌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05년엔 코끼리가 탈출한 전적도 있는 만큼,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이 가기는 편리하지만 동물로 인한 인명·재산 사고가 언제든 날 수 있다는 '역설'이 존재하므로, 이에 대한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지난 2006년 10월부터 일부 영리 시설을 제외한 모든 공원 시설이 무료로 개방되고 2009년 노후됐던 시설이 리모델링을 거쳤다. 이에 더해 주변 지하철역이 어린이대공원역, 아차산역, 군자역 등 3개나 돼 서울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까지 누구나 부담없이 가서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에 위치해 접근성이 편리하다는 것은 반대로 동물원에서 탈출한 동물이 손쉽게 서울 도심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어린이대공원은 국내 동물원 중에서 도심에 위치한 사실상 유일한 동물원이라 할 수 있다. 용인 에버랜드, 과천 서울대공원, 대전 오월드, 대구 네이처파크, 광주 우치공원동물원 등 국내 유명 동물원들은 시내 밖에 있거나 도시 구석에 있어 어린이대공원 동물 탈출과 같은 일이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결국 여기서 어린이대공원의 '역설'이 발생한단 지적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근처에 지하철역이 3개나 있고 서울 광진구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동물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한 접근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동물 탈출시 인명·재산 피해가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다는 역설이 된다. [사진=네이버지도] 

 

이는 이번 얼룩말 탈출 사건과 더불어 18년 전 코끼리 6마리가 퍼레이드 중 탈출한 사건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2021년 태어난 수컷 얼룩말 '세로'는 나무 데크를 부수고 어린이대공원 밖으로 탈출해 3시간 가량이나 서울 광진구의 구의동·자양동·면목동 일대를 떠돌았다.

세로는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키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공유·게시하고 있는 영상을 보면 아찔한 순간이 없지 않다. 일례로 한 영상에 따르면 주택 밀집지역에서 한 청년이 커브길로 걸어가다가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세로를 보고는 재빨리 방향을 틀어 주택 쪽으로 향했다. 그 덕분에 세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는 이 청년의 순간적인 기지가 발휘됐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반사신경이 조금 늦어 피하지 못했더라면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반면 2005년 4월 20일 코끼리 집단 탈출 사건의 경우엔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실제로 발생했다. 코끼리가 직접 해를 끼친 건 아니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코끼리에 놀라 달아나던 행인이 넘어져 부상을 당하기도 했으며, 코끼리들은 인근 가정집이나 식당에 들어가 마당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거나 식당 유리창을 깨는 등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또 3시간 넘게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뉴스에 소개되고 있는 코끼리 탈출 사건.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해 인근 가정집과 식당에 재산 피해를 끼쳤으며, 교통 체증도 야기했다. [사진=유튜브]

 

특히 코끼리 탈출 사건은 배우 이상우 씨가 지난 2009년 10월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이상우 씨는 방송에서 "코끼리 때문에 촬영 현장에 지각해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에 사과했지만, 믿어주질 않았다"며 "코끼리 탈출 광경을 직접 본 나도 무슨 일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회상했다. 연예인에 의해서도 코끼리 탈출로 인한 교통 체증이 직접 확인된 셈이다.

배우 이상우가 지난 2009년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자신이 직접 겪은 코끼리 탈출 사건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두 경우 모두 동물들을 대공원으로 복귀시키는 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다. 얼룩말 세로는 마취총을 일곱 차례나 맞아야 했고, 완전히 정신을 잃은 얼룩말을 트럭에 싣는 데 성인 남성 20명 정도가 달려들어야 했다. 코끼리의 경우엔 소방차가 동원되고 지게차가 동원되는 등 사실상 '코끼리 운송작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코끼리는 한 마리가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만큼 소방차와 지게차까지 동원된 '수송 작전'이 벌어졌지만, 쉽지 않았다. [사진=유튜브]

 

이처럼 서울 도심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은 항상 동물 관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동물원 관계자들이 확실한 가이드라인과 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어린이대공원은 이러한 동물 탈출 외에도 맹수가 관계자를 공격해 사망에까지 이른 적도 있다. 지난 2015년 방사장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결과 사자 한 쌍이 사육사를 공격해 발생한 사고였다. 이 경우는 동물 탈출과는 직접 연관은 없지만,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관계자들의 안전규정과 행동절차 숙지가 전반적으로 미숙하다는 의심을 낳게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지 하나의 해프닝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동물원 내의 인명 사고와 서울 시민들의 인명·재산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개선 조치를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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